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차민영 내과
건강한 환자들이 내원하여 종종 특별한 진단이 없는데도 불구하고 평상시 불편한 점으로 더위를 지나치게 많이 느낀다거나 추위를 심하게 타는 편이라고 호소하는 경우가 있다. 또 어떤 환자들은 심장에 문제가 없는데도 평소 심장이 빨리 뛰거나 부정맥 증상이 느껴진다고 하는데 만약 이러한 경우 갑상선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갑상선은 생각보다 우리 몸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갑상선은 목 한가운데 앞으로 튀어나온 물렁뼈 아래쪽 기도 주변을 감싸고 있는 내분비선으로 갑상선 호르몬을 계속해서 분비한다. 갑상선은 어린 시절부터 우리 몸의 주요 성장과 발달, 대사 작용, 그리고 체온까지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어떤 이유로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떨어지거나 지나치게 늘어날 때 문제가 된다. 갑상선 질환은 여기서 두 가지로 나눠지는데 바로 갑상선 기능 저하증과 항진증이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은 말그대로 갑상선 기능이 떨어져 갑상선에서 호르몬이 잘 생성되지 않아 체내 갑상선 호르몬 농도가 저하되거나 결핍된 상태이다. 갑상선 자체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줄어드는 경우와 갑상선에서 호르몬을 만들도록 하는 신호에 문제가 생겨 갑상선 호르몬 생산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 갑상선 기능이 저하되면 대사작용이 떨어지게 된다. 온몸의 기능이 전체적으로 느려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만성피로감, 체중 증가, 추위를 많이 느끼는 체온변화, 변비, 서맥, 얼굴이나 손에 부종과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항진증은 갑상선 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어 갑상선 중독증을 일으키는 상태로 대사작용이 과다하게 높아지는 것이다. 이 때에는 체중 감소, 손 떨림, 부정맥, 불안증, 탈모, 그리고 더위를 많이 느끼고 땀을 많이 흘리는 증상이 있을 수 있다. 다만 이러한 증상들은 한꺼번에 오지 않고 하나 둘씩 서서히 나타난다. 이밖에도 전혀 생각지 못한 증상들이 나타나기도 한다.
지난 2016년에 진료실로 찾아 온 한 젊은 남성 환자분은 당시 4년 넘도록 주치의를 만나지 않았고 그동안 건강검진이나 피검사를 한번도 하지 않았다고 하였다. 검사 결과 약간의 비만과 콜레스테롤 수체가 매우 높은 편이었다. 평소 규칙적인 운동을 하지 못하지만 식사량이 매우 적은 편이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한다고 하였다. 환자분에게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과 고른 영양섭취를 권하고 6개월 후 다시 내원하도록 하였다. 6개월간 약 12kg의 체중을 감량하여 비만도가 크게 감소한 데 비해 콜레스테롤 수치가 여전히 높고 최근 부쩍 피로감을 느꼈다고 했다.
환자 본인은 그동안 살 빼느라 운동을 많이 하고 에너지를 많이 소비해서 피곤한 것 같다고 했지만 필자는 다른 의심을 하게 되었다. 6개월간 건강하게 식단을 하고 꾸준히 운동을 해온 20대 후반 남성의 콜레스테롤 수치가 계속해서 높은 것이 아무래도 수상해서 갑상선 혈액검사를 실시했더니 검사 결과 갑상선 수치가 심한 비정상 범주에 속해 있었다. 갑상선 기능 저하증으로 진단되어 부족한 갑상선 호르몬을 보충해줄 약을 처방 후 복용 6주 만에 정상 수치를 회복했고, 2개월 만에 나쁜 콜레스테롤과 중성지방 수치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이 환자의 경우, 콜레스테롤 약 복용 없이 갑상선 치료만으로 이상 콜레스테롤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간의 문제 또는 잘못된 식습관 외에 갑상선 호르몬을 통해서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조절되므로, 원인을 찾지 못하는 콜레스테롤 이상이 있을때 갑상선 저하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 갑상선 호르몬의 역할이 다양한 만큼 더 많은 증상들이 발생할 수 있는데, 가벼운 증상들이라고 그냥 넘기지 말고 주치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검사를 받아 필요 시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한다. 혈액검사에서 갑상선 수치가 비정상으로 나오면 갑상선 초음파 검사도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갑상선에 종양이 생겨 갑상선 수치가 변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초음파 검사를 통해 이러한 종양을 발견되면 조직검사를 하여 어떤 종양인지 밝혀 제거 또는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적절한 치료를 하게 된다. 갑상선 암은 젊은 층에서도 종종 발견되므로 정시적인 검진이 반드시 필요하겠다.
문의 (213)480-7770
<
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차민영 내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