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기도
2020-04-08 (수)
이선희/ 시인
또 하나의 봄,
터지는 은빛 햇살 끌어안고
하늘하늘 다가선다.
목련, 개나리, 복사꽃
선명한 실핏줄 꿈틀 거리며
실개천 지나 너른 바다로 노 젓는다.
자색 꽃무늬 옷 챙겨 입고
채비를 한다
그를 맞으려
문득,
굳어진 문고리 어둑한 실내
시계는 멈추어 버린 듯,
요일을 잃어버려 쓸모없어진 캘린더,
붉게 그어져 무산된 약속들
벌써 몇 날째 인가 금지된 외출은
이중으로 걸어잠근 문턱너머
버티고선 흉악한 저 돌덩이,
언제나 사라질까 애가 끓는다
내 생 저 너머,
걸림돌 외마디 핏자국 움켜질 때
애처로이 싸매 주던 따스한 그 빛
험한 길목 검은 두려움,
그, 동행한 길이라면
오직 두 손 모아 기도해야 하리
우리 생에 늘 그랬듯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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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