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회색의 사막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야생화의 환호성

2020-03-27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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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가이드 Backus Peak (6,651’)

회색의 사막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야생화의 환호성

정상에서의 서쪽 전망.

회색의 사막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야생화의 환호성

등산시작점에서 본 Backus Peak.


회색의 사막을 걷다보면 군데군데 야생화의 환호성

정상에서의 북동쪽 전망.



목하, 우리네 지구인들은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으로 인한 미증유의 충격적인 사태를 겪고 있다. 이 병의 확산이 어디까지 미칠지 또 언제까지 지속될지 오리무중이니, 갑갑하고 두렵다. ‘이 역시, 결국은 다 지나 가리라’는 막연한 희망으로 다소나마 불안감을 달래고 있는 가운데, ‘Social Distancing’의 일환으로 우리의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가지 활동들이 공적 또는 사회적으로 크게 제약을 받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다행히 아직은 단체활동이 아닌 개인의 등산활동은 그다지 제약을 받지 않고 있는데, 원리상으로는 이러한 ‘역병’하에서는 각자가 자기 몸의 면역력을 최상으로 유지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이다. 즉, 지금이야말로 개인 건강의 유지 및 증진을 위한 등산활동의 중요성이 한층 더 부각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만 더욱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특히 위험이 따를 만한 까다로운 산행은 절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언제나 해당되는 얘기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특별히 지금의 상황에서는, 혹시라도 산행중에 위험에 처하게 될 경우, 해당지역 긴급구조대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기에 더욱 그렇다. ‘Social Distancing’의 실천으로, 각 구조대원들이 자원봉사활동에 임하기 어려운 사정이고, 구조장비나 차량의 공유도 금지되어 원활한 구조활동을 수행키가 어려울 뿐 아니라, 헬리콥터, 앰블런스, 응급실 등의 이용도 극히 어려운 상황이다. 결국, 지금의 이 ‘Covid 19’사태가 잘 해소될 때 까지는 지역구조대의 도움을 받을 가능성이 거의 없는, ‘배수진’을 친 산행인 점을 고려해야 한다.


등산취미를 지니고 남가주에서 살고있는 사람들은 이래 저래 “Sierra Nevada”라는 말을 자주 접한다. 또 실제로 가끔은 Sierra Nevada산맥의 어느 곳으로 등산을 다녀 오기도 한다. 예컨대, Yosemite, Mt. Whitney, Mt. Langley, Bishop, Kings Canyon 등은 가끔 산행이나 캠핑을 가는 단골메뉴이기도 하다.

Sierra Nevada라는 말은 스페인어이다. ‘Sierra’는 ’산맥’이고, ‘Nevada’는 ‘쌓인 눈’을 의미하니, ‘Sierra Nevada’는 결국 ‘눈 덮인 산줄기’라는 뜻이겠다. 단순히 ‘눈’을 일컬을 때는 ‘Nieve’라는 말을 쓰는 것 같다.

차제에, Sierra Nevada의 이모저모를 살펴본다. 우리가 살고있는 이 California주는 태평양 연안을 따라 남북으로 약 900마일에 달하는 길이로 뻗어 내린다. Sierra Nevada는 주로 중가주지역에 걸쳐 있으며, 대략 남북으로는 400마일의 길이가 되고, 동서로는 70마일의 너비가 된다. 점유면적이 24,370평방마일로, California 전체면적 163,696평방마일의 15%에 해당하고, 대한민국의 약 63%가 되는 면적이다. 우리에게 익숙한 지명을 들어 이해를 돕자면, 북쪽으로는 대략 Lake Tahoe에서 남쪽으로는 Tehachapi Pass에 이르는 지역이다.

대체로 이 산맥의 서쪽면은 경사가 완만하고 동쪽면은 급격하다. 산맥을 기준으로 서쪽은 비옥한 토지이고, 동쪽은 건조한 사막이다. 바다가 있는 서쪽의 다습한 공기가 동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높은 산맥을 지나며 Rain Shower 현상으로 건조한 공기가 되어진다.

서쪽 기슭으로 떨어지는 비나 눈의 일부는 San Francisco 지역 주민의 식수원이 되고, 동쪽 기슭에 내리는 비나 눈의 일부는, 228마일에 걸친 LA Aqueduct를 거쳐, Los Angeles 지역 주민의 식수원이 된다. 즉, 이 Sierra Nevada는 태생적으로 건조한 우리 남가주를 촉촉한 젖과 꿀이 흐르는 최상의 지상낙원으로 가꾸어 주는 자애로운 어머니인 셈이다.

이 Sierra Nevada는 약 1억년 전에 북미판 지각과 태평양판 지각이 맞물리면서 형성되었단다. 즉, 지각이 서로 밀고 밀리면서 땅에 주름이 생기고, 또 북미판 지각이 위로 들리면서 지표면이 솟는 조산활동을 거쳐 형성된 산맥이며, 지금도 이런 변화의 과정에 있단다. 따라서 Sierra Nevada의 해발고도는 세월이 가면서 계속 높아지고 있다.

우리 한인등산인들이 이따금 큰 맘먹고 찾아가는 Sierra Nevada의 산으로는 Mt. Whitney(14,505’)와 Mt. Langley(14,026’)를 우선 꼽을 수 있는데, LA에서 220마일이 넘는 거리라 주말산행으로는 아무래도 버겁다. 또 사전에 등산허가를 받아야 하는 제약도 있다.


그러나 이 Sierra Nevada의 남단을 놓고보면, LA에서의 거리가 150마일이 넘지 않으며, 등산허가가 필요치 않은 산들이 있는 바, 오늘은 이런 조건을 갖춘 Backus Peak(6,651’)을 찾아간다. 산행거리가 왕복 7마일, 순등반고도는 2,950’이다. 왕복 6시간 내외가 걸린다.

등산로가 따로 없지만 비교적 평탄한 사막구간을 걷는 것으로 그리 힘들지 않다. 요즘같은 계절에는 여러 야생화와 더불어 큰 뭉텅이로 하얀 꽃을 피우는 Joshua Tree들을 볼 수 있다.

이 산은 Sierra Club의 HPS(Hundred Peaks Section)와 DPS(Desert Peaks Section)의 Peak Bagging List에 올라있는 산이기도 하다. 정상에 오르면 우뚝한 Sierra Nevada의 연봉들과 광활한 Mojave사막이 한 눈에 들어와, 그 장대한 경치에 찬탄을 금치 못하게 된다.

‘Sierra Nevada’의 산 가운데, Sierra Club의 SPS(Sierra Peaks Section)의 Bagging List에 등재된 산은 모두 248개에 이른다. 특히, 이 중에 28개를 제외한 220개가 해발고도 10,000’ ~ 14,505’ 사이에 해당되는 고봉들이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101번 Freeway로 북상하다가 170번으로, 다시 5번으로, 또 14번으로 바꿔타고 Mojave까지 간다. 여기까지 대략 95마일 쯤이 된다. Mojave에서 계속 14번 도로로 북상하여 42마일을 가면 왼쪽으로 SR178(Isabella-Walker Pass Road)이 교차하는 Freeman Junction이 나온다. 여기서 좌회전하여 2.3마일을 가면 오른쪽으로 갈라지는 비포장도로가 있다. 우회전하여 0.2마일을 들어가면 Wilderness 경계임을 알리는 Paddle이 꽂혀있다. 이 부근에 주차한다. 고도가 약 3,900’이다. 차가 Wilderness 경계를 지나가면 벌금을 물게된다. LA한인타운에서 약 139마일이 되는 곳이다.

등산코스

Sierra Nevada에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정부의 시책으로 20여개의 Wilderness가 지정되어 있다. 이 곳은 74,060 Acres에 달하는 Owens Peak Wilderness에 속한다. 바로 눈 앞에 보이는 동서로 뻗어있는 산줄기는 Sierra Nevada에 속한 Morris Peak(7,215’)에서 남동쪽으로 갈라져 내려오는 가지이다. 직선으로 약 2마일 거리에 봉긋 솟은 봉우리가 Backus Peak(6,651’)이다. 가슴아래가 온통 밝은 색조의 암봉이어서 특이하다. 오른 편의 북동방향에 홀로 뾰쪽하게 서있는 산은 Oedipus Peak(5,212’)이다.

Backus Peak 쪽으로 향한 완만한 경사의 Jeep Trail을 따라간다. 사람보다 키가 큰 식물로는 Joshua Tree, Creosote가 드문드문 있을 뿐이고, 낮게 자라는 풀들도 듬성듬성하다. 지표면의 흙도 부드러워 걷기에 불편치 않다. Backus Peak의 모습이 시종 시야를 벗어나지 않는다.

대략 1.25마일을 가면 약 4,400’의 고도가 되는데, 이쯤에서 Jeep Trail을 벗어나, Backus Peak에서 남동쪽으로 흘러내리는 산줄기에 있는 고도 5,389’의 융기부를 향하여, 북동 방향으로 나아간다.

1.7마일쯤에 작은 골짜기(Gully)를 건너고, 1.8마일쯤에 더 작은 골짜기를 건넌다. 어쨌거나 주능선의 어느 한 지점으로 올라가면 되지만, 힘이 덜드는 경로라면, 아무래도 고도 5,389’ 융기부의 왼쪽 Saddle을 향하는게 좋을 것이다. 2.2마일쯤에 마지막 골짜기를 건넌다.

2.7마일에 고도 5,400’내외의 능선 위에 오르게 된다. 능선 북쪽의 광활한 전망이 눈에 들어온다. 이 능선을 타고 북서쪽의 Backus Peak을 향하여 걷는다. 여기서 정상까지는 0.8마일 거리에 1,260’를 올라야 하니, 꽤 가파른 편이다. 날카로운 모서리의 바위조각들이 널부러져 있어, 걸음을 옮기는데 조금은 주의가 필요하다.

드디어 정상이다. 동서남북, 시야가 다 트였다. 동쪽으로는 Indian Wells Canyon을 건너서 2마일남짓한 거리에 ‘Five Fingers’(5,174’)의 암봉군이 발아래로 가깝다. 서북쪽으로는 Sierra Nevada 본령에서 흘러내리는 줄기 가운데, Morris Peak(7,215’), Jenkins Mountain(7,921’), Owens Peak(8,453’)이 뚜렷하게 가깝고, Olancha Peak(12,133’)도 멀지 않아 보인다. 백설을 머리에 두른 미국 본토의 최고봉 Mt. Whitney(14,505’)도 희미하지만 식별된다.

동남쪽으로는 Mt. Baldy(10,064’), Mt. Baden Powell(9,399’), Mt. San Gorgonio(11,503’)를, 서쪽으로는 Walker Pass의 건너편으로 Mt. Scodie(7,080’)를 볼 수 있다. 거의 3면에 걸쳐 펼쳐져 있는 광활한 Kern County의 사막풍경들이 참으로 다양하고 형언키 어렵게 아름답다.

여기 정상에서 서북쪽으로 이어지는 거친 바위능선을 따라 2,2마일을 가면, 또 하나의 HPS Peak인 Russell Peak(6,696’)에 오르게 되는데, 이는 반드시 이 코스를 잘 아는 사람과 함께라야 한다. 가파른 만큼 또한 대단히 화려한 비경을 간직한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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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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