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우치 소장 “과학적 관점에서 입증 안돼”
▶ 나바로 국장 “왜 한 사람 말만 신뢰하나”
논란이 되고 있는 말라리아 약 하이드록시클로로퀸. [AP]
앤소니 파우치 소장. [AP]
피터 나바로 국장. [AP]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능 여부를 놓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측근 인사와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전문가 그룹 간에 충돌이 빚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 없이 연일 이 약의 효능을 주장하며 측근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는 모양새이다. 과학적 근거나 객관적 사실 보다는 ‘본능’과 ‘직감’을 우선시해온 ‘트럼프 스타일’이 국민의 안전과 생명이 걸린 코로나19 대처 국면에서도 그대로 재연되는 양상이다.
6일 CNN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회의에서 국방 물자생산법 정책 조정관을 겸임하고 있는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과 감염병 권위자인 앤소니 파우치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간에 한바탕 충돌이 벌어졌다. 나바로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로 꼽히는 인사이다.
나바로 국장은 “명백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에 대한 한 무더기의 해외 자료들을 책상 위에 올려놨다.
그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파우치 소장은 이날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그것은 입증되지 않은 일화적인(anecdotal) 증거”라고 반론을 폈고, 이 말에 나바로 국장이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바로 국장은 “이것은 일화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할 당시 파우치 소장이 이에 반대했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고 언론들은 보도했다.
장외에서도 공방은 계속됐다. 파우치 소장은 전날 CBS방송 인터뷰에서 “효과가 있을지 모른다고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고 효과가 없다고 보여주는 사례들도 있다. 따라서 과학적 관점에서 볼 때 효과가 있다고 명확하게 말할 수는 없다”면서 ‘과학적 관점’을 강조하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나바로 국장은 이날 CNN, 폭스뉴스 방송 인터뷰에서 파우치 소장에 대해 “그는 그의 주장을 말하는 것이고 나는 다른 소견을 갖고 있다”며 “의사들은 언제나 의견이 다르다. 과학적 관점에서 보면 나도 사회과학자 자격을 갖고 있다. 박사학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CNN 인터뷰에서 “이쪽 의견을 가진 의사도 많지만, 저쪽 의견을 가진 의사도 많다”며 “CNN이 파우치 소장을 유일한 의학 권위자로 설정해 그의 말만 믿으려고 한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CNN은 별도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파우치 박사를 믿어야 하는가 아니면 무역 참모를 믿어야 하는가”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나바로 편을 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코로나19 TF 브리핑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효능을 거듭 주장하면서 “내가 무엇을 아느냐고?”라고 되물은 뒤 “나는 의사는 아니다. 그러나 상식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CNN 기자가 이 약의 효능을 파우치 소장에게 묻자 이례적으로 답변을 가로막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