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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

2020-02-27 (목) 정리-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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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 한인부부교수 공동저서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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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이들이 줄어든다. 돈 되는 책을 만드는 데 골몰하는 출판사들도 줄줄이 몸집을 줄이거나 문을 닫는다. 웬만해선 돈 안되는 불교서적 같은 걸 펴내는 곳 사정은 안봐도 뻔하다. 내년이면 꼬박 30년이 되는 불교전문 도서출판 운주사(대표 김시열)에 경탄의 갈채를 보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운주사가 최근 또 한 권의 마음공부 책을 펴냈다. 미네소타주립대 한인부부교수 유선경-홍창선 박사커플이 함께 쓴 ‘생명과학과 불교는 어떻게 만나는가’이다. ‘생명현상과 연기 그리고 공’이라는 부제를 단 이 책은 무엇을 담았을까. 목차가 말해준다.

◆I. 불교로 이해하는 생명과학


▲1. 생명현상과 붓다의 가르침 ▷진화의 산물인 생명체 ▷상호의존적 생명체 ▷무상한 생명체 ▷본질 없이 공空한 생명체 ▷공空한 생명체의 의미 ▲2. 불교로 이해하는 생명과학 ▷연기 ▷무상 ▷공 ▷공한 생명체 ▲3. 깨달음과 자비, 그리고 생명현상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불자들의 행위의 기준 ▷생명현상과 자비행

◆II. 생명과학과 깨달음

▲4. 깨달음, 세계관의 혁명적 변화 ▷토마스 쿤의 과학혁명 ▷현응스님의 돈오 ▷생명과학혁명 ▲5. 깨달음과 생명과학 방법론: 환원론에 대한 오해1 ▷환원이란 무엇인가 ▷환원론에 대한 오해 ▷미시구조적 환원 ▲6. 깨달음과 생명과학 방법론: 환원론에 대한 오해 2 ▷환원론에 대한 또 다른 오해

◆III. 개체

▲7. 발생의 불교적 이해 1 ▷발생과 연기 ▷발생과 생명 ▲8. 발생의 불교적 이해 2 ▷본질 없이 공空한 배아줄기세포 ▲9. 노화의 불교적 이해 ▷노화에 대한 오해 ▷노화는 없다 ▷노화도 공空 ▲10. 병듦의 불교적 이해 ▷병이란 무엇인가 ▷병의 불교적 해석과 극복 ▲11. 죽음의 불교적 이해 1 ▷죽음이란 무엇인가 ▷논리적 개념으로서의 ‘죽음’ ▷세포의 죽음(cell-death or apoptosis) ▷죽음과 윤회 ▲12. 죽음의 불교적 이해 2 ▷죽음과 나 ▷생명체들이 죽어야 하는 이유 ▷태어나지 않았으니 죽지도 않는다 ▷죽음에 대한 불교적 낙관주의

◆IV. 종種(Species)

▲13. 종種의 불교적 이해 1 ▷종과 본질주의 ▷다윈의 종과 미완의 반反본질주의 ▷종 개념의 문제 ▲14. 종種의 불교적 이해 2 ▷동일성을 찾으려는 인간의 집착 ▷본질에 대한 집착의 연장


◆V. 유전자

▲15. 유전자 개념과 그 변천의 역사 ▷고정불변한 유전자 ▲16. 유전학에 대한 이분법과 불교적 반론 ▷도그마의 붕괴 ▷유전자의 상실 ▷이분법적 유전학의 한계 ▲17. 유전자의 불교적 이해 1 ▷본질 없이 공空한 유전자 ▷연기하는 유전자 ▷기능적 속성으로서의 유전자 ▷실체가 없이 개념으로만 존재하는 유전자 ▷개별자로서의 유전자 ▲18. 유전자의 불교적 이해 2 ▷활발발活潑潑한 유전자의 기능과 분자망(molecular net) ▷유전자 개별자와 분자 네트워크

◆VI. 진화

▲19. 진화란 향상이 아니라 변화의 과정 ▷18세기까지 ‘진화’의 개념 ▷다윈의 진화 ▲20. 결정론도 아니고 비결정론도 아닌 연기의 과정 ▷굴드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 ▷결정론 ▷제약들(constraints) ▷철학적 고찰 ▲21. 우연과 필연의 재해석 ▷모노의 우연과 필연 ▷모노의 문제 ▷우연과 필연을 넘어 연기로 ▲22. 다윈이 남긴 과제 ▷다윈이 남긴 과제 하나 ▷다윈이 남긴 과제 둘 ▲23. 불교의 진화 1 ▷연기 ▷사성제와 팔정도로 진화한 연기 ▷연기로부터 진화한 무상, 무아, 고苦의 삼법인 ▷방편方便과 진화 ▲24. 불교의 진화 2 ▷남전불교와 북전불교 ▷연기와 공 ▷윤회가 열반이다 ▷선禪 ▷현대의 불교 ▷다시 연기로

종교의 본뜻은 으뜸(宗)가르침(敎)이다. 하지만 과학에 밀려 대부분의 종교, 특히 유일신을 받드는 종교들은 기를 못펴는 세상이 됐다. 종교와 과학을 함께 다루는 책에서는 과학이 갑, 종교는 을 처지가 되기 일쑤다. 이 책은 다르다. 최신 과학이 못푼 문제를 2천6백년 묵은 불교가 풀어주는 식이다. 저자들의 웃자란 불심 때문이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부인(유선경)은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분자생물학을 공부하고 미국 브라운대 세포분자생물학 박사과정, 텁스대 철학과 석사과정, 듀크대 철학과 박사과정을 밟은 뒤 미네소타주립대 철학과 교수로 있다. 남편(홍창선)은 서울대와 동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미국 브라운대에서 철학박사학위를 받은 뒤 부인과 같은 대학 같은 학과에서 교수로 재직중이다. 이들 부부는 따로 과학책 불교책을 내기도 했고 함께 현응 스님의 저서 ‘깨달음과 역사’를 영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특히 홍 교수는 사오년 전 한국불교계의 ‘깨달음 논쟁’에서 두각을 나타낸 뒤 ‘불광’ ‘불교문화’ 등 여러 매체를 통해 활발한 글쓰기를 해왔다

<정리-정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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