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이어폰을 사용할 때는 전체 볼륨의 50% 이하로 들어야 난청에 노출되지 않는다”고 했다. [분당서울대병원 제공]
블루투스 이어폰을 끼고 버스ㆍ지하철을 이용하거나 거리를 걷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는 동안 우리 귀가 심각하게 혹사당하면서‘난청’을 호소하는 젊은 사람도 크게 늘었다. 난청은 더는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 젊은 사람도 많이 걸리는 질환으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난청 치료 전문가’인 송재진 분당서울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를 만났다. 송 교수는“이명, 두통, 어지럼증,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우울증, 치매 등 수없이 많은 증상을 동반하는 난청은 초기에 치료할수록 회복될 확률이 높다”며“인공와우나 보청기 등이 발전하고 있기에 난청으로 진단되면 나이와 관계없이 곧바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난청이 생기는 이유가 다양한데.
“귀는 외이ㆍ중이ㆍ내이로 이루어져 있다. 외이는 귓바퀴에서 고막까지, 중이는 고막에서 달팽이관 입구까지, 내이는 소리를 듣는 달팽이관과 몸의 균형을 담당하는 전정기관으로 구성돼 있다. 세 부분 가운데 어느 한 곳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소리를 잘 들을 수 없게 된다(난청).
난청은 크게 ‘전음성 난청’과 ‘감각신경성 난청’ 두 종류로 나뉜다. 전음성 난청은 소리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로 발생한다. 즉,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가 외이와 고막, 이소골을 통해 달팽이관으로 전달될 때 생긴 문제가 원인이다. 귓구멍이 막혀 있어 외이도가 없거나 혹은 매우 좁거나, 중이염으로 소리 전달기관이 제 기능을 못 하거나, 이소골에 문제가 있다면 적절한 수술법을 택해 소리를 달팽이관까지 안전하게 전달할 수 있도록 치료하면 된다.
감각신경성 난청은 달팽이관이나 청각신경에 문제가 생겨 발생한다. 즉, 음향학적 신호가 청각신경에서 처리될 수 있는 신호로 바뀌어 뇌에 전달될 때 이상이 생긴 것이다. 전음성 난청보다 다양한 이유로 발생한다. 소음으로 달팽이관 속에 있는 세포ㆍ신경이 손상되거나, 달팽이관ㆍ신경이 기형이거나, 나이 들면서 기능이 떨어지거나, 자가면역으로 내이기관이 손상되는 등의 원인으로 나타난다.”
-고령인의 질환으로 불리는 난청이 젊은이에게도 늘고 있는데.
“청력이 갑자기 떨어지는 ‘돌발성 난청’ 환자가 2015년 7만1,411명에서 2019년 9만471명으로 4년 새 26.7% 증가했다. 나이대별로 살펴보면 50대가 가장 많았지만 40대 이하 환자도 절반 가까운 45.3%나 된다. 최근에는 개인용 음향기기 사용이 늘면서 젊은이들 가운데 소음성 난청 환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난청을 처음으로 진단받는 연령도 점점 낮아지면서 ‘젊은’ 난청이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돌발성 난청의 일종으로 저주파 음역대의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급성 저주파 감각신경성 난청’의 경우 20~30대 여성이 환자의 절반가량이나 된다. 이런 난청은 10% 정도가 메니에르병(발작성 어지럼증, 난청, 이명, 귀가 먹먹한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으로 악화할 수 있다. 발병 원인이 불명확한 급성 저주파 감각 신경성 난청이 생기면 달팽이관 내에 생기는 염증으로 귀를 솜으로 막은 듯이 소리가 먹먹하게 들린다. 다행히 스테로이드 계열 약이나 이뇨제 등으로 치료하면 70~80% 정도가 회복된다.”
-‘젊은’ 난청이 점점 늘어나는 이유는.
“이전에 젊은 연령층에서 나타난 난청은 유전성 난청이거나 소음이 많은 직업 환경에서 근무하는 사람의 소음성 난청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큰 소음에 장시간 지속적으로 노출돼 발생하는 소음성 난청이 점점 젊은 연령층에서 증가하고 있다. 이어폰의 장시간 사용, 공연장이나 클럽 같은 곳에서 큰 소음에 노출되기 쉬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영향으로 인해 젊은 연령, 나아가 중ㆍ고교생에게도 난청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난청 때문에 생기는 부정적인 영향이 많다는 점이다. 우선 어릴 때 난청이 되면 언어를 제대로 습득하지 못해 정상적으로 성장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난청도 대뇌ㆍ인지 기능 발달, 학업 성적 등에 악영향을 미친다. 최근 분당서울대병원과 충북대병원의 공동 연구에서도 군 입대를 하기 위해 받은 신체검사(19세)에서 일측성 난청(한쪽 귀만 잘 안 들리는 난청)을 진단받은 경우에는 우울감과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밝혀져 정신 건강 문제도 일으키는 것으로 드러났다.”
-난청 예방ㆍ치료법을 소개하자면.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1시간에 10분 이상은 귀에 휴식할 시간을 줘야 한다. 이어폰은 하루 2시간 이상 착용하지 않아야 한다. 전체 볼륨의 50% 이하로 낮춰서 듣는 것이 좋다. 쉽게 말해 이어폰으로 소리를 들으면서 앞사람과 평상시 목소리 크기로 대화할 정도의 볼륨이면 된다.
난청 증상이 나타난다면 이른 시일 내에 청력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원인에 따라 치료법은 다양하다. 별다른 원인 없이 발생하는 ‘돌발성 난청’이나 큰 소음에 노출된 뒤 생긴 ‘소음성 난청’은 약물 치료로 좋아질 때가 많다. 돌발성 난청의 경우 조기 발견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한 응급질환이다. 심한 난청에도 불구하고 치료 시기를 놓쳐 오랜 기간 방치하면 치료해도 청각을 영구히 잃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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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