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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운명공동체

2020-06-11 (목) 광전 스님 (SF여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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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명조(共命鳥)는 아미타경(阿彌陀經), 잡보장경(雜寶藏經) 등 여러 불교경전에 등장하는 히말 라야 설산에 살고 있다고 전해오 는 하나의 몸에 두 머리를 가진 새의 이름이다.

목숨(命)을 공유(共)하는 새 (鳥)라는 뜻을 가진 공명조는 몸 은 하나지만 생각하는 머리가 둘이므로 잠을 자는 시간도 음 식을 먹는 입도 달랐다. 하루는 한쪽 머리가 자고 있는 사이에 다른 머리가 맛있는 음식을 먹었 다. 막 잠에서 깨어난 다른 한 머 리는 혼자서 맛있는 음식을 먹 고 있는 다른 머리에 미운 마음 을 갖고 그를 죽일 생각으로 독 이 든 열매를 몰래 먹었다. 결국 몸에 독이 퍼져 두 머리 모두 죽 게 되었다. 공명조의 설화는 어 느 한쪽이 사라지면 자신 만이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만 결국 공멸하게 된다는 `운명 공동체'라는 교훈을 주고 있다.

부처님께서 이 어리석은 새를 비유의 대상으로 선택한 까닭은 인간 사이에 생겨나는 많은 불 필요하고 불합리한 감정의 대립 이 결국 인류를 공멸에 이르게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하기 위해서 였을 것이다.


‘코로나19’는 기존의 감염병과 달리 단시간 내 지구를 점령하 고 말았다. 마치 SF영화에서 외 계인이 지구를 침공한 것과 같 이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지구 전체가 연대하여 대응해야 하는 지구행성의 전쟁이 되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미국은 ‘코 로나19’로 인한 병고(病苦)와 더 불어 생활고(生活苦)에 지쳐있는 와중에 인종차별이라는 또 다 른 전염병에 고통 받고 있다. 조 지 클루니의 말처럼 우리는 지 난 400년간이나 '인종차별의 백 신'을 아직도 찾지 못했다.

우리는 이런 비상시국에 지도 자의 리더십이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고 있다. 적어도 감염병 같 은 위기상황에서는 정치지도자 가 전문가의 의견을 무시하고 정 치적 야욕으로 포퓰리즘에 빠진 결정을 하는 경우 국가와 국민 을 불행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사실이 여러 나라에서 증명되고 있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 국가들은 의도하지 않았지 만 일제고사를 치른 셈이 되었 다. 각국의 기본 체력과 실력이 모두 여실하게 드러났고 문제점 도 노출되었다.

우선 신자유주의가 그것이다. 시장주의와 경쟁논리로 지구를 휩쓸었던 세계화는 자본편중으 로 빈부격차를 심화시켰고 이로 인해 사회적 기반시설이 약화되 고 공공의료제도는 붕괴되어 국 가적인 보건 위기가 닥쳐도 가 난한 사람은 치료를 받지 못하 는 절망적인 상황을 만들어 버 렸다. 인류의 생명마저도 돈벌이 의 기회로 보는 착취적 자본주 의는 우리가 바라던 자본주의는 아닌 것이 분명하다.

또 ‘국가란 무엇인가’를 다시 생각하는 기회가 되었다. 국민들 에게 최소한의 안전도 제공하지 못하고 시민을 보호하지 못하는 나라가 제대로 된 국가이냐고 묻 게 되었다.
이제 우리는 각자도생의 길로 나서고 있다. 세계화에서 자국 우선주의로 선회해 국경의 문을 닫아걸고 각자의 살길을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류 는 공명조처럼 지구라는 한 배 를 같이 탄 운명공동체이다. 결코 나 혼자, 내 민족, 내 나라만 안전할 수 없다는 이야기이다.

세계 최강국인 미국이 추구 하는 자유와 정의에 대해 다시 금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 리스 신화속의 정의의 여신 아 스트라이어(Astraea)는 선입견을 버리겠다는 뜻으로 눈을 헝겊으 로 가리고 있다. 또한 손에는 공 평하고 정의롭게 하겠다는 의미 로 저울을 들고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사실을 우 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모든 제 국의 성립은 포용과 개방성에서 시작되었고, 모든 제국의 몰락은 소수 기득권 지배층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분열과 사회의 폐쇄성에서 시작된다. 미국이 역 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간 로마제 국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선 이 나라의 정의를 바로 세우고 전 세계와 연대해 오늘의 어려움 을 극복해 나가야 할 것이다.

<광전 스님 (SF여래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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