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하녀 들어오며 풍비박산 나는 가정… 1960년대 김기영 감독 대표작 할리웃 상영

2020-03-0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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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녀’(The Housemaid) ★★★★ (5개 만점)

하녀 들어오며 풍비박산 나는 가정… 1960년대 김기영 감독 대표작 할리웃 상영

단란했던 김씨네 가정은 하녀 명숙(앞)의 유혹에 가장(가운데)이 빠져들면서 풍비박산이 난다.

1960년대 큰 활약을 했던 김기영 감독의 1960년 작품. 평범한 중산층 집에 하녀로 들어온 ‘팜므 파탈’(femme fatale)에 의해 파괴되는 가정을 그린 멜로풍의 가족 드라마이자 공포 스릴러로 억눌린 욕망이 터지면서 가져다주는 악몽을 그린 변태적으로 흥미 있는 영화다.

충격적인 소프 오페라이자 느와르로 장인의 솜씨를 느끼게 만드는 시대를 앞서간 영화다. 이 영화는 2010년에 임상수 감독이 이정재와 전도연을 주인공으로 기용해 리메이크, 칸 영화제서 상영됐었다. 1960년 작은 8일 오후 7시30분 이집션극장(6712 할리웃)에서 상영된다.

성과 계급의 대결과 함께 인간의 악마적 본성과 욕망의 어두운 면을 들추어내길 즐기던 김 감독의 대표작 중 하나다. 처음에 주인공인 남편이 아내에게 하녀와 사랑에 빠진 남자의 신문기사를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김동식(김진규)은 작곡가로 공단의 음악선생. 그의 임신한 부인(주증녀)은 집에서 하루 종일 재봉일로 부업을 해 김씨 가족은 마침내 드림하우스인 2층집으로 이사한다.
부부에게는 두 남매(어린 아들 역 안성기)가 있는데 김 씨네야말로 2층집과 피아노와 TV가 완전하고 행복한 가정의 정형인 쁘띠 부르좌들로 결국 이 물질적 성취로 인해 가정이 풍비박산이 난다.

임신한 아내를 돕기 위해 이 집에 명숙(이은심)이 하녀로 들어오는데 명숙은 이상 성격의 소유자로 미모와 젊은 육체로 동식을 유혹한다. 그리고 동식이 성적 욕망을 제어 못하고 명숙을 범함으로써 부부가 공들여 쌓은 행복이라는 허상이 완전히 붕괴된다. 동식이 명숙을 범하는 순간 번개에 맞아 불타는 나무를 상징적으로 사용했는데 지금 보면 다소 유치하다.

가난하고 짓밟힌 여자가 부르좌 압제자에게 승리한다는 사회주의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당시 산업화하는 한국사회의 실상과 가치관의 전락 그리고 인간 욕망의 어두운 이면을 염탐 하는듯한 카메라와 표현주의적 화면 구성 그리고 음향과 쥐와 계단 같은 상징 등을 적절히 사용해 만든 준수한 작품이다.

영화에서 부부는 자신들의 몰락의 원인을 드림하우스인 2층집에 돌리며 물질주의를 비판하고 있다. 2층집만 안 지었더라도 식모가 필요 없었을 것이요 식모가 없었다면 간통이라는 불상사도 없었을 것이라는 단선적인 논리다.

실화가 바탕인 영화는 신문기사의 내용을 재연하는 식으로 처리했는데 끝에 가서 동식이 관객을 향해 삿대질을 하면서 당신들도 조심하라고 훈계를 한다. 지금 보면 다소 유치한 부분도 있지만 ‘하녀’는 당시 한국영화로서는 혁신적인 작품이었다. 이 영화와 함께 또 다른 느와르 영화 ‘내 이름은 줄리아 로스’(My Name Is Julia Ross·1945)가 동시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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