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와 온라인 인터뷰 중인 마틴 김 젠지(Gen.G) 사업제휴 상무 [촬영 이상서] 제공 연합뉴스
"동양인 출신이자 여성이라는 소수자라는 점이 부각되긴 했지만, 왜 이제야 단장에 올랐는지 이상할 정도로 정말 유능하고 훌륭한 성과를 낸 인물이에요.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지만 앞으로 다양성이 더욱 강조될 거라 봅니다."
최근 MLB 화제의 중심에는 중국계 여성 킴 응(51)이 있다. 지난달 마이애미 말린스 신임 단장에 임명된 그는 북미 남성 스포츠 최초의 여성 단장이자, 110여 년 MLB 역사상 두 번째로 단장직을 맡은 아시아계 미국인이 됐다.
2013년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로 진출했던 류현진(34)의 통역과 구단 국제마케팅 업무를 담당했던 마틴 김(42) 역시 소수자였다.
MLB 30개 구단을 통틀어 5명 안팎에 불과한 한국계 직원 중 한 명이었던 그는 지난해 야구장을 떠나 글로벌 e스포츠 기업 '젠지'(Gen.G)로 옮겨 사업제휴 상무를 맡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본사에서 머무는 김 상무는 6일 연합뉴스와 온라인 인터뷰를 갖고 "미국의 국기(國技) 스포츠도 새로운 변화의 흐름에 놓였다"며 "변화에 소극적이던 야구계도 실리콘밸리 등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앞으로 다양한 인종과 성별로 구성되리라 본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구촌 모든 스포츠가 타격을 받고 있다. 리그 일정은 축소되거나 아예 취소됐고, 경기장에는 관람객을 찾아보기 힘들어졌다. e스포츠는 이런 칼바람에 비껴간 거의 유일한 종목이다.
그는 "코로나19의 큰 영향이 없었던 게 사실"이라며 "라이브 행사 등 큼직한 이벤트를 열지 못해 입장 수익이 줄긴 했지만 적어도 리그는 차질없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이어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전체 게임 시장은 소폭 성장했다고 보고 있다"며 "ESPN 등 현지 스포츠 채널에서 경기 중계에 나서며 신규 고객을 유치할 기회도 생겼다"고 설명했다.
다만 코로나19로 시장 환경이 이렇게 급변하리라 예상하고 이직한 것은 아니라고 했다.
"다저스에서 8년 동안 일하면서 좋은 추억과 경험을 많이 쌓았어요. 그러나 한 세기가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산업이다 보니 시스템은 안정적이었지만 동시에 정체 시기가 왔다고 판단했어요. '내 힘만으로 큰 변화를 가져오진 힘들겠구나'라는 한계도 느꼈고요."
그는 "반면 e스포츠는 여전히 성장 중"이라며 "야구와 e스포츠는 많은 부분이 달랐다"고 말했다. 경기당 시간이 세시간이 넘고 40대 이상 중장년층을 고객으로 삼은 야구와 단시간에 승부가 나고 20대 전후의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게임은 공통점을 찾기가 더 힘들었다고 했다. 다저스 시절과 마찬가지로 김 상무는 젠지에서도 한·미를 잇는 가교 구실을 맡고 있다.
두 달에 한두 차례는 꼭 한국에 들렀지만 2월 출장을 끝으로 비행기를 타기가 어려워졌다.
그는 "알다시피 미국, 특히 LA는 한국보다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며 "4월부터 재택근무에 들어가 몇 달째 출근은 물론이고 사람 만나는 일을 거의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코로나19의 3차 대유행이 시작된 캘리포니아주의 누적 확진자는 126만 명이 넘고 총 사망자는 2만 명에 이른다.
그는 "한국은 커녕 부모님이 계신 필라델피아도 찾지 못했다"며 "단골집이던 LA 한인 타운의 작은 가게가 문을 닫는 모습을 보니 가슴이 아팠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10살 때부터 미국 필라델피아에서 12년을 살았다. 이어 캘리포니아로 넘어가 20년 가까이 보냈다. 한국에서 나고 자라지는 않았지만 부모님은 늘 한국어로 대화하고 한글을 쓰라고 권했다.
"아버지 고향인 강원도 강릉을 3년에 한 번씩 꼭 찾았어요. 동해처럼 조용하고 평화로운 모습이 제가 그리는 한국의 모습이죠. 세계 어느 곳을 다녀봐도 산과 바다, 소나무가 한눈에 들어오는 풍경을 보지 못했습니다."
그는 "야구나 축구 등 전통 스포츠가 그랬듯 언젠가 사람들이 e스포츠 경기 결과와 선수를 주제로 대화를 나누는 날이 올 것"이라며 "미래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서 많은 방안을 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