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 우려에 일부 의원들 ‘원격업무’ 제안…상하원, 비상사태 논의 진행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지난달 24일 중국계 이민자들과 함께 지역구인 샌프란시스코 차이나타운을 둘러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불안감을 고려해 차이나타운의 안전을 알리기 위한 취지에서 이뤄진 것이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하면서 의회 폐쇄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의회가 법안 심사 등을 위해 수백명의 의원들이 한 공간에 모이는 장소인 데다 이곳을 찾는 일반인들도 적지 않은 다중 공공시설이라는 점 때문이다.
공화당과 민주당 양당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할 비상계획 마련에 착수하면서도 현 상황에서 의회를 폐쇄하는 데 대해서는 일단 부정적인 기류다.
민주당 소속의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10일(현지시간)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세에 따른 의회 폐쇄 제안을 거부했다고 로이터통신 등 미 언론이 보도했다.
그는 "우리는 배의 선장이다. 우리가 가장 늦게 떠날 것"이라고 말했다.
펠로시 의장은 의회가 원격 투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민주당의 제럴드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의 이날 제안도 거부했다.
양당 최고위 인사인 펠로시 의장과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모두 의사당에 의원들을 소집하는 권한을 포기하길 원치 않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하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은 만일의 사태에 대한 논의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양당 최고위층은 수천 명의 방문객과 직원, 의원들을 감염시키지 않기 위해 의회를 폐쇄할 필요성이 생길 경우 어떻게 할지 고심하고 있다는 것이다.
공화당의 존 코린 상원의원은 "많은 이들이 우리를 지켜본다. 신중하게 행동하되 패닉에 빠지지 않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의 행동은) 미 전역의 많은 이들에게 신호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에 취약한 것으로 알려진 70∼80대 의원이 적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노인 특히 기저질환이 있는 이들이 코로나19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고령 의원이 많다는 것은 걱정을 던져준다고 의회전문매체 더힐은 전했다.
상·하원의 최고령인 다이앤 페인스타인 의원과 돈 영 의원은 오는 6월이 되면 87세가 된다. 펠로시 의장과 매코널 원내대표, 내들러 법사위원장도 70대다.
일부 의원들은 의사당과 자신의 지역구를 얼마나 오랫동안 오가며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을 표하고 있다.
프라밀라 자야팔 민주당 의원은 "우리가 왕복 비행기를 타는 게 가장 좋은 생각은 아니다"라며 "이제 몇 가지 조치를 취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의 지역구는 코로나19가 확산 중인 워싱턴주다.
일단 의회는 내주 휴회할 예정이며, 그다음 주에도 의원들이 의회 밖에서 머무는 방안에 대한 논의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각 의원은 비상계획을 마련하라는 요청을 받은 상태다.
하원은 만일의 경우 원격지 근무를 위해 1천500여대의 노트북을 각 사무실에 배포 중이다. 또 작년에 쓰고 남은 예산으로 추가적인 장비를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의회 의료진은 의원들을 대상으로 악수를 포함한 신체 접촉을 피하고 사람 간 최소 6피트(약 1.8m) 이상 떨어지라는 내용의 '사회적 거리 두기' 특강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