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 구출작전 상황실서 보는 듯… 흥미진진 역사다큐

2020-08-21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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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미 대사관 인질사건’ 구출작전 상황실서 보는 듯… 흥미진진 역사다큐

카터의 이란 주재 미 대사관에 인질로 잡혀 있는 미국인들의 구출작전 ‘독수리 발톱 작전’은 참담하게 실패한다.

이란의 대학생들에 의해 점령된 테헤란 주재 미 대사관 직원들을 구출하기 위해 미국이 시도했으나 참담하게 실패한 ‘독수리 발톱 작전’(Operation Eagle Claw)에 관한 흥미진진한 기록영화다. 기록 필름들과 작전 관계자들을 비롯해 인질 및 이란 혁명에 가담했던 당사자 등 여러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사관 점령을 전후한 이란과 미국의 복잡한 관계 및 역사를 자세히 조명한 훌륭한 작품이다.

감독은 ‘와일드 맨 블루스’와 ‘아메리칸 드림’ 등 뛰어난 기록영화를 만든 기록영화의 대가 바바라 카플로 상세하고 또 기술적으로도 탁월한 작품으로 마치 작전 상황실에 앉아 브리핑을 듣는 것과도 같은 사실감이 있다. 이란 인질 사건을 다룬 잘 만든 극영화로 벤 애플렉이 주연한 ‘아고’(Argo·2012)에 못지않게 재미있고 스릴 있다.

이란 인질 사건은 마치 한편의 장편 극영화를 보는 것처럼 흥미진진한 얘기로 이 영화에서 특기할만한 것은 인질사건 당시 대통령이었던 지미 카터가 나와 당시 상황을 자세히 회상하고 있는 점. 그 밖에도 작전에 참가했던 군인들과 인질 그리고 카터의 보좌관과 이란 혁명의 중요 인사와 이란 시민 등 다양한 사람들을 인터뷰 했다. 인터뷰 대상 중 눈에 띄는 사람은 구출작전 시 미군 특공대에 잠시 억류됐던 버스승객.


영화는 1953년 미국이 뒤에서 조종한 이란의 쿠데다로부터 시작한다. 이로 인해 샤가 이란의 독재자로 군림하게 되는데 그가 후에 아야톨라 호메이니 혁명에 의해 미국으로 망명하면서 이란 미 대사관 인질 사건이 속히 해결되지 않는 빌미가 된다. 1979년 이란의 정치적 혼란과 함께 호메이니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미 대사관을 점령하고 52명의 직원들을 인질로 잡는다.

이어 이란과 미국 간의 오랜 협상과 함께 구출작전의 실패로 인한 카터의 재선 실패 및 현재 이란과 미국에서 이 사건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는지를 상세히 다루었다.

평화주의자인 카터는 인질사건을 어떻게 해서라도 평화롭게 해결하려고 노력하나 호메이니가 샤가 미국에 있는 한 인질들을 석방하지 않겠다고 공언하면서 인질사건은 1년이 훨씬 넘도록 해결을 못 본다. 후에 풀려난 인질 등 여러 명은 지지부진했던 석방협상의 장본인인 카터와 만나기를 거절했다.

마침내 미국은 1980년 4월 24일 구출작전을 실시하나 이 작전은 통신 두절과 전략의 혼란 그리고 군용기 충돌로 실패하면서 미국인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한다. 재미있는 것은 구출작전의 과정을 애니메이션으로 상세히 처리한 것. 작전 실패로 8명의 군인이 사망하고 몇 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이란의 사막에서 충돌해 파괴된 미군 헬기의 잔해는 현재 기념물로 남겨 놓고 이란 시민들의 구경거리가 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건에 대한 기억을 더욱 강하게 보강시켜주는 신선한 작품으로 한편의 훌륭한 역사의 페이지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볼 수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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