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박물관 소장 신흥사 불화 66년만에 한국으로 반환된다
2020-07-09 (목)
정태수 기자
대한불교조계종 제3교구본사 신흥사(新興寺)는 강원도 속초에 있다. 설악산 입구에 자리잡은 이 절은 신라 진덕여왕 6년(652년)에 자장 율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당시 이름은 향성사(香城寺)였다. 46년만에 불타버렸다. 701년 의상 대사가 중건해 선정사(禪定寺)로 개명했다. 900년 가까이 무탈했다. 조선 선조 25년(1592년)에 임진왜란으로 수난을 당했다. 50년 뒤 인조 20년(1642년)에는 화재로 잿더미만 남았다.
영서, 연옥, 혜원 세 스님이 중창을 발원했다. 2년 뒤인 1644년, 세 스님은 똑같은 꿈을 꾸었다. 신인(神人) 혹은 신선(神仙)이 나타나 이곳에 새로 절을 지으면 수만년이 가도 삼재(三災, 즉 수재水災 화재火災 풍재風災)가 범하지 못할 것이라고 일러줬다 한다. 세 스님 주도로 중창이 시작되면서 신흥사란 이름을 갖게 됐다. 대충 잡아도 조선 현종대(1600년대 후반)부터 숙종대 영조 정조대를 거쳐 순조대(1800년대 초반)에 가서야 ‘거의 완성’ 단계에 이르는, 오랜 기간 공들여 이뤄진 중창이었다.
세 스님의 현몽과는 달리 신흥사는 70년 전 여름에 발발한 한국전(1950년 6월25일~1953년 7월27일) 와중에 전각 몇이 불타거나 그 직후 혼란기를 틈타 신흥사에 보존돼온 유물 중 일부가 분실됐다.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이 사라진 것은 한국전 정전 이듬해인 1954년 여름~가을로 추정된다.
영산회상도(靈山會上圖)는 석가모니 부처님이 깨달음을 얻은 뒤 영축산(인도 북부 나르기르에 있는 산, 현지어 그리드라쿠타Gridhrakuta)에서 묘법연화경을 설하는 법회를 그린 불화를 가리킨다. 규모와 격조에서 조선후기 불화의 대표작이자 강원도에 남은 후불화 중 가장 오래된 것이라는 신흥사 영산회상도는 중창이 한창이던 조선 영조 31년(1755년) 대웅전 목조아미타삼존불좌상(보물 제1721호)의 후불화로 조성된 것으로 가로 335.2㎝, 세로 406.4cm 크기다. 시왕도(十王圖)는 사람이 사후에 심판을 받는다는 명부(冥府)에서 죽은 이의 죄업을 따지는 10명의 대왕을 그린 그림으로, 신흥사 시왕도는 정조 22년 1798년에 제작됐다.
행방이 묘연했던 신흥사 영산회상도와 시왕도는 1998년 LA카운티예술박물관(LACMA)이 개인소장자로부터 구입하면서 그 존재가 조금씩 알려지기 시작했다. 개인소장자의 신분이나 소장경위 등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미군에 의해 반출됐을 것으로 추정됐다. LACMA는 한국불교문화 소개를 위해 2010~2011년 한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조각난 영산회상도를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대한불교조계종과 LACMA는 2015년 불교문화재 반환을 위한 조사연구 및 교류협력을 해왔다. 2017년에는 대구 동화사 염불암 지장시왕도 반환이 성사됐다. 지난달 초 반환합의가 이뤄진 영산회상도 1점과 시왕도 3점은 이달중 한국으로 보내져 8월중 한국에서 조계종 주재하에 환수 고불식이 봉행될 예정이다. 조계종은 “LACMA의 한국 문화재에 대한 애정과 보존 노력이 아니었으면 ‘영산회상도’는 지금까지 온전하게 보존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이번 신흥사 불화 반환은 조계종단 차원의 환수사례 중 최대규모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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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