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천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만혼과 늦은 출산이 늘면서 난임 환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데, 임신에 성공하려면 주기적으로 난소기능을 점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일산차병원 제공>
갈수록 혼인ㆍ출산 연령이 높아지면서 난임 환자도 늘어나고 있다. 여성의 경우 나이가 들수록 난소 기능이 떨어지고, 이 때문에 임신하기 어려워진다. 그런대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임에도 난소 기능이 떨어진 경우가 있다. 난소 기능 저하는 동일 연령 대비 난소 기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를 말한다. 전체 난임 환자의 5~20%를 차지한다. 이러한 난소 기능 저하는 한 번 발생하면 회복이 불가능하기에 미리 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난임 치료 전문가’인 이학천 일산차병원 난임센터 교수는“난소 기능 저하는 개인이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당장 임신이나 출산 계획이 없더라도 주기적으로 난소 기능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난소 기능이 떨어지는 이유는.
난소 기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나이’다. 여성은 200만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고 나이가 들면서 난자 수가 줄어든다. 사춘기에 30만~50만개로 줄어들고 그 이후에도 꾸준히 감소한다. 특히 35~37세부터 난자 수가 급속히 줄면서 난소 기능 저하가 생기게 된다. 대한가임력보존학회에 따르면 여성의 가임력은 20대 중반에서 30대 초반에 최고점에 달한 뒤 35세 이후부터 급격히 줄어들고, 40세 이상의 여성의 임신 가능성은 5% 정도로 매우 낮은 편이다. 가임력 저하는 난소 내의 난자 수 감소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난소 기능이 크게 저하된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음주나 흡연, 피임약 복용, 비타민D 감소, 불규칙한 생활습관 등 환경적 요인이 원인으로 꼽힌다. 이밖에 조기 검진으로 난소 질환이 발견돼 난소종양 수술을 받거나 다른 암을 치료하기 위해 방사선이나 항암 치료를 받으면서 난소 기능저 하가 생길 수 있다.
-난소 기능 저하를 어떻게 확인할 수 있나.
난소 기능은 저하되면 회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따라서 난소 기능이 떨어지기 전에 자신의 난소 기능을 미리 진단하는 것이 필요하다. 생리량이 줄거나, 생리 주기가 불규칙해지거나, 생리가 없어지는 증상을 통해 난소 상태를 가늠할 수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없을 때에 난소 기능 저하가 더 흔히 나타난다. 그러므로 난소 기능 검사로 정확한 난소 상태를 파악해야 한다.
난소 기능 검사는 혈액과 초음파 검사로 이뤄진다. 간단한 채혈만으로 진행되는 ‘항뮬러관호르몬(AMH) 검사’로 배란 가능한 난포 수를 예측할 수 있다. AMH 검사는 난소에 저장된 원시난포가 많을수록 높다. 원시난포는 25세 때 정점에 도달한 뒤 지속적으로 줄어들다가 폐경 후에는 아예 검출되지 않아 나이에 따른 가임력 감소를 가장 잘 반영해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생리 시기에 상관없이 어느 때라도 검사를 받을 수 있기에 병원에 갈 시기를 따로 조정할 필요는 없고, 결과는 이틀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초음파 검사는 생리 시작 후 2~3일째 양쪽 난소에서 성장을 준비 중인 작은 난포의 개수를 관찰한다. 검사 시간은 5~10분, 당일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 수검자의 부담이 작다. 의학적으로는 생리 초기에 초음파 검사에서 양쪽 난소의 난포 개수가 5개 미만이고, 수치가 1.2 ng/mL 이하라면 난소 기능 저하로 진단한다.
-난소 기능 저하일 때 어떻게 임신하나.
난소 기능 저하인 여성은 빠른 임신을 고려하고, 배우자가 없는 여성은 향후 시험관아기 시술을 위해 난자의 냉동 보관을 생각해 볼 수 있다. 난소종양 수술이나 항암 치료 등이 예정돼 있거나, 미리 난소 기능 검사를 통해 난소 상태를 파악해 치료 후 난소 기능에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예측되면 난자를 냉동 보관하기도 한다.
또 시험관 아기 시술 시에 배아를 모아 이식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을 10% 이상 높일 수 있다. 이 밖에 난자세포 질 내 정자주입술, 보조부화술 등 맞춤형 진료를 통해 임신을 시도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치료 의지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에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 난소 기능이 떨어진 여성의 임신 성공률이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먼저 수정률이 떨어지는 환자군과 고령의 난임 환자 중 난자 세포막이 약하다면 피에조(Piezo)시스템을 적용해 임신 성공률을 높이고 있다. 일산차병원 난임센터에서 국내 최초로 도입한 피에조시스템은 미세수정법을 이용해 체외수정을 시도하는 난임 환자 중 수정이 잘 되지 않거나, 난자가 약해 정자를 주입할 때 난자가 손상을 입을 수 있으면 전기자극으로 난자를 활성화하고, 물리적 자극을 최소화해 수정이 되도록 돕는 시스템이다.
또 타임랩스시스템도 임신 성공률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타임랩스시스템은 시험관 아기 시술 시 배아의 발달 과정을 컴퓨터와 연결된 모니터로 관찰할 수 있는 최첨단 배양시스템이다. 카메라가 내장된 특수 인큐베이터시스템을 통해 배아를 실시간 관찰해 가장 좋은 상태의 배아를 선별한 뒤 자궁 내 이식을 가능하게 함으로써 임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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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