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총에 집착 부부 강도의 은행털이·도주극 스릴있게

2020-03-1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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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보는 고전 필름 르와르
건 크레이지(Gun Crazy·1950) ★★★★★(5개 만점)

▶ 폭력, 섹스 재미있게 섞어, 촬영·연기 뛰어난 범죄물…누벨 바그 개척자에 큰 영향

총에 집착 부부 강도의 은행털이·도주극 스릴있게

영화 ‘건 크레이지’에서 추격하는 경찰에게 총을 쏘는 부부 강도 애니를 바트가 말리고 있다.

초 저예산으로 만든 B-무비 필름 느와르로 폭력과 섹스가 뒤엉킨 기막히게 흥분되고 재미 있는 상영 시간 87분짜리 소품 명작이다. 긴장감 가득한 범죄영화이자 격정적이요 저주 받은 사랑의 이야기다. 스타일 멋지게 찍은 촬영과 연기 등이 훌륭한 작품으로 원작은 후에 퓰리처상을 탄 맥킨리 캔터가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에 쓴 글인데 최종 각본은 당시 블랙 리스트에 오른 달톤 트럼보가 차명으로 썼다.

연인 강도의 실화 범죄영화 ‘바니와 클라이드’를 연상케 하는 작품으로 총에 집착하는 젊은 부부의 강도행각과 도주와 추격을 그렸는데 특히 할리웃 등 현장에서 찍은 대담하고 간결한 촬영이 영화에 서스펜스를 가득히 안겨준다. 이 영화는 프랑스의 누벨 바그 개척자인 장-뤽 고다르(브레스리스)와 프랑솨 트뤼포 및 쿠엔틴 타란티노 등 여러 감독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작품이기도 하다.

어려서부터 총에 집착하던 바트(존 달)는 소년 시절 강도질을 하다가 소년원에 수감된다. 그 후 청년이 된 바트는 어느 날 카니발 구경을 갔다가 여기서 명사수인 고혹적인 애니(페기 커민스)를 만난다. 둘은 단숨에 사랑에 빠져 연인 사이가 된다. 둘은 천생연분으로 총과 탄약과 같은 사이. 바트와 애니 사이에서 성적 긴장감이 팽팽하니 감돈다. 애니는 바트에게 자기 소개를 하면서 “난 천생이 나쁜 여자이지만 좋아지도록 노력해볼게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바트는 산 것에 총질을 하는 것을 극히 꺼려하는 반면 애니는 살인도 주저하지 않는다.

둘은 이어 주유소와 그로서리 스토어를 털어 푼돈으로 먹고 살다가 마침내 은행 강도를 자행한다. 이 은행 강도를 찍은 촬영이 긴장감과 사실감이 가득하다. 이와 함께 추격하는 경찰과 두 연인 강도의 도주 장면도 박력 있다. 둘은 돈이 떨어지자 이번에는 신분을 감추고 한 회사에 취직한 뒤 봉급날 경리부를 턴다. 그리고 애니는 여기서 살인을 저지른다. 모든 필름 느와르의 종말처럼 이 영화도 처절한 비극으로 끝난다. 소녀 같은 얼굴을 한 커민스의 정열적인 연기가 볼 만하다. 이 영화는 후에 드루 배리모어 주연으로 신판으로 만들어졌다. 조셉 L. 루이스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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