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대저택에 남아있는 죽은 첫 부인의 망령…

2020-10-30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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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새 영화 ‹레베카› (Rebecca) ★★½ (5점 만점)

▶ 히치콕 스릴러 리메이크, 미시즈 댄버스 역 빼고 연출 등 원작에 못 미쳐

대저택에 남아있는 죽은 첫 부인의 망령…

맥심 드 윈터와 그의 새 부인이 사랑의 시간을 즐기고 있다.

대저택에 남아있는 죽은 첫 부인의 망령…

맥심 드 윈터 역의 로렌스 올리비에와 그의 새 부인 역의 조운 폰테인.


알프레드 히치콕이 미국으로 건너와 만든 첫 작품의 리메이크로 원작은 대프니 뒤 모리에의 소설이다. 흑백인 히치콕의 영화는 그의 유일한 오스카 작품상 수상작이기도 한데 촬영상도 함께 받았다. 이 영화에는 로렌스 올리비에와 조운 폰테인이 주연하고 중요한 조연인 미시즈 댄버스 역은 주디스 앤더슨이 맡아 차가운 비수 같은 매서운 연기를 보여준다.

넷플릭스가 만든 리메이크를 보면서 느낀 점은 왜 히치콕의 고전 명작을 리메이크 했느냐는 물음이었다. 젊은 층을 위해 만든 것 같은데 그래서 컬러로 만들었지만 이것은 오히려 로맨틱 심리 미스터리 스릴러인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는데 저해가 되고 있다. 그뿐 아니라 리메이크는 두 남녀 주인공 역의 아미 해머와 릴리 제임스의 콤비네이션과 연기는 물론이요 연출과 분위기 등 모든 면에서 히치콕의 영화에 훨씬 뒤진다. 해머와 제임스보다 나은 것은 미시즈 댄버스 역의 크리스틴 스캇 토마스의 연기.

1930년대 후반. 몬테 칼로에 여행 온 귀족가문의 침울한 부자 홀아비 맥심 드 윈터(해머)는 호텔에서 소심하고 수줍은 여자(제임스)를 보고 첫눈에 반한다. 맥심과 신분이 다른 여자도 그를 좋아해 둘은 단숨에 서로에게 마음을 준다. 여자는 부자 마님의 길동무와 말동무로 여행 온 것.


맥심은 여자에게 구혼하고 둘은 결혼해 영국 남서부 해안에 있는 맥심의 대저택 맨덜레이로 온다. 여자는 맥심의 두 번째 부인이 된 것으로 첫 번째 부인의 이름이 레베카다(그러나 레베카는 화면에 안 나온다). 드 윈터 부인을 맞는 사람이 맨덜레이의 여 집사 미시즈 댄버스(스캇 토마스). 그런데 미시즈 댄버스는 새 부인을 차갑고 거의 적대적으로 대한다.

그 이유는 미시즈 댄버스는 레베카와 절친했던 사이로 아직도 죽은 레베카에 집념하면서 레베카의 침실과 의상(레베카의 잠옷에는 R자가 박혀 있다)과 장식품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맨덜레이는 레베카의 보이지 않는 존재가 지배하고 있는데 미시즈 댄버스는 툭하면 새 부인에게 레베카의 아름다움과 세련미를 칭찬하면서 당신은 결코 레베카를 대체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드 윈터 부인이 남편에게 레베카에 관해 얘기하면 맥심은 화를 벌컥 내면서 아내의 말을 무시한다. 그래서 드 윈터 부인은 남편이 아직도 레베카를 사랑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라앉았던 배가 떠오르고 그 안에서 레베카의 사체가 발견되면서 레베카의 과거가 밝혀진다. 그제야 비로소 맥심은 아내에게 자신의 불행했던 결혼 생활을 고백하면서 레베카의 죽음에 관해서도 그 이유를 알려준다. 리메이크는 겉으로는 화사하나 속은 빈 강정으로 도무지 신선미가 없다.

벤 위틀리 감독.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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