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원·안형식 교수 빅데이터 분석
▶ 면역이상으로 전신에 염증반응, 흡연자·50세 미만 남성서 뚜렷…담배 끊고 혈압·혈당·체중관리
탈모부위 좁으면 스테로이드 주사, 증상 발현 5년내 골든타임 잡아야
신정원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가 탈모 증상을 보이는 40대 초반 남성의 모발 상태를 피부확대경(dermoscopy)으로 살펴보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대머리로 불리는 남성형 탈모증(왼쪽)과 중심부 머리숱이 적어지는 여성형 탈모증(오른쪽)의 전형적인 모습. [사진제공=서울대병원]
원형탈모증이 생겼다면 10~12년 뒤 급성 심근경색으로 진행될 위험이 이 탈모증이 없는 사람에 비해 최대 4.5배까지 높아진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이런 경향은 흡연자·남성·50세 미만 연령층에서 더 뚜렷했다.
신정원 분당서울대병원(피부과)·안형식 고려대 의대(예방의학교실) 교수팀이 2006~2017년 원형 탈모증 진단을 받은 30~89세 23만명(평균 44세)과 원형탈모증이 없고 나이·성별 등이 비슷한 대조군 458만명을 대상으로 최장 12년(평균 6년) 동안 급성 심근경색 발병 여부를 추적관찰한 결과다.
급성 심근경색은 산소·영양을 머금은 혈액을 심장근육에 공급하는 관상동맥(심장동맥)이 막혀 심장의 펌프 기능이 급격히 저하되고 수분~수십분 안에 심장근육 세포가 죽게 된다.
◇지난해 17.5만명 건보 진료…30대·40대·20대 순
신 교수는 “원형탈모증은 면역세포가 모낭을 외부 침입자로 인식하고 공격해 염증반응을 일으켜 모발이 뭉텅이로 빠지는 비교적 흔한 자가면역질환”이라며 “이번 연구를 통해 피부에 국한된 질환이 아니라 전신적으로 영향을 주는 질환임이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원형탈모증이 생겼다면 담배를 끊고 혈압·혈당·콜레스테롤·체중 조절에 신경을 쓰고 심혈관계 이상 여부를 정기적으로 체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원형탈모증으로 건강보험 진료를 받은 사람은 17만4,600여명으로 지난 2015년보다 9.6%(1만5,300여명) 증가했다. 남성이 55%를 차지하고 연령층별로는 30대 23%, 40대 22%, 20대 19%, 50대 17% 순이다.
미국의사협회 피부과학저널(JAMA Dermat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원형탈모증 환자군의 흡연자 비율은 25.3%로 대조군(23%)보다 높았지만 심혈관계질환과 관련 있는 혈압·혈당·고지혈증·체질량지수(BMI) 등은 오히려 더 양호했다. 원형탈모증 첫 진단 후 평균 8년까지는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가 대조군의 17%(2년 미만)에서 85%(6~8년 미만)에 그쳤다. 하지만 8~10년째에는 1.4배로 역전되고 10~12년째에는 4.5배로 치솟았다. 위험도는 흡연자(5배), 남성(4.6배), 50세 미만 연령층(4.4배)이 비흡연자(4.1배), 50세 이상 및 여성(4.2배)보다 높았다.
원형탈모증 환자는 심혈관질환의 바이오마커인 ‘심장 트로포닌I’의 혈장농도 수준이 대조군보다 높았다. 농도는 젊은 연령층과 남성에서 더 두드러졌다. 신 교수는 “원형탈모증을 가진 젊은 층과 남성이 심혈관질환의 영향을 더 자주 받을 수 있고 원형탈모증의 만성염증 상태가 급성 심근경색 진행을 가속화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원형탈모증 치료는 모낭 주위의 염증을 억제하는 게 목표다. 범위가 넓지 않으면 스테로이드를 탈모 부위에 주사하고 넓을 때는 면역조절제 등 면역요법, 자외선요법을 쓰기도 한다. 치료가 잘 되지만 재발이 잦은 편이다.
◇탈모 치료, 정수리 ‘먹는 약’ 앞머리 ‘모낭이식’ 효과적
한편 남성형 탈모는 대머리 가족력이 있는 경우 20~30대부터 모발이 점차 가늘어지며 이마 좌우로 벗어지는 M자형, 이마가 전체적으로 벗어지는 U자형, 정수리 쪽에서부터 둥글게 벗어지는 탈모가 나타난다.
남성호르몬 중 하나인 테스토스테론이 모낭의 특정 세포와 피지샘에 존재하는 5알파 환원효소와 만나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DHT)으로 전환돼 모낭을 위축시키고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게 해 결국 탈모로 이어진다. 앞머리(이마선~정수리) 탈모증은 심하지만 뒷머리는 남아 있는 사람이 적지 않은데 이 효소가 앞머리 두피 쪽에만 활성화된 경우다.
여성의 경우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탈모 진행을 억제하고 모발을 성장시키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남성에 비해 탈모의 정도가 약하다. 이마가 벗겨지지 않고 머리 중심부의 모발이 가늘어지고 머리숱이 적어지는 형태로 진행된다.
탈모 치료 시기에 대해 신 교수는 “머리카락이 나지 않는 상태가 5년가량 지나면 모낭이 기능을 잃어 약을 먹어도 치료 효과가 없는 만큼 그 전에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피나스테리드 성분의 먹는 탈모치료제를 승인하면서 인정한 효능·효과의 대상은 만 18~41세 남성형 탈모증(안드로겐 탈모증) 환자다. 특히 정수리 탈모에 효과가 좋다. 신 교수는 “탈모치료제를 꾸준히 복용하는 60세 미만 남성 탈모환자 10명 중 6~7명은 정수리 부분의 모발 수가 증가하고 9명 이상은 모발이 가늘어지거나 줄어들지 않는 현상유지 이상의 효과를 보인다”며 “다만 앞머리(이마 쪽 헤어라인 부분) 탈모, M자형 탈모의 앞머리는 약을 먹어도 현상유지에 그치고 회복이 잘되지 않기 때문에 모낭이식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모낭이식 후 약을 꾸준히 먹는 것도 중요하다. 약을 끊으면 이식한 모발 주변에서 탈모가 진행되기 때문이다. 먹는 탈모약은 노인성 탈모에는 효과가 없다. 나이가 들면 모낭이 퇴행하면서 전반적으로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수도 줄어든다.
한편 탈모 가족력이 있는 남성은 탈모 위험이 약 4배, 수면무호흡증까지 있으면 7배까지 높아진다는 분석 결과도 있다. 신철 고려대 안산병원 수면장애센터 교수는 “수면무호흡증이 있으면 모낭세포의 정상적 분열에 필요한 산소와 철분 등 영양 공급이 저해되고 스트레스 호르몬 증가로 남성 탈모가 촉진될 수 있다”며 “양압기 치료 등을 통해 수면무호흡증을 개선해 탈모를 포함한 복합 질환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문혜림 고려대 안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두피를 자극하는 파마·염색·헤어드라이어 사용, 잦은 다이어트로 미네랄·단백질·필수지방산·비타민B가 부족한 20~30대 여성의 탈모가 늘고 있다”며 “탈모샴푸, 비의료적 두피관리 등에 의존하다 증상이 악화된 뒤 병원을 찾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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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