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리본트리 숲을 헤쳐나가면 인디언들의 한이 느껴지는 듯

2020-04-10 (금) 정진옥
크게 작게

▶ 산행가이드 Little Cahuilla Mountain (5,042’)

리본트리 숲을 헤쳐나가면 인디언들의 한이 느껴지는 듯

정상에 올라 전망을 즐기며 휴식중인 등산인들.

리본트리 숲을 헤쳐나가면 인디언들의 한이 느껴지는 듯

정상에서 바라보는 Mt. San Jacinto( 10,834’ ) 전경.


리본트리 숲을 헤쳐나가면 인디언들의 한이 느껴지는 듯

Manzanita, Chamise가 우거진 등산로.



COVID-19으로 대부분의 사회활동이 정지되어 있는 것이 우리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지만, 그래도 우리의 남가주는 요즘, 근간에 많이 내린 비와 눈으로 온 산야가 다 촉촉하다. 꽃 피고 새가 우는 봄을 맞아, 어디를 가더라도 모든 산야에 생생한 생명의 기운이 넘쳐난다. 파릇파릇 연녹색 이파리가 신선하고 알록달록 황백홍 꽃망울이 신기하다. 차를 타고 가면서 바라보이는 산줄기들이 지난 겨울철에는 그저 누르스름해 보였는데, 요즘엔 파릇한 색조의 싱그러운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Social Distancing’의 일환으로 사람들이 많이 찾는, 주로 주차장과 화장실 등이 구비된, ‘Developed Recreational Area’의 등산로는 모두 닫혀 있지만, 비교적 인적이 드문 ‘Undeveloped Area’랄 수 있을 산으로의 산행은 가능하므로, 사태가 해소될 때까지는 이를 잘 고려하여 산행지를 택해야 겠다.

화창한 날씨에 푸르고 촉촉한 그리고 끝간데 없이 광활한 산야이고 보니,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의 전형이 바로 이곳이지 싶다. 이러한 축복의 땅에서 적어도 수천년을 대를 이어가며 소박하게 살아오던 사람들이 있었다. 이 가운데 특히 San Jacinto Mountain(10,834’)이 포함되는 남가주의 일부지역에 꽤 널리 분포되어 살아가던 일군의 토착민들이 있었으니, Cahuilla가 바로 그들이다.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다는 말처럼, 이들도 어느 결에 밀물처럼 밀려들어오는, 그야말로 미지의 세계로부터 돌연 나타난 ‘외계인’ 유럽인들에게, 삶의 터전을 빼앗기며 생존 자체가 크게 위협을 받게 되고, 결국에는 그들에게 종속되어졌던 것이 주지의 가슴 아픈 역사적인 사실이다.

San Jacinto 산맥과 서쪽의 Thomas Mountain 사이에 있는 Garner Valley에 1860년대에 Charles Thomas(1836~1917)라는 백인이 목장을 운영하게 된다. 젊은 한 여인의 남편이며 한 아이의 아빠인 Juan Diego라는 Cahuilla 젊은이가 있었다. Thomas Ranch에서 양털깎는 인부로 일을 하게 되어, 말을 타고 일터에 다니던 어느날 밤에, 자신의 집에서 잠을 자다가 아내 Ramona Lubo와 어린 아들이 보는 앞에서 Sam Temple(1842~1909)에게 총격 살해(1883)된다.

말을 훔쳤다는 혐의였는데, Ramona가 평소와는 다른 말을 타고 귀가한 Juan에게 사유를 물으니, 밤이 늦어 집에 오려는데 자기 말이 보이지 않아, 부득이 옆에 있는 다른 말을 타고 왔으니, 내일 아침에 돌려주면 된다며, 그대로 잠을 자던 참이었다고 한다.

비무장 무저항 토착민을 바로 면전에서 4발이나 쏴서 살해한 백인이 무죄로 처리되어 처벌을 받지 않는다. 이 거의 묻혀질 뻔했던, 아마도 그 시절엔 보통의 다반사였을 수도 있었을 이야기가 평소에 원주민의 권익향상을 위해 노력해온 Helen Hunt Jackson(1830 ~1885) 여사에게 전해진다. 그녀는 즉시 현지를 찾아가서 답사하고, 이를 소재로 하는 소설 ‘Ramona’를 1884년에 발표하였는데, 이 책이 공전의 화제를 끌게 되면서, 300쇄 이상의 책이 팔리고, 뒷날에 4번이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고 한다.

결과적으로 원주민의 인권실상에 대해 대중의 관심을 야기시켰고, 이는 곧 원주민들의 생존권을 위해 도움이 된다. 이는 마치 Harriet Beecher Stowe(1811~1896)여사가 1851년에 ‘Uncle Tom’s Cabin’을 발표하여 흑인들의 인권신장에 기여했던 것과 유사하다. “문(펜)은 무(칼)보다 강하다”는 말의 적절한 예라고 하겠다. 이후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Garner Valley나 Cahuilla지역은 전국적인 명소가 되어 수많은 방문객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Thomas Mountain의 서쪽에 있는 Cahuilla Mountain과 Little Cahuilla Mountain지역에는 ‘Juan Diego Flats’가 있고, Juan Diego의 소설속 이름을 딴 ‘Alessandro Trail’이 있다. 또한, Garner Valley를 관통하는 도로인 74번과 연결되는 ‘Ramona Expressway’도 있다.

오늘은 이러한 Cahuilla Indian 의 사연이 서린 곳의 하나인 Little Cahuilla Mountain을 안내한다. 왕복 산행거리가 2.6마일이고 순등반고도가 800’에 불과한 쉬운 코스이다. 그러나 Red Shank 또는 Ribbon Tree라는 아주 부드럽고 아름다운 나무들의 숲을 뚫고 나아가는 Use Trail을 따라서 대략 3개의 산 등성이를 오르고 내리는 아주 아름답고 운치있는 산행이다.


가는 길

LA한인타운에서는 I-10 East를 탔다가 I-60 East로 간다. I-71 이 나오면 이를 타고 South로 가다가 다시 I-15 South로 갈아탄다. Temecula에서 SR-79 East로 내린다. 대략 90마일을 내려온 지점이다. SR-79 East로 약 17마일을 가면 Aguanga에 이르고 SR-371(Cahulla Road)이 나온다. SR-371 East를 따라 Cary Road까지 11.25마일을 간다. 좌회전하여 Cary Road로 들어간다.

여기서 자동차의 주행거리계를 0으로 해놓고 다음과 같이 주행한다. 3.7마일에 ‘Tripp Flats’라는 표지판이 있고 길이 갈라진다. 좌회전한다. 4.5마일에 이르면 오른쪽에 ‘Tripp Flats Station’이 있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6S22를 따라간다. 6.1마일에 작은 안부가 있고 왼쪽에 등산로 입구가 있다. 이곳은 Cahuilla Mountain의 등산로 입구이다. 직진한다. 6.2마일에서 길이 나뉘는데 오른쪽인 6S22로 간다. 7.5마일이 되는 지점은 4거리이고, 오른쪽으로 ‘Alessandro Trail’이라는 팻말이 있다.

다른 차량의 통행에 지장이 없도록 공터의 가장자리에 잘 주차한다. LA한인타운에서 약 126마일을 온 곳으로, 고도는 4,520’이다.

등산코스

Alessandro Trail이 아닌 서쪽의 숲속으로 이어지는 좁은 등산길로 나아간다. 입구에 ‘Stop Motor Vehicles’라고 쓰인 Paddle이 꽂혀 있는 곳이다. 이파리가 극히 부드러운 Ribbon Tree들이 푸르게 우거져 있는 숲으로 들어가면서 등산이 시작된다. 좁지만 아름다운 Use Trail이다. 숲속으로 이리저리 굽으며 나아가는데, 따라가기에 어렵지 않을 만큼 길이 분명하고, 중간에 갈라지는 일도 없다. 험하거나 가파르지 않은 그만그만한 돌출부를 오르 내리며 나아간다. 도중에 큰 바위들을 건너는 곳도 몇군데 있으나, 전혀 어려울 일이 없다. 군데 군데 돌들을 세워놓은 Ducks가 있어 나아갈 길을 알려준다.

몇 종류의 야생화도 볼 수 있는데, 그 중에 꽃송이가 크고 붉으며 잎이 국화를 닮은 것은 California Peony겠다. 훌쩍한 키의 Ribbon Tree들의 숲이, 차츰 Manzanita와 Chamise 숲으로 바뀌면서 나무들의 키가 낮아진다. 서쪽 또는 서북쪽의 기슭을 따라 완만한 오름새로 이어지는 길을 통해 도달하는 첫번째의 두드러진 봉우리의 고도는 4,930’이다. 이곳에서 다시 완만한 내리막을 거쳐 서쪽과 서남쪽의 기슭을 따라 완만하게 오르게 되는 두번째의 봉우리는 4,920’내외의 고도가 된다.

이곳에서 저 건너 앞쪽으로 보이는 봉우리가 Little Cahuilla Mountain이다. 붉으스름한 바위들이 큰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그 위에 한 그루 큰 Ribbon Tree가 운치있게 솟아있는 곳이 정상이다. 숲 사이로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 일단 아래쪽의 Saddle로 내려간다. 약간 가파르다. 미끌어지지 않도록 조심한다. 멀리에서는 전혀 길이 없을 듯 보이지만, 막상 가까이 다가가면 울창한 Chaparral숲속으로 한줄기 등산로가 이리 저리 잘 이어져 있다.

날카로운 부정형의 붉은 바위들이 높다랗게 무더기를 이루고 있는 정상의 모습이 독특하다. 물론 사방의 전망이 양호하다. Mt. San Gorgonio, Mt. San Jacinto, Thomas Mountain, Cahuilla Mountain 등을 멀리 또는 가까이 볼 수 있다. 세월이 가면 갈수록, 우리의 자손들에게 더 많은 젖과 꿀 그리고 더 나은 활력과 건강을 베풀어 줄, 우리 남가주의 드넓고도 푸르른 소중한 산야이고 자연이다.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