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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이 두 개 일 때 우승 오던데…

2020-12-15 (화)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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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 떠오른 손흥민-케인, 토트넘 24골 가운데 12골 합작

▶ 최다 합작 득점 기록 시간문제, 시어러-서튼 듀오처럼 우승 이끌까

토트넘의 다이내믹한 공격을 이끄는 손흥민(28)과 해리 케인(27) 듀오의 화력이 식을 줄 모른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 2020~21시즌에 두 선수가 합작한 득점만 12골으로 팀 전체 득점(24골)의 절반이다. 이들은 1994~95시즌 블랙번 로버스에서 우승을 합작한 앨런 시어러(50)와 크리스 서튼(47) 듀오가 세운 한 시즌 최다 합작 득점(13골)을 곧 넘길 것으로 보인다. 지켜보는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으로선 기쁘기만 하다. 서로를 비춰주면서도 함께 빛나는 ‘두 개의 태양’이 떴을 때 EPL 우승도 가까웠었기 때문이다.

손흥민과 케인은 14일(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셀허스트파크에서 끝난 12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선제골을 합작했다. 전반 23분 페널티 박스 바깥쪽 정면에서 손흥민이 내준 공을 케인이 섬세한 중거리 슛으로 마무리했다. 케인의 킥 방향을 상대 골키퍼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한 낮고 빠른 궤적의 슈팅이었다. 손흥민은 케인에게 공을 전달한 뒤 재빠르게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며 상대 수비들과 골키퍼의 시선을 분산했다. 비록 토트넘은 후반 36분 상대에 동점골을 내주며 1-1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2위 리버풀도 같은 날 열린 풀럼과 경기에서 1-1로 비기며 선두를 지킬 수 있었다.

이날 케인의 득점을 손흥민이 도우면서 역대 최고의 공격 듀오로 이름을 남길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함께 12경기를 모두 소화한 손흥민과 케인은 각각 10골 4도움과 9골 10도움을 기록 중이다. 케인의 도움 10개 가운데 무려 8개가 손흥민을 향했고, 손흥민의 도움 4개는 모두 케인을 위한 것이었다. 둘 중에 누가 득점 욕심을 부려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서 더 좋은 위치의 선수에게 패스를 풀어주는 호흡이 압권이다.


이번 시즌 전체 일정 가운데 3분의 1도 소화하지 않은 시점임을 감안하면 손흥민과 케인이 EPL 역대 최고의 공격 듀오 자리를 꿰차는 건 시간 문제다. 과연 몇 골을 합작한 뒤 시즌을 마칠 지에 관심이 쏠린다. 시너지 효과가 크기에 모리뉴 감독으로선 이처럼 위력적인 듀오가 있을 때 우승이 가능했던 뉴캐슬의 길을 따를 수 있을 거란 기대도 가능하다. 당시 시어러는 한 시즌 동안 무려 34골 13도움, 서튼은 15골 10도움을 기록했다.

두 사람은 EPL 역사상 최고 듀오 자리도 넘보고 있다. 이날 32번째 합작 골을 만들어 낸 손흥민과 케인은 첼시의 전성기를 함께 일구며 세운 프랭크 램파드(42)와 디디에 드로그바(42)의 36골에도 4골을 남겨뒀다. 램파드와 드로그바 콤비도 함께 첼시에 몸 담았던 시기(2004~12년)에 세 차례(2004~05ㆍ2005~06ㆍ2009~10시즌)의 리그 우승을 합작했다. 토트넘은 오는 17일 선두 경쟁을 다투는 리버풀과 13라운드 원정 경기를 치른다. 시어러와 호흡했던 서튼은 “토트넘은 리그 최고의 공격 듀오를 갖췄다”며 “손흥민과 케인이 있어 리버풀 수비를 공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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