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르헨티나 국민들 시신 안치된 대통령궁에 몰려
▶ 추모객들 ‘국민영웅’에 마지막 인사하며 작별
마라도나 시신이 안치된 아르헨티나 대통령궁에 추모인파들이 몰려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로이터]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대통령궁 일대가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려는 팬들도 가득 찼다.
26일(현지시간) 마라도나의 시신이 안치된 대통령궁 카사 로사다 주변에는 수만 명의 추모 인파가 3㎞ 넘게 줄을 늘어섰다고 아르헨티나 언론과 EFE통신 등이 보도했다.
아르헨티나인들은 전날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60세 나이에 세상을 뜬 마라도나와 작별 인사를 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도심의 카사 로사다로 몰려들었다.
오전 6시 조문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밤부터 카사 로사다 앞에서 자리를 잡고 기다린 팬들도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줄은 더욱 길어졌다.
아르헨티나 일간 클라린의 생중계 영상엔 인근 도로에서부터 줄을 서서 기다린 조문객들이 커다란 검은 리본이 걸린 카사 로사다에 차례로 들어서는 모습이 담겼다.
내부엔 아르헨티나 국기와 등번호 10번이 적힌 유니폼이 덮인 고인의 관이 놓여있고, 추모객들이 그 앞을 지나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성호를 긋거나 힘차게 손뼉을 치기도 하고, 유니폼이나 꽃을 던지면서 키스를 날리기도 했다. 눈물을 흘리며 마라도나의 이름을 외치는 팬도 있었다.
목발을 짚은 채 일찌감치 빈소를 찾은 팬 나우엘 델리마(30)는 AP통신에 “그(마라도나)는 아르헨티나를 전 세계에 알려지게 했다”며 “우리에게 큰 기쁨을 준 위대한 사람에게 작별 인사를 하러 왔다”고 말했다.
마라도나가 뛰던 아르헨티나 축구팀 보카 주니어스의 팬인 크리스티안 몬텔리(22)는 로이터에 “마라도나를 아버지만큼 사랑했기 때문에 마치 아버지를 잃은 것 같다”며 울먹였다.
이날 일반 조문객을 맞기에 앞서 가족과 지인들이 먼저 고인을 배웅했다.
전 부인과 자녀들, 그리고 아르헨티나가 우승한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고인의 팀 동료를 비롯한 축구선수들도 참석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도 부인과 함께 관저에서 헬기를 타고 카사 로사다에 도착해 조문했다.
그는 현지 라디오 인터뷰에서 “(고인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고맙다는 것뿐이다. 국민에게 이렇게 기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또 얼마나 될까. 고맙다고 말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고 일간 라나시온은 전했다.
이날 아르헨티나 안팎의 언론은 “신이 죽었다” “이제 신이 하늘로 갔다”는 등의 헤드라인으로 ‘축구의 신’을 추모했다. 마라도나는 ‘신’을 뜻하는 스페인어 ‘디오스’(Dios)에 등번호 10을 넣어 ‘D10S’로 불렸다.
국민 영웅을 배웅하려는 팬들의 열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공포도 넘어섰다.
아르헨티나 정부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전 국민 격리를 장기간 시행해 왔지만, 마라도나 추모 인파를 막지 않았다.
이날 대통령궁 앞에 모여 고인을 추모한 팬 중엔 마스크 없이 노래하거나 술을 마시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당국은 카사로사다에 총 100만 명의 추모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팬들의 인사를 받은 후 마라도나는 먼저 세상을 뜬 부모가 잠들어있는 부에노스아이레스 근교 공원묘지에 안장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