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6년 전 건립된 스포츠 역사·문화 현장…박찬호 최희섭 류현진 임창용 등 한국 출신들과도 인연 깊어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미 프로야구(MLB) 시카고 컵스의 홈구장 리글리필드가 미 국립 사적지(NRHP)로 이름을 올렸다.
데이비드 번하트 미국 내무장관은 19일, 1914년 건립된 시카고 리글리필드를 NRHP에 등재한다고 발표하면서 "시카고 시와 미국 프로 스포츠 역사 및 문화에 중대한 역할을 했다"고 소개했다.
번하트 장관은 "리글리필드의 역사적 의미는 미국의 서사와 섬세히 얽혀있다"며 "지난 106년에 걸쳐 '미국인들에게 사랑받는 과거'의 핵심적인 일부가 되었다"고 말했다.
톰 리케츠 컵스 구단주는 "리글리필드는 세대를 넘어 모든 야구팬들의 마음 속 깊이 자리잡고 있는 특별한 장소"라며 "미국의 국보가 될 만한 곳"이라고 기쁨을 표현했다.
리글리필드는 1914년 4월 위그먼 파크(1914~1920)로 문을 열었고, 컵스 파크(1920~1926) 시대를 거쳐 1926년부터 리글리필드로 이름을 굳혔다.
애초 페더럴리그(1914~1915) 시카고 팀 홈구장으로 지어졌으나 페더럴리그가 단명하면서 내셔널리그(1876년 출범) 원년 멤버인 컵스가 창단 40주년을 맞은 1916년부터 홈구장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MLB닷컴에 따르면 1921년부터 1970년까지는 미 프로풋볼(NFL) 원년 멤버인 시카고 베어스의 홈구장을 겸하기도 했다.
리글리필드는 1912년 개장한 보스턴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에 이어 미국에서 2번째로 오래된 프로 야구장이며, 내셔널리그 소속 팀 구장 가운데는 최고 역사를 자랑한다.
리글리필드는 벽돌 펜스와 담쟁이 넝쿨, 수작업 전광판, 매 경기 승패를 알려주는 청·백기 게양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7이닝이 끝나면 관중 모두가 일어서서 스트레칭을 하며 '야구장에 데려가 줘'(Take me out to the ball game)라는 노래를 부르는 전통도 유명하다. 또 스탠드 뒤편에 다과 부스를 설치하고 장내에서 오르간 연주로 팬들의 흥을 돋운 최초의 야구장이기도 하다고 시카고 abc방송은 전했다.
리글리필드는 시카고 시의 '역사적 건축물(landmark)'로 지정돼 오랫동안 건물 개보수는 물론 광고물 설치도 엄격히 제한되다가 2012년 규제가 대폭 완화돼 2014년부터 4년에 걸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시행했다.
리글리필드에서 펼쳐지는 경기는 1925년부터 라디오를 통해, 1946년부터는 TV를 통해 중계됐다.
이 곳에서는 MLB 역사에 남은 명장면도 수없이 연출됐다. 1917년 컵스 소속 제임스 히포 본(1888~1966)과 신시내티 레즈 소속 프레디 토니(1888~1953)의 '더블 노 히터', 1932년 뉴욕 양키스 소속 베이브 루스(1895~1948)의 '예고 홈런'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 출신 메이저리거들과의 인연도 깊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 박찬호(47)는 1994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입단한 지 2년만인 1996년 4월 6일 리글리필드서 첫 승을 거뒀다.
한국인 최초의 MLB 타자 최희섭(41)은 컵스 1루수 겸 4번 타자로 활약하던 2003년 6월 7일 리글리필드서 열린 뉴욕 양키스전에서 내야 플라이를 잡으려다 투수 케리 우드와 부딪혀 쓰러지며 뇌진탕으로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지는 큰 사고를 당했다.
류현진(33)은 다저스에 입단한 첫 해인 2013년 8월 2일, 리글리필드에서 10승 기록을 썼다.
또 임창용(44)은 그로부터 한 달 뒤인 2013년 9월 7일 리글리필드서 열린 컵스 대 밀워키 브루어스 경기에 컵스 유니폼을 입고 등판해 MLB 데뷔전을 치렀다.
미국은 1966년부터 국가적으로 보전할 가치가 있는 건물과 사적지 등을 NRHP로 지정하고 있으며, 현재 약 2천600곳이 목록에 올라있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프로 야구장 펜웨이파크는 건립 100주년을 맞은 지난 2012년 NRHP에 등재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