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통신] 출가와 열반절 단상
2020-03-05 (목)
진월 스님 (고성선원장)
고향에서 온 한국달력은 오늘이 경칩절임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삼월의 첫 번째 절기인 이즈음, 그동안 여러 생물이 겨울 추위에 움츠리고 있다가 봄기운을 만나 활짝 기지개를 펴고 힘차게 움직이며, 농사 작업을 벌이기 시작하는 때입니다. 지난 일요일을 앞뒤로 이곳 베이지역의 한인동포사회는 3.1절 101주년 기념식을 갖고 그 뜻을 기렸습니다. 앞으로는 자주독립정신을 바탕으로 하여 아직도 못 이룬 남북통일운동에 매진해 나가야하겠습니다. 민주평화통일을 성취하는데 기여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각자의 환경 여건에 따라 공공외교를 활성화하고, 백범 김구 선생님이 추구하셨던 ‘문화강국’의 유훈을 실현하는데 정진해 나가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난 일요일 저녁 버클리에서 펼쳐졌던 “블랙스트링 (Black Strings 玄琴)” 즉, 거문고를 중심으로 한민족의 악기로서 빚어낸 음악공연은 클래식 한류의 문향향연으로서 삼일절 경축의 계기도 되었으며, 다문화 미국인들에게 한국문화에 대한 큰 감동과 깊은 인상을 주었을 것으로 짐작합니다. 봄맞이의 멋진 나이트쇼 이벤트였을 줄 압니다.
지난 월요일은 음력으로 이월 초파일로서, 한국과 중국 등지의 동북아시아 불교전통에서는 석존 즉, 인도 카필라국 석가족의 싯다르타 태자가 그의 정반왕궁을 떠나 구도의 길을 나선 날 즉, 출가절(出家節)로 기려온 날이었습니다. 소납은 이날을 기려, 그 전날인 일요일에 여래사에서 봉축법회를 열었습니다. 이른바 “석가여래 팔상성도 (釋迦如來 八相成道)” 즉, 석존의 일생을 여덟 가지 모습으로 간추려 보이는 것을 인용하여서 설법하였습니다. 제일 먼저 ‘도솔내의상’ 즉, 도솔 하늘에서 인간세상을 구제하려 내려오시는 과정으로서, 여섯 상아를 가진 코끼리를 타고 정반왕비 마야부인의 꿈을 통해 태중으로 들어가는 모습의 그림. 두 번째로 ‘비람강생상’ 즉 룸비니 동산에서 무우수 가지를 잡고 서있는 마야부인의 옆구리를 열고 태어나는 모습의 그림. 세 번째로 ‘사문유관상’ 즉, 정반왕궁의 동서남북 대문을 나서면서 늙은이와 병든 사람과 장례행렬 및 수행자를 각각 보면서, 인생의 덧없음과 괴로움 및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초월의 가능성을 둘러보는 모습의 그림. 네 번째로 ‘유성출가상’ 즉, 구도를 위해 궁성을 넘어 출가하시는 모습의 그림에 대한 의미를 새겨 보았습니다.
오는 일요일에는 다음 주 월요일 즉, 음력 이월 보름밤에 입적하신 석존의 열반절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어 보려 합니다. 지난주에 이어서 다섯 번째 ‘설산수도상’ 즉 히말라야산맥 가운데에서 수행하시는 모습의 그림. 여섯 번째 ‘수하항마상’ 즉, 가야의 네란자 강가 보리수 아래에서 수행중의 모든 장애 마군들을 항복받고 대각 성불하신 모습의 그림. 일곱 번째 ‘녹원전법상’ 즉, 성도 후에 사르나트 녹야원으로 가셔서 교진여 등 다섯 명을 위하여 최초로 설법을 하시는 모습의 그림. 여덟 번째이며 마지막인 ‘쌍림열반상’ 즉, 쿠시나가르 두 사라나무 사이에서 완전한 최후의 열반을 보이시는 모습의 그림에 대한 것입니다. 스리랑카를 포함하여 태국 등 동남아시아 불교국의 상좌부전통에서는 베삭절 즉, 음력 사월보름에 모두를 함께 봉축하기도 합니다만, 우리는 1700여년을 이어온 한국불교의 전통에 따라, 역사 속에 보이신 부처님의 일생과 그 공덕을 각각 따로 기리며, 그 분이 보여주신 생사해탈의 길을 따라 살아보려고 다짐하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로 걱정이 큰 요즈음, 각자 잠시라도 마음으로나마 거룩한 길을 보여주신 석존의 본뜻을 되새기며, 건실하고 평화로운 치유방법으로 대응하여, 열반의 고요하고 맑은 분위기를 누려보시기 바랍니다.
<진월 스님 (고성선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