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범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는“파킨슨병 약이 효과적인데도 불구하고 인터넷 등에서 공포심을 조장해 약을 거부하는 환자가 적지 않아 안타깝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몸이 저절로 떨리고, 움직임이 느려지고, 팔다리가 뻣뻣해진다. 파킨슨병의 3대 증상이다. 파킨슨병은 치매 다음으로 흔한 뇌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2014년 9만6,673명에서 2017년 11만5,679명으로 3년 새 20%가량 늘었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파킨슨병 환자의 99% 이상이 50대 이상이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을‘황혼의 불청객’으로 부른다. 문제는 대부분의 환자가 파킨슨병을 제대로 알지 못해 1~2년 이상 방치한다는 점이다. 파킨슨병을 늦게 치료할수록 약물 효과가 떨어지고 증상이 악화되기 쉽다.
‘파킨슨병 치료 전문가’인 고성범 고려대 구로병원 신경과 교수를 만났다. 고 교수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오랫동안 쓰이고 있는 ‘레보도파’는 약효가 좋고 안전한데 인터넷 등에서 잘못된 공포심을 조장해 약을 먹지 않으려는 환자가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파킨슨병을 어떻게 진단하나.
뇌에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을 분비하는 특정 신경 세포들이 점점 죽으면서 움직임 장애를 일으키는 병이다. 파킨슨병 환자가 전 인구의 1,000명당 1~2명 정도로 발생한다. 하지만 60세가 넘으면 1~2% 정도가 이 병에 노출돼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병) 다음으로 흔한 퇴행성 뇌 질환이다.
하지만 파킨슨병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을 정확히 확진할 수 있는 검사법도 아직 없다. 환자 병력ㆍ증상ㆍ진찰 소견ㆍ치료 반응 등을 종합해 진단한다. 몸이 떨리고, 움직임이 느려지거나, 팔다리가 뻣뻣해지는 경직 현상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몸이 엉거주춤하게 굽게 되고, 기억력 장애, 우울증, 수면 장애, 기립성 저혈압 등이 동반된다. 특히 몸이 떨리는 증상은 파킨슨병 환자의 70%에서 나타날 정도로 가장 흔하다.
-파킨슨병은 다른 질병과 혼동하기 쉬운데.
파킨슨병은 비교적 증상이 특징적이기는 하지만 초기에는 특정 증상이 나타나지 않거나 구분하기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파킨슨병이 한참 진행된 뒤에야 진단될 때가 많다. 파킨슨병의 초기 증상은 전신 피로와 권태감, 팔다리 통증 등이다. 그런데 이런 증세는 관절염이나 오십견, 신경통, 우울증 등으로 오해하기 쉬워 환자가 증상을 인식하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칠 때가 적지 않다.
파킨슨병 환자의 70%가 뇌졸중 치료를 받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손을 떨거나 발이 끌리는 등의 증상이 파킨슨병 초기에는 몸 한쪽 편에만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러나 뇌졸중과 달리 파킨슨병은 한쪽 마비 증상이 2년 정도 경과한 뒤에 반대쪽에도 나타난다. 뇌졸중으로 인한 마비 증상은 힘이 감소하면서 나타나지만 파킨슨병은 운동 속도가 느려질 뿐이지 힘은 정상적으로 유지된다.
-파킨슨병을 완치하는 약이 아직 없는데.
완치하는 치료제는 없지만 뇌 속에 부족해진 도파민을 약물로 보충하는 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에는 도파민 전구 약물(레보도파)이 주로 쓰인다. 체내에 들어가면 도파민으로 전환돼 환자의 운동장애가 호전된다. 이 약은 투여 후 2~3년 동안은 효과가 아주 좋다. 그래서 ‘허니문 기간’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이 약도 한계가 있어 5년 이상 먹으면 같은 양을 먹거나 복용량을 늘려도 약효 발현 시간이 짧아진다. 약을 먹어도 1~2시간 지나면 상태가 다시 악화되거나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춤을 추듯이 몸이 흔들리는 ‘이상운동항진증’이 나타나기 쉽다. 떨림ㆍ경직ㆍ통증 등이 빈번해지고, 불안 장애ㆍ공황ㆍ우울증으로 인한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러면 뇌 조직 일부를 수술로 제거하거나 도파민 호르몬 부족으로 인해 잘못 작동되는 신경 회로에 가는 전극을 꽂아 전기 자극을 가함으로써 오작동을 막는 ‘뇌심부자극술’을 받아야 한다. 비교적 안전하고 간단한 수술이다. 수술 당일 식사와 운동이 가능할 만큼 후유증이 거의 없고 회복도 아주 빠르다.
-파킨슨병이 우울증도 유발하는데.
파킨슨병은 오래 앓을수록 상태가 점점 나빠진다. 수술을 하더라도 수술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수술 초기에 상태가 많이 호전됐더라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지나면 상태가 악화되거나 다른 합병증이 생길 수 있다. 그러면 약물이나 삽입한 전기자극기를 조절하는 등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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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