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희(왼쪽) 일산차병원 재활의학과 교수가 수술 전 유방암 환자에게 림프부종 교육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홍준표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교수가 미세 림프관과 정맥을 이어 림프액 순환을 돕는 수술을 하는 모습.[사진제공=일산차병원·서울아산병원]
암 수술 때 암세포가 림프관을 타고 전이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또는 이미 전이된 경우 주변 림프절도 함께 제거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은 겨드랑이, 자궁경부암·자궁내막암·난소암 등 부인암은 사타구니 림프절의 전부 또는 일부를 함께 없앤다. 림프절은 노폐물 운반, 면역, 체액 균형 유지 등의 기능을 하는 림프액(혈액을 제외한 세포 밖에 있는 체액)이 혈관과 나란히 림프관을 따라 순환하다 모이는 ‘정거장’. 팔·가슴 림프관은 겨드랑이, 다리 림프관은 사타구니 림프절 등에 모였다가 몸통에서 혈액으로 들어가 순환한다. 그래서 많은 림프관·림프절을 절제할 경우 림프액이 순환하지 못하고 정체돼 팔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이 발생한다. 유방암 수술 후 20%가량은 팔이, 부인암 수술 후 50%가량은 다리가 붓는다.
◇림프부종 1기는 압박치료, 2~3기는 수술 불가피
증상이 심해지면 한쪽 팔다리가 ‘코끼리 팔다리’처럼 굵어지고 변형돼 옷을 입거나 거동하기 힘들어지는 등 삶의 질이 크게 떨어진다. 상처가 나면 염증과 심한 통증이 동반되기도 한다. 수술 후 진행되는 항암 방사선 치료도 림프부종을 악화시킬 수 있다.
림프부종 1기는 압박 스타킹·붕대 등 치료로 호전된다. 하지만 2~3기는 섬유화의 진행으로 피부 등이 딱딱해져 압박치료가 효과를 보지 못하므로 미세 림프관과 정맥을 이어 림프액 순환을 돕는 수술(림프·정맥문합술) 등을 받아야 증상이 개선되는 경우가 많다.
유방암 수술로 겨드랑이 림프절을 많이 절제하면 20%가량에서 림프액이 주로 팔에 정체돼 심하게 붓는 상지 림프부종이 나타난다. 수술 직후 나타나기도 하지만 모든 치료가 끝나고 수년 뒤라도 림프액 순환정체로 갑자기 발생하기도 한다. 초기에 옷이 끼거나 무겁다, 화끈거리거나 쑤시다고 느낀다. 부종 부위에 섬유화가 진행되면 완치가 어렵기 때문에 초기 증상이 있을 때 신속하게 치료를 받는 게 좋다.
림프부종 환자는 림프액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고안된 특수 마사지(도수림프배출법), 적절한 압력 분산으로 림프 순환에 도움을 주는 특수·다중·저탄력 압박붕대법, 림프액의 흐름을 증진시켜 주는 순환촉진운동 등 복합 부종감소 치료를 받게 된다.
◇유방암-팔, 자궁경부암·난소암 등-다리에 부종
부인암 치료를 위해 사타구니 림프절을 절제할 경우 하체 림프액 순환경로가 차단돼 하지 림프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스트레스, 피부 상처 등 다양한 촉발요인에 의해 언제든지 발생 가능하다. 유방암 환자의 상지 림프부종과 마찬가지로 우선 특수 마사지, 압박붕대법 등 복합 부종감소 치료를 한다. 암 치료 후 별다른 문제 없이 지내다가 갑자기 림프부종이 발생한 경우 암의 재발·전이와 관련됐을 수도 있으므로 기저 암(진단·치료를 받은 암)의 상태도 확인하는 게 좋다.
조계희 일산차병원 암재활·림프부종클리닉 교수(재활의학과)는 “림프부종 발생 전에 교육을 받으면 환자가 림프절 제거 후 부종 예방의 중요성을 미리 알 수 있어 합병증 발생률을 낮추거나 조기 치료로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양은주 분당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는 “림프부종은 수술 후 12개월 안에 주로 발생하므로 암 관련 추적관찰 시 주기적으로 검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인암 수술 후 일부 환자는 골반저 기능장애로 요실금 등 배뇨장애가 나타날 수 있다. 골반저 케겔운동과 바이오피드백·전기 치료 등이 증상 호전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골반저근은 눈에 보이지 않고 인체에서 거의 사용하지 않는 근육 중 하나여서 약화된 골반저근을 환자 스스로 운동하기가 쉽지 않다.
조 교수는 “골반저근 바이오피드백 치료는 환자가 옷 입은 상태로 골반저근의 수축·이완 정도를 실시간 모니터링할 수 있다”며 “골반저근에 부하 운동을 할 수 있고 환자의 상태에 맞춰 근력·근지구력 강화 운동에 변화를 줄 수 있는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부종 2기는 림프·정맥 잇고 3기는 림프관 등 이식
림프부종이 발생한 암 환자들은 대부분 부종이 생긴 부위에 압박스타킹을 착용하거나 림프순환 마사지, 운동 등 재활치료를 받아 부종을 줄이는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림프부종이 심한 2~3기 환자들은 복합 부종감소 치료로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2기 림프부종 환자 등은 2.5㎝가량의 피부를 절개한 뒤 피부 1~2㎝ 아래에 있는 직경 0.3~0.6㎜의 림프관을 정맥에 이어 림프액 순환을 돕는 미세수술인 림프·정맥문합술로 효과를 볼 수 있다. 국소마취로 진행 가능하고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 부담도 적다.
서울아산병원 성형외과 홍준표·서현석 교수팀에 따르면 이 수술로 림프부종에 따른 통증·감염 등 증상이 팔은 100%, 다리는 77% 개선됐다. 비정상적으로 늘어났던 팔다리 부피도 각각 65%, 40% 줄었다. 홍 교수는 “림프부종이 심하면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고통을 주므로 재활치료가 잘 되지 않는 환자들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고 했다.
우경제 이대목동병원 성형외과 교수는 “림프부종 3기 환자의 경우 제 기능을 하는 림프관이 없어 몸의 다른 부위에서 정상적인 림프관·림프절을 채취해 림프부종이 있는 팔다리에 이식하는 수술(림프관·림프절이식술)을 고려할 수 있다”며 “림프부종은 진행성·만성 질환이므로 조기에 발견해 치료할수록 치료 효과가 높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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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