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카트린 드뇌브, 기고만장한 배우·어머니역 열연

2020-07-03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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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새 영화 ‘진실’ (The Truth) ★★★ ½ (5개 만점)

▶ 모녀관계 둘러싼 애증 그린 일본인 코레-에다 감독 작품, 쥘리엣 비노쉬와 연기대결

카트린 드뇌브, 기고만장한 배우·어머니역 열연

뤼미르는 독선적인 수퍼스타 어머니 화비엔(앞줄 두 여자)에게 애증의 마음을 가진다. 뒤는 뤼미르의 남편 행크와 딸 샬롯.

2018년 ‘소매치기 가족’(Shoplifters)으로 칸영화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탄 일본의 히로카주 코레-에다 감독(각본 겸)의 첫 외국어(프랑스)영화다. 코레-에다 감독은 ‘소매치기 가족’을 비롯해 ‘아무도 몰라’(Nobody Knows)와 ‘부전자전’(Like Father, Like Son) 등에서 알 수 있듯이 가족문제를 즐겨 다루는데 ‘진실’ 역시 모녀 관계를 통한 가족 문제를 그린 코미디성 드라마다.

이와 함께 배우와 연기와 진실의 정체를 다루고 있는데 위트와 매력과 감정이 배어있는 작품이긴 하지만 말이 너무 많아 언어에 체하겠다. 다분히 예술적인 영화로 크게 대중성이 있는 오락영화는 아니다.

볼만한 것은 프랑스 영화계의 베테런 수퍼 스타 카트린 드뇌브의 기고만장한 연기다. 교활하면서도 품위가 있고 활화산 같은 힘찬 연기로 혼자서 영화를 말아먹다시피 하고 있다. 제목은 영화에서 독선적이요 이기적인 화비엔(드뇌브)이 떡 주무르듯 하는 진실의 정체를 말한다.


자기 주위의 사람들을 이용하고 남용하는 파리의 노련한 수퍼 스타 화비엔의 회고록 출판을 기해 미국서 사는 각본가인 화비엔의 딸 뤼미르(쥘리엣 비노쉬)가 TV 배우인 미국인 남편 행크(이산 호크가 소모됐다)와 어린 딸 샬롯(클레망틴 그러니에가 깜찍한 연기를 잘 한다)와 함께 오래간만에 가을 파리에 도착한다.

그런데 화비엔은 회고록에서 자기 자랑과 미화를 위해 과거의 사실을 허위로 바꿔 놓고도 태연한 여자다. 그 예로 책에는 자기는 어렸을 때의 딸을 극진히 사랑한 모범 어머니라고 썼지만 뤼미르에 의하면 사랑은커녕 연기에만 몰두한 어머니는 툭하면 자기를 몇 시간씩 지하 포도주 저장실에 가두었다는 것이다.

그러니 모녀관계가 좋을 리 없는데 뤼미르는 어머니에게 책의 거짓말들을 고치라고 종용하나 천상천하 유아독존 격인 화비엔이 이를 들을 리가 없다. 뤼미에르는 그런 어머니를 미워하면서도 고약한 매력을 지닌 오만하고 자신만만한 이 여자에게 얄궂은 호감을 가지는데 이런 애증의 관계를 통해 모녀는 화해의 영역으로 접어든다. 그런데 그 화해가 충분하지도 않고 또 오래 갈 것 같지도 않다.

화비엔은 자기를 정성껏 모시는 비서를 비롯해 자기 주변 사람들을 종 부리듯 하고 깔보는데 사위인 행크가 TV배우라고 그의 연기 스타일을 ‘모방’이라고 비웃는다. 영화는 화비엔이 나오는 공상과학 멜로드라마 촬영 장면으로 끝나는데 그 내용이 화비엔을 사실과 허구를 섞어 묘사한 것 같아 재미있다.

드뇌브의 독주하는 연기와 함께 비노쉬의 연기도 훌륭한데 두 빅스타의 연기대결이 장관이다. 황금빛 파리의 가을을 찍은 촬영이 아름답다. 비디오 온 디맨드(VOD)로 볼 수 있다.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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