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미려한 고봉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2020-08-21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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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기 (1) Yucaipa Ridge Traverse (Galena to Little San Gorgonio)

미려한 고봉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Yucaipa Ridge Route정경.

미려한 고봉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Mill Creek 하상의 풍경.


미려한 고봉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미려한 고봉들의 자태에 탄성이 절로…

Headwall 최상단부에서 굽어 본 급경사면.


San Gorgonio Wilderness의 경계를 벗어나 서남쪽 인근에 위치한 Yucaipa Ridge에는, 맨 동쪽의 Galena Peak(9324’)에서 맨 서쪽의 Allen Peak(5795’)까지에 걸쳐 대략 12개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을 봉우리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Galena Peak(9324’), West Galena Peak(9335’), Bump 9164’, Cuchillo Peak(8868’), Wanat Peak(9056’), Little San Gorgonio Peak(9133’), Wilshire Mountain(8832’), Wilshire Peak(8683’), Oak Glen Peak(8404’), Cedar Mountain(8324’), Birch Mountain(7826’), Allen Peak(5795’)이 그 봉우리들이다.

이 12개의 봉우리 중에 West Galena, Bump 9164’, Cuchillo, Wanat, Oak Glen의 5봉우리를 제외한 7개의 봉우리가 Sierra Club의 HPS List에 올라있는 바, 이 HPS Peakbagger들은 주로 이 7개의 봉우리를 대상으로 산행을 하게 된다.


그런데 이 Peakbagger들의 산행요령을 보면, 대개는 동단의 Galena Peak만을 대상으로 독립된 산행을 하고, 나머지 6봉은 또 별도의 날을 잡아, Little SG부터 Allen까지를 한 번에 해내는 경우가 보통인 듯 하다. 나 또한 이런 요령으로 산행을 해왔다. 도전적이고 혈기왕성한 등산인들이라도 대개는 이 Yucaipa Ridge를 한 번에 종주하지 않고 이를 2회 또는 그 이상으로 끊어서 산행을 하는 이유는 아마도 다음과 같지 않을까 한다.

전 구간 11개의 봉우리를 한 번에 종주하기에는 거리(23마일)나 순등반고도(7200’)가 다소 부담스럽다는 점이다. 그러나 이를 보통의 경우처럼 두 번으로 나누어서 산행을 하면 어떻게 될까?

* Vivian Creek Trailhead에서 Headwall(Mill Creek Jump-off)을 경유하여 Galena Peak에 오르는 Route의 경우, 왕복 10마일의 거리에 3400’의 순등반고도가 되고 대개 9시간이 걸린다.

* Vivian Creek Trailhead에서 East Camp의 동쪽 Gully를 통해 Little SG Peak에 오른 다음 서쪽으로 능선을 타고 Allen Peak까지 오른 후, Bear Paw Preserve Trailhead에서 산행을 끝낼 경우에는 총 17마일에 순등반고도 5000’의 산행이 되고 대개 12시간이 소요된다. 특기해야 할 사항으로는 Yucaipa Ridge의 서쪽 끝인 Bear Paw Preserve에서 산행을 종료커나 시작하려는 경우에는 사전에 이 지역을 관리하는 ‘The Wildlands Conservancy’(909-790-3698)에 사전에 연락을 취하여 허가를 미리 받아 놓아야 한다는 점이다.

* 결국 이 두 번의 산행수치를 단순합산하면 총거리 27마일, 순등반고도 8400’로 21시간이 걸리며 총 8개 봉을 오른다.

Galena Peak에서 Little SG Peak까지의 3.5마일 구간에 대한 자세한 산행정보가 거의 없고, 이 구간을 통과하는 것이 위험하고 어렵다는 얘기가 등산인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어, 이 구간의 산행을 주저하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나의 경우도 이에 해당한다.

* 만약 Vivian Creek Trailhead를 출발하여 Headwall(Mill Creek Jump-off)을 경유하여, Galena Peak에 오른 후, Yucaipa Ridge를 타고 서쪽의 Allen Peak까지 종단하여 Bear Paw Reserve Trailhead Parking에서 산행을 마친다면, 총 23마일, 순등반고도 7200’, 대략 19시간이 걸리며, 총 11개 봉을 답파하게 된다.


나는 일찌기 Little SG Peak에서 Allen Peak까지의 구간은 양 방향에서 이미 2차례 이상 산행을 한 바 있고, Galena Peak은 3차례 올랐었는데, Galena 에서 Little SG까지의 3.5마일 구간은, West Galena Peak을 제외하면 아직 가지 못한 미답의 구간인지라 언젠가 꼭 한 번은 이 구간을 걸어보고 싶다는 소망을 가져왔다.

그러다 2019년 11월에 Sierra Club Member들이 Galena에서 Allen까지의 당일산행을 기획하여, 이의 참가여부를 물어 왔다. 그러나 산행일이 가게의 사정상 몸을 빼 내기가 곤란한 바쁜 토요일이어서 망서림 끝에 다음을 기약키로 했다. 물론 이들은 이 코스로 등산을 했고, 예상보다 산행시간이 다소 늦어지는 바람에, 대원들의 안전을 고려하여 Allen을 제외한 10개 봉을 무사히 잘 다녀왔다.

이후 나는 이 산행의 리더였던 Jason과 Sunny에게 Galena에서 Little SG까지의 구간이라도 산행을 리드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에 이르는데, 마침내 이 두 리더에 의해 2020년 5월17일로 등산일자가 잡히게 된다. ‘기대 반 우려 반’의 심정으로 Jason에게 이 루트의 난이도를 물으니, Class 3구간이 없으며, Triplet Rocks의 등산에 비하면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소회를 피력해 준다. 어느 덧 68세를 넘긴 내 나이가 다소 마음에 걸리는 상황인데, Jason의 이 말이 크게 위안이 된다.

드디어 산행일이 다가왔고, 리더인 Jason 과 Sunny를 따라 Tay, Heidi 그리고 나, 이렇게 5인이 Vivian Creek Trailhead를 설레임을 품고 힘차게 출발한다(07:14; 6080’).

곧 이어 Mill Creek 하상에 들어서서 물 흐름을 거슬러 상류로 나아가는데, 그 동안에 내린 비로, 과거에 비해 물길이 다소 달라진 듯 하다. 한 동안 부지런히 크고 작은 바위들을 피해가며 하상의 푹신한 모래밭을 걷다 보니, 이윽고 왼쪽의 깎아지른 듯 높고 험한 암벽에서 맑은 물이 흘러내리는 High Creek Falls지점에 이른다(08:49; 3.3 마일, 7560’).

우람한 하상의 바윗돌들 사이에서 주변의 험악하기 짝이 없을 암봉 암벽들의 경관을 경이롭게 바라보며 잠시 휴식을 취한 다음, 여기서는 그리 멀지 않은 Mill Creek Jump-off를 향해 걷는다. 오래지 않아 본격적으로 급경사가 시작되는 Mill Creek Jump-off의 바로 밑이라고 할 수 있을 지점에 도착한다(09:47).

Mill Creek의 남상이랄 이 지점부터의 경사각은 50도 이상이 되지 않을까 싶게 가파르다. 비탈의 지면이 단단한 흙이나 바위가 아닌 푸석푸석한 토양이라 자칫하면 100m는 족히 될 저 아래쪽으로 여지없이 굴러 내릴듯한 위기감이 느껴지는 곳이므로, 발을 옮길 때 마다 몸을 지탱키 위해 최소 1개의 트레킹폴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 크고 작은 돌들이 자칫하면 굴러내릴 수 있는 여건이라 헬맷의 착용이 권장된다.

난 이 경사면을 3번 올라갔고, 4번 내려갔던 경험이 있는데, Headwall이라고도 불리는 이 비탈은, 중앙에 Mountain Mahogany 한 그루가 달렁 서있으면서, 물고기 지느러미가 연상되게 위에서 아래로 길게 도드라져 있는 돌출부위를 기준으로, 왼쪽은 경사면의 흙색깔이 약간 불그스럼하고, 오른쪽은 연한 회색빛깔이다.

Tay와 Heidi는 먼저 왼쪽면을 오르기 시작한다. Jason과 Sunny는 오른쪽면을 오른다. 예전에는 지느러미 돌출부의 왼쪽에 바짝 붙어 오르다가 독야청정한 Mahogany를 지난 지점에서 오른쪽 경사면을 비스듬히 횡단하여 Headwall최상단에 오르곤 했는데, 오늘은 처음부터 왼쪽과 오른쪽으로 팀이 나뉘어 비탈면을 올라간다. 나는 Jason과 Sunny를 좆아 오른쪽 급경사면을 따라 오른다. Headwall최상단부를 30~40m를 남겨둔 한층 더 가파른 지점에서, 뒤에서 따라 오르는 나를 걱정해서 일까, Sunny가 뒷걸음으로 도로 내려온다. Jason은 그냥 계속 오른다. 나는 다시 Sunny를 따라 아래쪽으로 이동한다. Sunny는 Mahogany보다 더 아래쪽으로 내려온 지점에서 지느러미의 왼쪽으로 이동하여, Tay와 Heidi가 택한 루트와 유사한 방향으로 다시 올라간다. 나는 역시 Sunny를 따라 오르기 시작하여 이윽고 Headwall 최상단에 올라선다(10:26; 4.2마일, 8456’).

이 Headwall의 급사면을 우리 모두 다 오르는데 대략 40분이 걸린 셈이다. 늘 그랬듯 Headwall상단에서 아래를 굽어보니, 다소 아찔한 느낌이 들면서 동시에 이 가파른 구간을 잘 지났다는 안도감 성취감이 솟아난다. 주변의 험악한 산세와 더불어 참으로 위압적이고 거친 함몰지형이 아닐 수 없는데, 여하튼 오늘 산행의 중요한 첫 고비를 모두들 잘 넘긴 셈이다. 이제 Galena Peak(9324’)은 0.7마일 거리에 있고, 계산상으로는 868’의 고도를 올라야 한다. 매우 가파른 구간이나 위태로운 구간은 아니다. 편안한 마음으로 다소간 뒤로 처져 일행을 따라간다.

Galena Peak정상에 올라선다(11:40; 4.9마일; 9324’). 나로서는 4번째 등정이다. 남쪽으로 Mt. San Jacinto(10834’)의 수려한 자태가, 마치 바로 내 코 앞에 진열된 정교한 한 점 수석은 아닌가 싶게 앙징맞고 선연하다. 동북쪽으로는, 온갖 탐욕으로 오염된 우리네 예토의 인간계 아닌, 해맑고 성스런 천상의 정토인양 밝게 빛을 발하는 Mt. San Gorgonio(11503’)를 둘러싼 고봉들의 준수미려한 자태가 불현듯 탄성을 자아낸다.

2019년에 두 차례나 저 동북쪽의 Vivian Creek Trail상의 10000’지점에서 이 Headwall쪽의 Whitewater Gully의 바닥(8327’)까지 대략 1마일에 하강고도 1700’에 이르는, 길 없이 거친 형극의 가파른 비탈을 내려왔던 감동이 새롭게 밀려든다. 그 전인미답의 산행 역시, Jason과 Sunny가, Headwall을 올라갈 용기를 내지 못하여, 수년에걸친 HPS 281개 Peakbagging산행 중에서 마지막 1개 Galena Peak을 남겨놓은 채 마음을 졸이고 있던 어느 Sierra Club 멤버의 화룡점정일 마지막 봉의 등정을 돕기 위하여 기획하고 실행한, 참으로 고달픈 형극의 길이었고 또 참으로 훈훈한 우정의 길이었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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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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