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기다림이라는 말이 요즘 처럼 실감날 때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눈만 뜨면 기다림이 시작이 된다. 오늘은 코로나 19 감염세가 누그러지려나 하는 기다림, 날씨가 빨리 더워지길 바라는 기다림, 식당에 가서 함께 맛있는 식사를 하길 바라는 기다림, 봉쇄된 것이 풀려서 마음껏 활보 하길 바라는 기다림, 보고 싶은 사람들을 다시 만나기를 간절히 바라는 기다림… 하루 하루가 기다림의 연속이 되버린 것 같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정말 이제까지 살아온 인생 대부분이 기다림이었음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된다. 나의 아버지가 목사인데 주로 시골에서 목회를 했기에 집안이 무척 가난했다. 당시 70년초 한국은 정말 가난했고 시골은 더더욱이 그랬다. 목사의 사례비는 따로 없었고 단지 말그대로 성도들이 가져다 주는 곡식으로 생계를 이어 나갔다.
나는 당시에 네 다섯살 된 어린 나이로 교회에 가면 줄곧 제일 먼저 교회 성전안 구석에 놓여있는 나무로 만든 상자 (당시에는 성미통으로 불리움)에 달려 가서 머리를 숙여 그 안을 들여다 보았다. 이유는 그 성미통 안에 성도들이 자신들이 먹울것을 아끼고 아껴서 목회자 가정을 위해 보리나 또는 잡곡을 가지고 와서 넣어 두기에... 자신들도 먹을 것이 부족한데 목사 가정을 위한 사랑이요 헌신이었다.
그런데 가끔 정말 성미통 안에 아무것도 없을 때가 있는데 그 날은 굶어야 한다. 나이가 어린 나에게는 굶는 것처럼 서럽고 무서운 것이 없었다. 결국 너무 가난해서 아버지는 4 남매(아들 둘, 딸 둘)에서 나를 포함한 두 아들을 할머니 댁으로 보내기로 결정을 했다. 아무래도 남자 애들이 여자 애들 보다 밥을 더 먹기에.. 그 바람에 나는 초등학교 6년간을 부모와 떨어져 지냈다. 그때 엄마가 너무 보고 싶었는데 내 생일날만 올 수 있다고 했기에 1년내내 생일날만 되길 기다렸다. 정말 긴 기다림이었다...
또한 수년뒤에 나의 아버지가 먼저 미국에 목회지가 되어서 혼자 왔고 나를 포함한 나머지 식구는 한국에 남아서 초청 받을 때까지 수년간을 기다렸다. 만나기를 학수고대하며 매일 매일을 기다렸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 그마나 견딜 수 있었던 것은 기약이 있는 기다림 이었기에… 분명히 만날 수 있는 날이 온다는 확신이 있었기에 기다림은 힘들고 어려웠지만 버틸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데 기다림중에는 기약없는 기다림도 있다. 바로 작년에 북한에서 1년 넘게 억류되었다가 풀려난 한 선교사님이 내가 섬기는 교회에 와서 간증을 했는데 여러가지 힘든일이 많았다고 했다. 음식을 너무 조금 주어서 무척 배고팠던 것, 조그마한 방에 하루 종일 갇혀 있었던 것, 시간을 알 수 없어서 너무 답답했던 것 등등… 그런데 억류된 기간중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언제 풀려난다는 기약없이 기다리는 것이라고 했을 때에 마음이 뭉클했다. 정말 상상이 잘 되지 않는 힘듬과 절망 그 자체 이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기약없는 기다림을 경험한 사람들이 많다. 기독교에 대한 핍박으로 인하여 많은 초대교회 성도들은 동굴에 숨어 지내면서 수십년간을 기다림속에 살다가 이름없이 사라졌다. 지금 중국 지하교회도 그와 못지 않은 상황 이라는 소식이 들려온다. 극심한 핍박으로 인하여 숨어 지내는데 언제 제제가 풀릴지 모르기에 기약없는 기다림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런 가운데에서도 믿음을 잃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큰 믿음을 가지고 하루 하루 살아가는 것은 큰 감동이 아닐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 코로나 19 사태의 회복에 대한 기다림은 분명 기약이 있는 기다림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종결 된다는 기약이 있는 기다림이기에 감당해야 하고 힘을 내야하고 또한 서로 돌보고 그 가운데 모든 것을 주권하는 하나님을 향한 겸손한 믿음이 더욱 깊어져야 할 것 같다.
나아가서 기약이 있는 죄고의 기다림인 예수의 재림이 더욱 가까워진 것임을 깨닫기에 오늘도 소망 가운데 인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병도 없고, 아픔도 없고, 이별도 없고, 슬픔도 없고, 죽음도 없는, 영원히 행복한 천국에 대한 기다림은 분명이 기약이 있는 기다림이기에… 반드시 일어날 약속의 날이 오기에… 그러므로 오늘의 기다림이 헛됨이 아니기에 더욱 믿음을 가지고 소망을 잃지 않고 견딤으로 반드시 승리를 쟁취하길 간절히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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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훈 목사(새누리 선교교회 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