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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들려오는 ‘삐’ 소리… 이명 원인 다양해요

2020-10-27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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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할 경우 불면증·우울증에 이를 수도

▶ 보청기 착용하고 약물 통해 치료

“어디선가 갑자기 ‘삐~’ 하는 소리나 벌레 우는 소리, 바람ㆍ휘파람ㆍ물ㆍ맥박 소리가 들리는데 주변 사람들은 듣지 못한다고 해요.” 이런 경우라면 ‘귀울림’이라고도 하는 ‘이명(耳鳴ㆍTinnitus)’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명은 정상인의 95% 이상이 일생에 한 번 이상 경험하며, 전 인구의 17%가 겪는다. 이명이 심각해져 5% 정도는 병원을 찾아야 할 정도로 고통을 받는다.

이명은 외부의 소리 자극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귓속이나 머릿속에서 소리가 들린다고 느끼는 질환이다. 내이(內耳)ㆍ청신경ㆍ뇌 등의 소리를 감지하는 신경 경로와 이와 연결된 신경 통에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한 비정상적인 과민성이 생기는 현상이다. 이명이 심하면 땀이 나고 가슴이 두근두근하고 불안해지면서 불면증과 우울증에 이를 수 있다.


임기정 고려대 안암병원 이비인후과 이명클리닉 교수는 “TVㆍ라디오가 망가지면 잡음이 생기는 것처럼 우리 몸의 청력세포ㆍ청각신경ㆍ뇌신경이 손상이나 노화가 되면 망가진 신경에서 오반응이나 잡음이 생기는 것이 이명”이라며 “이명으로 불편함을 느낀다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명의 가장 흔한 원인은 소음에 의한 내이 손상이다. 음악가ㆍ조종사처럼 큰 소리에 지속적으로 노출돼 내이 손상을 입을 수 있다.

교통사고나 머리 외상을 입었을 때도 내이가 손상돼 이명이 나타날 수 있다. 아스피린ㆍ스트렙토마이신ㆍ네오마이신ㆍ카나마이신ㆍ푸로세마이드 등의 약을 복용해서 이명이 발생하기도 한다.

메니에르병이나 청신경에 생긴 종양이 이명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극히 드물지만 이명증 환자에 대해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이나 뇌간 유발 검사 등을 시행한다.

이 밖에 혈관성 이명도 있다. 중이(中耳)와 내이는 경정맥과 경동맥이란 두 개의 굵은 혈관이 인접해 있다. 그러기에 귀에서 맥박이 뛰는 소리나 ‘쉭쉭’ 하는 피가 혈관을 지나가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나이가 들면서 혈관 벽이 두꺼워졌거나, 혈관이 꼬이거나, 혈관 벽에 혹이 자라거나, 열이 심하거나, 중이 내에 염증이 생기거나, 심한 운동을 한 뒤에 혈관성 이명이 나타날 수 있다.

근육성 이명은 중이의 이소골에 부착된 작은 근육에 경련이 있거나, 이관(耳管)에 연결된 근육에 경련이 있을 때 나타난다. 규칙적인 수축에 의해 귀 안에서는 ‘딱딱’하는 반복되는 소리가 들릴 수 있다. 이 소리는 불편감을 조금 느낄 수 있지만 나쁜 현상은 아니고, 특별히 치료하지 않아도 대부분 호전된다.


이명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 보청기를 사용한다.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력이 증가하고 이명이 줄어든다. 특히 청력이 소실된 이명증 환자에게 효과적이다.

이명차폐기(Tinnitus masker)를 사용하기도 한다. 특정한 장치를 통해 외부에서 신경을 거스르지 않을 정도의 음을 지속적으로 들려줌으로써 이명을 느끼지 않게 하는 장치다.

약물도 쓰인다. 이명을 줄이거나, 이명에 따른 우울ㆍ불안ㆍ수면 장애를 줄여 주는 약제, 내이의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약제 등이 사용되고 있으며 많은 약제가 개발되고 있다.

이명으로 인한 불안감을 줄여 주기 위해 ‘이명 재훈련 치료(Tinnitus Retraining Therapy)’도 시행한다. 환자 자신이 이명을 인식하지 못하게 하고 이명과 연관된 불쾌감 및 불안감을 덜어 내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오승하 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이명 치료는 이명 자체를 없애기보다 이명과 더불어 불편하지 않게 살아가게 하는 것”이라며 “이명 자체가 완전히 사라지지 않더라도 이명에 적응하고 불편 없이 지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치료가 바로 이명 재활 프로그램”이라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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