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코로나 없는 외계의 별에 온 듯…상쾌한 전망이 쫙~

2020-05-29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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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Mt. Harwood (9,552’)

코로나 없는 외계의 별에 온 듯…상쾌한 전망이 쫙~

Mt. Harwood Summit에서의 동쪽 전망.

코로나 없는 외계의 별에 온 듯…상쾌한 전망이 쫙~

Baldy Ski Hut Trail과 Register Ridge Trail의 분기점.


코로나 없는 외계의 별에 온 듯…상쾌한 전망이 쫙~

Mt. Harwood Summit 부근에서 조우한 Bighorn Sheep 가족.



해발고도가 2,911m(9,552’)나 되어 2,744m (9,003’)인 백두산보다 훨씬 높은 산이다. 그러나 남가주의 등산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Mt. Baldy(=Mt. San Antonio; 10,064’; 3,068m)의 바로 곁에 있는데도, 이 산의 존재를 모르는 사람들이 꽤 있다. 등잔밑이 어두운 그런 경우라 하겠다.

San Gabriel 산맥의 경우, 최고봉인 Mt. Baldy의 주변에는 백두산보다 높은 봉들이 있다. West Baldy(9,988’), Pine(9,648’), Dawson(9,575’), Harwood(9,552’), Baden Powell(9,399’), Throop(9,138’) 등이다. 그런데 이들 여러 고봉들 가운데 어쩌면 오늘 안내코자하는 Mt. Harwood가 가장 존재감이 미약한 산이 아닐까 싶다. 아마도 Mt. Baldy와 가까우면서, 봉우리가 뾰쪽하지 않고 둥그스럼하여 독립된 봉으로는 잘 인식되지 않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또 워낙 두드러진 톱스타 ‘Mt. Baldy’의 정상에서 동쪽으로 1마일 이내의 가까운 거리에 있다는 점이 독자적인 봉우리로 인식되는데는 오히려 불리한 것이리라.


Mt. Baldy를 오르는 동쪽 루트인 Devil’s Backbone Trail이 거의 이 Mt. Harwood의 아래 기슭에서 시작되어 이 산의 정상에서 멀지 않은 높은 기슭을 지나고 있지만, 그 정상부가 매우 넓고 완만한 둔덕같은 형세를 이루고 있어, 9,552’에 이르는 고봉이라는 인식이 없이 무심코 정상의 저 아래쪽 등산로를 그냥 지나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 Mt. Harwood는 산괴가 매우 큰 고봉이며, 정상부의 산의 형세가 지극히 길고도 완만하며 부드러운 곡선을 이루고 있어, 마치 대지의 여신의 둔부나 허리부위가 아닌가 싶은 경이감을 느끼게 되는 매력이 있다. 이 산이 Aurelia Squire Harwood(1865~1928)라는 아름다운 여성에게 헌정되어진 것이 결코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Aurelia는 Ontario의 부호인 Harwood가문의 딸이었다고 한다. Outdoor활동을 사랑하여, Sierra Club의 Angeles Chapter에서 14년간 Local Outing을 리드하였고, 나중에는 여성으로는 최초로 Sierra Club의 제8대 President를 역임하였다고 한다. Pomona College에 재정지원을 크게 했고, 특히 록키산맥의 서쪽 지역으로서는 최초로 1852년에 San Francisco Bay에 여자대학으로 설립된 Mills College의 중국인 여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제공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녀의 이름으로 장학금이 지급되고 있다고 한다. 여러가지로 두드러진 삶을 살아낸 멋진 여성이었겠다.

이 산을 오르는데는 Baldy Notch의 Ski Resort에서 시작하는 Devil’s Backbone Trail을 이용하는 것이 정석이겠다. 그러나 오늘은 덜 알려진 코스를 소개할 요량으로, Manker Flats에서 시작하여 많이 가파른 대신에 짧은 거리로 오를 수 있는 ‘Register Ridge Trail’ 산행을 안내한다. 왕복 5.4마일에 순등반고도는 약 3,500’가 되며, 왕복 5시간 내외가 소요된다. 아주 가파른 코스라서 등산이 익숙한 분에게나 권할 코스라 하겠다. 트레킹폴이 많이 유용하다. 눈이나 비 또는 강한 바람이 있는 날은 산행을 하면 안된다.

가는 길

Fwy 210을 타고 동쪽으로 가다가, Claremont 시의 Baseline Road의 출구로 나온다. Baseline에서 좌회전하여 한 블럭을 가면, Padua Ave 가 되고 여기서 우회전하여 북쪽으로 1.7마일을 가면 신호등이 있는 Mt. Baldy Road 가 된다. 다시 우측으로 7.2마일을 가면 Mt. Baldy Village에 이른다. 2마일을 더 가면 길이 왼쪽으로 직각으로 꺾이며 지그재그로 경사진 길을 오르게 된다.

이 지점에서 3마일을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캠프그라운드가 있다. 계속 0.3마일쯤을 더 직진하면 왼쪽으로 차량통제 게이트 겸 등산로입구가 보인다. 이곳은 1800년대 말에 노새몰이꾼 Fletcher Manker가 가게를 냈던 곳이어서, Manker Flats라 불리는 곳이다. 인근의 도로변 양쪽에 안전하게 주차한다. Adventure Pass 를 차 안에 잘 걸어 놓는다.

등산코스


북쪽으로 있는 차량통제 게이트를 지나서 포장도로를 따라 0.6마일을 가면, 정면으로 100m 쯤의 거리에, 다단계로 떨어지는 폭포가 보인다. 떨어지는 물줄기 중에 맨 아래 단의 물줄기의 낙차가 75’가 된다는 San Antonio 폭포이다. 이 폭포의 물이 흐르는 개울과 계곡이, 위쪽의 Ski Hut 부근에서 발원하는 San Antonio Creek 이고, San Antonio Canyon 이다. 아래쪽에서 Icehouse Canyon에서 흘러내리는 물과 합쳐지며, 강우량이 많아 여분의 물이 있을 때에는 종국엔 Santa Ana River 에 합류된 후, Huntington Beach 를 통하여 태평양에 유입된다.

폭포 앞에서 길이 오른쪽으로 바짝 꺾이며 비포장도로가 되는데 이를 따라 0.3마일을 더 가면 왼쪽으로 산을 타고 올라가는 본격적인 등산로가 나온다. Ski Hut Trail 또는 Baldy Bowl Trail이라고 부르는 Mt. Baldy를 오르는 남쪽 코스이다. 흙과 돌부스러기들이 섞인 거친 비탈을 올라서면 곧 잘 닦인 등산로가 된다. 수십걸음을 나아가면 등산인 스스로가 자신의 산행개요를 기입하도록 서식이 마련되어 있는 Register Box가 있다. 가끔씩 조난자가 발생하는 험산이기에, 유사시 구조활동에 참고키 위한 것이겠다. 생명보험을 드는 셈이니, 비치된 서식에 산행내용을 성실히 기록해야겠다.

이 Register Box를 지나 삼사십 보를 가면 등산로가 오른쪽으로 굽어진다. 다시 삼사십 걸음을 가면, 직진으로 나아가는 등산로에서, 오른쪽의 산비탈로 오르는 Use Trail이 갈라진다. 자갈같은 돌들을 무더기로 깔아놓은 지점이다. 만약 여기서부터 직진하는 등산로를 따라 1.6마일을 계속 북서쪽을 향하여 직진한다면, Sierra Club의 Ski Hut이 나올 것이다. 등산로의 왼쪽은 폭포의 상류인 San Antonio Canyon 의 깊은 골짜기이고, 오른쪽의 비탈은, Mt. Harwood(9552’)의 서남쪽 아랫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는 등산인들이 Register Box가 서있는 곳이라는 의미에서 통상 ‘Register Ridge’ 라 부르는 오른쪽의 Mt. Harwood의 산줄기를 타고 산행을 한다. 이 Register Ridge Trail은 정규 등산로는 아니다. 등산인들이 다님으로써 드러나게 된 ‘발자취 길’이다. 이런 류의 등산로를 ‘Use Trail’이라 부르는데, 어렵지 않게 이를 따라갈 수 있을만큼 선연하다.

처음의 등산로 입구에서 길이 분기되는 이곳까지는 약 1마일이고 이곳 고도는 약 6,800’이다. 여기에서 Mt. Harwood 정상(9,552’)정상까지는 약 1.7마일이다. 따져보면 1.7마일에 최소한 2,752’ 의 순등반고도를 올라가야 한다는 계산이니, 마일당 1,619’를 오르는 급경사 구간이다.

이를 등산인 사이에 오르기가 힘들다고 회자되는 Iron Mountain(8,007’)의 산행과 비교해 보자. Iron Mountain의 경우, 후반 4.4마일 지점의 Allison Saddle부터 정상까지의 2.8마일구간의 산행이 힘들다는 것인데, 이 경우 2.8마일에 최소 3,447’를 올라야 하니, 마일당 평균은 1,231’가 된다. 결국 이 Register Ridge Trail 구간이 훨씬 더 가파르다는 결론이다. 물론 이 구간은 Iron Mountain보다는 거리가 1.1마일이나 더 짧으니, 등산 자체가 더 힘들다고는 할 수 없겠다. 단지 경사가 그만큼 더 가파른 구간이라는 사실이다.

등산코스는 매우 단순하다. 북쪽을 향해 거의 반듯하게 어어지는 Use Trail을 따라 오르기만 하면 된다. 왼쪽으로는 Ski Hut, Baldy Bowl 등을 볼 수 있고, 오른쪽으로는 Backbone Trail의 남쪽 아래의 산줄기들이 눈에 든다. 뒤를 돌아보면 급경사의 기슭 저 아래로 San Antonio Canyon이 아슬하다.

Register Ridge를 오른지 1.5마일이 되면 좌우로 이어지고 있는 Devil’s Backbone Trail을 교차하게 된다. 이곳에 이르면 멋진 Limber Pine, Lodgepole Pine들을 보게 되는 기쁨이 있다. Baldy Bowl 쪽으로 경이로운 Juniper 몇 그루가 모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면 눈이 매우 밝은 사람이겠다. 수백년은 물론 천년도 됐을 법한 고목과 거목들이 한 곳에 옹기종기 모여있다.

Mt. Harwood의 정상은 Backbone Trail을 교차한 후에 계속 북쪽으로 0.2마일을 올라가면 이르게 되는데, 오르는 산의 정상부가 마치 봉긋한 구릉과 넓은 평원을 연상시킨다. 거의 아무런 식물도 없고 오로지 크지않은 자갈같은 돌들로 이루어진 부드럽고 완만한 굴곡의 드넓은 고원이라 외계의 어느 별에 와있는 것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편안한 마음으로 정상에서의 전망을 즐길 수 있다. Baldy, Pine, Dawson 등이 지척이다. 시야가 두루 넓게 펼쳐져 있어 대단히 상쾌하다.

혹, 시간이나 체력의 여유가 있다면, 0.8마일 내외의 거리에 있는 Mt. Baldy(10,064’)에 올라보길 권한다. 일석이조의 산행이 되는 셈인데, 이 경우에 하산경로를 가장 많은 등산인들이 이용하는 것으로 생각되는 Sierra Club의 Ski Hut을 경유토록 잡으면, 한 바퀴를 빙 도는 Loop형의 변화감이 더 큰 왕복 약 8마일의 산행이 된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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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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