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화한 기량으로 6∼7주차 댈러스·시애틀 연파
NFL 한국계 쿼터백 카일러 머리(23·애리조나 카디널스)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애리조나는 6주 차(20일) 경기에서 전국구 인기 팀인 댈러스 카우보이스를 38-10으로 완파한 데 이어 7주 차(26일) 경기에선 리그 정상급 쿼터백인 러셀 윌슨이 버티는 시애틀 시호크스를 연장 접전 끝에 37-34로 따돌렸다.
6주 차에선 댈러스의 주전 쿼터백 닥 프레스콧이 부상으로 빠졌기에 무난하게 승리할 수 있었다고 해도 7주 차 시애틀전은 달랐다.
시애틀은 그전까지 5전 전승을 질주했다. 리그 9년 차 쿼터백인 윌슨은 올 시즌 가장 강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독보적인 활약을 펼치고 있었다.
애리조나는 그런 시애틀을 상대로, 더욱이 4쿼터 한때 24-34, 10점 차 열세였음에도 이를 뒤집고 승리를 거머쥐었다. 머리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머리는 터치다운 패스 3개를 포함해 360패싱야드를 던졌고, 직접 발로 뛰어 러싱 터치다운 1개를 성공시켰다.
‘NFL 리서치 어카운트’에 따르면 머리는 러셀을 상대로 4쿼터 10점 차 이상의 열세를 뒤집고 승리한 두 번째 쿼터백이 됐다.
다른 한 명은 NFL 역대 최고의 쿼터백으로 꼽히는 톰 브래디(탬파베이 버커니어스)다.
브래디는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 시절인 2015년 2월 제49회 슈퍼볼에서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연출하고 ‘뉴잉글랜드 왕조’를 열었다. 지난 시즌 ‘올해의 신인 공격수’ 상을 받은 머리는 2년 차인 올 시즌인 한층 진화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리그 최고의 와이드리시버 디안드레 홉킨스의 가세, 한층 보강된 오펜시브 라인이 머리의 성장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지난 시즌 5승 1무 10패에 그쳤던 애리조나는 올 시즌에는 5승 2패로 순항하고 있다. 머리는 미국 프로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NFL과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모두 1라운드에 지명된 선수다.
애리조나 팬들에게는 ‘구원자’로 대접 받고 있고, 리그 전체적으로도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선수다.
많은 NFL 전문가들은 머리가 패트릭 머홈스(캔자스시티 치프스), 라마 잭슨(볼티모어 레이번스) 등과 같이 리그를 대표하는 차세대 쿼터백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한다.
머리는 외할머니가 한국인인 한국계 미국인이다. 그래서인지 인스타그램 자기 소개란에 ‘Green light’와 한국 ‘초록불’을 나란히 적어뒀다. 머리가 자신의 몸에 한국인의 피가 흐른다는 걸 내세운 건 한두 번이 아니다.
머리는 6주 차 댈러스전을 앞두고 ‘KOREA’가 크게 쓰인 오렌지색 후드티를 입은 원정 패션으로 또 한 번 주목을 받았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언제가 가족과 함께 한국을 가고 싶다”고 말하는 머리의 활약에 눈길이 더욱 가는 것은 그래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