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캘리포니아에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북가주 한인불교계도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일부 사찰들은 법회취소 등 본격대응에 돌입했고 다른 사찰들은 조심조심 법회를 이어가면서 사태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다만 사찰 법회든 재가모임이든 대개 열명안팎이거나 많아도 이삼십명인 까닭에 외견상 사태의 심각성이나 변화가 도드라지게 짚혀지지는 않는다. 9일 현재로서는 예방적 차원의 법회중단이나 주의환기, 나아가 조속한 위기극복을 위한 기도권장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카멜 삼보사 주지 대만 스님은 이달 초 신도들에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안내문을 띄웠다. “귀의 삼보하옵니다. 코로나19로 인하여 주변이 뒤숭숭합니다. 모두들 마음 졸이실 듯하여 3월 법회는 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매일 사시기도를 모시면서 한 가정씩 선정하여 축원을 드리겠습니다. 이 고난을 이겨내도록 모두 기도합시다. 나무아미타불!”
새크라멘토 영화사(주지 동진 스님)도 3월 법회를 쉬기로 했다. 8일 시장을 보러 외출했다 기자의 텍스트문의를 받은 동진 스님은 “영화사는 어차피 한달에 한번 법회 하니까 별 의미는 없지만 상징적” 차원에서 지난해 12월부터 해온 자비참 기도를 이달초 법회에서 회향하면서 3월 한달 법회를 쉬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동진 스님은 앞서 2월27일자 본보 칼럼 ‘질병명 X’를 통해 “바이러스는 늘 그래온 것처럼 없애면 또 오고, 또 오고 할 것이다. 인간은 그때마다 반드시 이겨낼 것이다. 그리고 인간이 강해질수록, X는 보다 강해져서 우리에게 올 것이다.‘ 이것으로 인하여 저것이 온다.’ 연기법에 대한 통찰이 진정 필요한 때”라고 강조한 바 있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주지 광전스님)와 오클랜드 돈오사(주지 돈오스님)는 1일과 8일 법회를 평소와 다름없이 봉행했으나 향후 사태추이를 지켜보면서 필요할 경우 법회중단 등 대응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다.
광전 스님은 백양사 산중총회 참가, 승려분한신고 완료, 승가고시 위원활동 등을 위해 2월16일 달포 예정으로 귀국했다. 광전 스님 부재중 법회를 맡기로 했던 효원 스님은 다른 사정이 생겨 미국에 오지 못했다. 지난 2월20일 여래사에 온 창건주 설조 큰스님은 11일 귀국했다. 설조 큰스님과 함께 여래사를 지켜온 진월 스님은 오는 22일 워싱턴DC에서의 국제불교연맹(IBAA) 연차회의가 예정대로 열릴 경우 다음주 이후 여래사 법회를 맡기 어렵다. 진월 스님은 IBAA 연차회의에 이어 곧장 인도로 이동해 국제불교도연합(IBA)
주최 글로벌불교도회의(3월24일-26일), 부다가야에서 열리는 분황사 기공식(3월28일)에 함께할 예정이었으나 IBA 회의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취소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이런 사정을 감안해 광전 스님은 한국체류 일정을 단축하고 다음주중 여래사에 복귀할 예정이다.
이밖에 산호세 정원사(주지 지연스님) 마리나 우리절(주지 운월 스님) 길로이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 등 다른 사찰들과 원불교 SF교당(교무 이성하) 버클리교당(교무 조태형) 등 다른 도량들도 코로나19 사태 소식에 주의를 기울이며 조속극복을 발원하는 기도를 올리고 있다.
SF정토회(총무 이예정)는 8일 돌린 안내문을 통해“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을 줄이기 위해서 대중집회를 자제하는 요즘, 샌프란시스코법당도 같은 이유로 오늘과 다음주 2주간 (3/8, 3/15) 휴회를 한다”고 공지했다. 안내문은 이어“ 휴회가 되어도 아니어도 그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며 수행정진하는 우리는 행복한 수행자”라는 말로 어떤 상황에서도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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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