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팜트리 군락… 기암괴석… 꽃들의 환호성…‘봄 산행의 묘미’

2020-04-03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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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Indianhead Peak (3,960’)

팜트리 군락… 기암괴석… 꽃들의 환호성…‘봄 산행의 묘미’

Oasis에 거목으로 자라있는 California Fan Palm 숲.

팜트리 군락… 기암괴석… 꽃들의 환호성…‘봄 산행의 묘미’

큰 바위들이 많은 등산로의 어느 구간.


팜트리 군락… 기암괴석… 꽃들의 환호성…‘봄 산행의 묘미’

등산로변에 피어있는 Gold Poppy.



가주에는 118개의 주립공원(State Park)이 있다. 이 중에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진 공원은 남가주에 있는 Anza-Borrego Desert State Park(ABDSP)이다. 남북의 길이가 60마일, 동서의 폭이 35마일에 걸치며, 약 600,000에이커(약 7억4천만평)의 면적을 가진 초대형공원으로, 제주도 면적의 약 1.3배가 된다. 주로 San Diego County에 속해 있으나, 일부는 Imperial, Riverside, San Bernardino County에도 걸쳐 있다.

ABDSP에는 우리네 보통의 등산인들이 알만한 산으로는 Santa Rosa 산맥의 남쪽 줄기에 있는 Pyramid Peak(3,480’), Rosa Point(5,038’), Mile-high Mountain(5,340’), Villager Peak(5,756’), Rabbit Peak(6,623’)과 서쪽에 있는 San Ysidro Peak(5,023’), The Thimble(4,232’) 등이 있다. 이 산들 가운데 특히 Santa Rosa 산맥에 있는 산들은 그 해발고도가 그다지 높진 않으나, 워낙 건조하고 거친 사막지역이라서 등산이 결코 쉽지 않은 특성을 지닌다. 등산 도중에 물을 구하는 것이 전혀 불가능하고, 분명한 등산로가 거의 없고 가파르면서 Jumping Cholla처럼 극심한 통증을 안겨주는 식물들이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 공원의 이름인 Anza-Borrego에서, Anza는 ‘Juan Bautista de Anza’라는 탐험가의 이름이고, Borrego란 ‘새끼 양’을 뜻하는 스페인어로 이 사막지역에 Big Horn무리들이 서식하고 있기에 붙여진 것이다.

멕시코에서 출생한 Juan Bautista de Anza (1736~1788)는 1774~1776년 사이에 오늘 날의 Arizona의 남쪽인 멕시코의 Nogales에서 San Francisco까지의 1,210마일의 구간을 두 차례에 걸쳐 왕래한 군인이었다. 이 때 그가 택한 행로가 이 공원의 Coyote Canyon을 지나는 것이었기에, 그의 이름이 이곳에 헌정된 것이겠다. 그가 지났던 옛길은 현재 ‘Juan Bautista de Anza Historic Trail’로 지정되어 있다.

그의 장정으로 하여 1776년에 San Francisco에 처음으로 정착촌이 건설되었고, 말이나 소 등의 가축을 캘리포니아로 들여와서 비로소 목축업이 시작되는 등, 가주의 형성과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시기에는, 토착 인디안을 제외하고는, 아직 Los Angeles에는 정착촌이 없었고, 1771년에 건설된 Mission San Gabriel Arcangel이 지금의 Pasadena 인근에 있었을 뿐이다. Los Angeles는 1781년에 성인 22명, 어린이 22명이 멕시코로부터 이주하여 옴으로써 태동한다.

워낙 넓은 ABDSP이다보니 이곳에는 약 3,500명의 주민이 살고있는 아름다운 거점도시 ‘Borrego Springs’도 있다. 봄철에는 여기저기 화려하게 피어나는 각양각색의 야생화 천국이 되어지고, 조각가 Ricardo Breceda의 아주 개성있는 금속조각물을 전시하는 초대형 야외공원인 ‘Galleta Meadow Estate’가 사람들을 매료시킨다.

그러나 산을 좋아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이곳 Borrego Springs의 매력이란 이곳에서 시작하게 되는 ‘Indianhead Peak’의 산행일 것이다. 이 Indianhead Peak은 다양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

우선, 산의 전체적인 윤곽이, Borrego Palm Canyon Campground에서 바라보면, 틀림없는 인디안 남자의 얼굴과 머리의 모습이다. 절묘하고 신기하다. 이곳의 산야가, 달리는 어쩌지 못할, 인디안들의 소유라는 것을 대자연이 앞장서서 증거하고 웅변하고 있는 것 같다. 또 하나의 Nature’s Signature라고 하겠다. 당연히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산의 모습이 달라지는데, 특히 ABDSP의 Group 1 Campsite에서 보면 제대로 된, 영락없는 ‘Indianhead’를 볼 수 있다.

많은 산악인들이 이 산을 좋아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정상에 오르기가 결코 쉽지 않다’는 점이다. 해발고도가 불과 3,960’이므로 전혀 높은 산이 아니고, 산행거리도 편도 4.5마일(B코스) 또는 2.5마일(A코스)이라 결코 길지 않은 거리인데도, 정상에 오르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이 이 산을 등정한 산꾼들의 중평이다.


등산에 소요되는 시간이나 하산에 소요되는 시간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점도 특이하다. 내려올 때가 더 조심스러운 가파른 코스이기 때문인데, Sierra Club의 Desert Peaks Section List에 올라있는 산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특징은, Borrego Palm Canyon의 주변은 온통 건조한 사막으로 Canyon의 양안이 거의 암벽이고 암봉인데, 1.5마일을 올라간 지점에 이르면, 돌연 시원한 물줄기가 콸콸콸 큰 소리를 내며 흐르는 별천지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유일한 캘리포니아의 고유종이라는 California Fan Palm이 울창한 푸른 숲을 이루고 있는 Oasis를 맞닥드리게 되니,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온 느낌이 된다.

오늘은 거리가 좀 길지만, 좀 더 안전하면서 또 사막속의 푸르른 Oasis도 구경할 겸, 편도 4.5마일 루트를 통한, Borrego Springs의 ‘작고 매운 고추’ Indianhead Peak 등산을 안내한다.

등산시작점의 고도는 820’ 내외이고 정상의 고도는 3,960’이며, 9~12시간이 걸린다. 정상에 오르기까지의 순등반고도는 3,350’쯤이고, 하산까지를 포함하면 순등반고도가 4,000’ 내외가 된다. 등산로의 난이도는 주로 ‘까다로운Class 2’라고 하겠으나, 일부 Class 3 구간도 있다.

미끄럽고 거친 비탈과 큰 바위들을 올라야 하니 두껍고 튼튼한 등산화가 필요하고, 날카로운 Jumping Cholla나 Agave 또는 Cat’s-claw Acacia 등에 찔리거나 긁힐 확률이 높으므로 긴 팔 상의와 긴 바지를 입는 것이 안전하겠다.

거리가 짧고 순등반고도가 많지 않다고 하여 가볍게 생각치 말고, 적어도 1갤런의 물과 썬크림, 장갑과 헤드랜턴을 준비한다. 산행이 지체될 경우를 감안하여, 일출 전후의 이른 시각에 산행에 나서는게 중요하다.

가는 길

LA한인타운에서는 I-10 East에 이어 I-5 South 를 탄다. 다시 Freeway 91East를 달리다가 Freeway 15 South로 내려간다. SR-79 East로 갈아탄 뒤에 다시 S-2에 이어 S-22를 타고 동쪽으로 간다. 153마일이 될 즈음에 Town of Borrego Springs의 Palm Canyon Drive를 만나게 된다. 이곳에서 좌회전하여 약 300m를 간다. 오른쪽으로 나있는 좁은 포장도로로 들어간다. 약 1마일을 가면 길이 갈라지는데, 좌회전한다. 주차료(10달러)를 받는 Kiosk가 있다. 이곳을 통과하여 약 1마일을 가면 ‘Borrego Palm Canyon Trailhead & Parking’에 이르른다. 155마일을 온 지점이다.

등산코스

주차장(고도 820’)에서 북서쪽으로 나있는 등산로를 따라 산행을 시작한다. 등산로가 잘 조성되어 있고, 여러가지 안내표지들이 구비되어 있어, 사람의 통행이 많은 등산로임을 알 수 있다. Indianhead 봉은 오른쪽에 있는 산괴의 뒷 부분인데, 정상부는 이곳에서 보이지 않는다. 봄철에는 노오란 꽃을 무더기로 피우는 Brittlebush가 여기저기에서 그 화사함을 자랑한다.

수시로 큰 바위들이 나타나는 완만한 오름길이다. 대략 1.5마일쯤을 올라가면, 청량한 물소리가 계곡에 가득 울리며, 사람의 청각을 시원하게 씻어주는 곳에 이른다. Oasis이다. 커다란 Palm Tree들이 푸른 숲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차가운 물의 흐름이 굽이져 내려온다.

여기까지가 길이 나있어서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이루어 가벼운 차림으로 산행에 나서는 곳이다. 가족들과 함께 오는 소풍코스로 그만이다.

우리는 이곳을 지나 계속 상류로 오른다. 이제 부터는 길이 없다. 개울물과 바위와 암벽을 피해가며 발을 딛을 수 있는 곳을 골라가며 올라간다. 큰 바위에 올라타거나 뛰어 내린다. 이쪽으로 저쪽으로 개울을 건너 다닌다. 가다가 더 갈수 없으면 되돌아서서 개울을 건너 다른 쪽을 찾아본다. 가끔 몇 그루의 Palm Tree가 서있다. 도처에 긴 풀들이 무성하다. 큰 바위 아래를 부드러이 감싸고 있는 Fountain Grass의 아름다움이 특히 돋보인다.

대략 3마일을 온 곳에 이르면 서너 그루의 Palm Tree가 있고, 오른쪽에 북동쪽으로 뻗어 올라가는 산줄기가 시작되는 지점이 나온다. 고도는 1,830’쯤이다. 여기서 계곡을 나와 오른쪽 산줄기를 따라 오른다. 경사가 매우 가파르다. 크고 작은 돌들이 많고, Jumping Cholla, Beavertail Cactus, Ocotillo, Barrel Cactus, Agave, Yucca 등의 날카로운 가시로 무장한 식물들이 많아 걷기가 불편하고 힘이 든다.

요즘같은 봄철에는, 온 산에 Brittlebush가 만발하여 눈부신 꽃동산을 이루고 있고, 각종 선인장들도 각기 나름대로 자랑스레 고운 꽃들을 피우고 있어, 오르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화려한 봄 기운을 만끽할 수 있을 것이다. 눈을 들어 멀리 앞을 봤을 때, 이 북동방향으로 이어지는 능선의 끝에서 오른쪽으로 뻗어있는 거친 바위능선의 뒤에 정상이 있다. 저 바위지역을 다 건너야 비로소 바로 앞에 있는 정상을 알현할 수 있다. 대략 1.5마일이 남았다.

능선 위에 올라서면, 전망이 좋다. 그래도 여전히 거칠기만 하다. 몇 차례 거치른 바위 돌출부를 넘어가야 한다.

안부(Saddle)에 도달하면 이제 약 3.8마일을 온 것이다. 고도는 약 3,220’가 된다. Henderson Canyon 너머로 Santa Rosa산맥이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줄기를 따라간다.

집채만한 바위들이 모여있는 구간에 이른다. 여기도 역시 때로는 바위를 타넘고, 때로는 왼쪽으로 때로는 오른쪽으로 나아갈 수 있는 공간을 찾아가며 나아가야 한다.

이 큰 바위구간을 지나면 이내 경사가 거의 없는 평활한 능선이 된다. 마치 거친 파도가 다 지나고 마침내 잔잔한 고요함이 찾아온 항해와 같다고 할까, 아니면 격렬했던 경기를 잘 마친 선수들에게 주어지는 편안한 휴식과도 같다고 할까, 탁 트인 전망을 즐기며 행복한 마음으로 이내 정상점에 오른다.

전망이 넓다. 동북방면으로는 15마일 내외의 거리를 두고 Santa Rosa산맥이 길게 펼쳐져 있다. Santa Rosa, Toro, Rabbit, Villager 등의 산이 보이는데, 눈이 밝은 사람은 Mile-high, Rosa, Pyramid봉들도 식별할 수 있다. 서남방면으로는 San Ysidro Peak(6,147’)이 직선거리 5마일쯤으로 아주 가깝고, San Diego County의 최고봉인 Hot Springs Mountain(6,533’)은 서북쪽에서 우리를 넘보고 있는 형국이다. 동쪽과 동남쪽으로는 우리들 인간을 위한 땅으로, Borrego Springs의 사각형의 푸른 관개농지들과 주거지가 넓게 펼쳐져 있다.

하산을 할 때는, 특히 미끄러져 넘어지지 않도록 반드시 트레킹폴을 이용하여 천천히 안전하게 발을 딛도록 한다. 또한 도처에 산재한, 사막산의 무서운 지뢰랄 수 있을, Jumping Cholla를 밟거나 스치지 않도록 각별히 유념한다.
310-259-6022
http://blog.daum.net/yosanyosooo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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