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차 사고로 기억잃은 여인에게 자기 아내라고…

2020-02-21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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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흥진의 영화이야기 ‘유 고 투 마이 헤드’(You Go to My Head) ★★★★ (5개 만점)

▶ 디미트리 드 클레르크 감독, 히치콕 ‘버티고’ 연상 심리 스릴러
바포르트의 고뇌 연기·나체미, 사하라사막 배경 영상미 훌륭

차 사고로 기억잃은 여인에게 자기 아내라고…

기억상실증에 시달리는 다프네(앞)의 남편(?) 제이크(뒤 왼쪽)가 정원사와 얘기를 하고 있다.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서 혼자 사는 고독한 중년 남자의 절망적인 사랑에의 갈구를 그린 이색적인 심리 스릴러로 변태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벨기에 작품이다. 서서히 진행되는 서술과 함께 서스펜스 무드로 보는 사람의 심리를 사로잡는데 특히 볼 만한 것은 뛰어난 촬영이 포착한 시각미다.

태양이 내려 쬐는 사막과 그 안에 달랑 혼자 선 초현대식 건물 그리고 풀에 가득 찬 옥빛 물과 윤곽이 뚜렷한 고혹적인 주인공 여배우가 모두 애무하는 듯한 카메라에 의해 아찔하도록 강렬하게 노출된 스타일 멋진 영화다.

이 영화는 특히 히치콕의 분위기가 느껴지는데 그의 작품들인 ‘버티고’ ‘의혹’ 그리고 ‘레베카’ 등이 연상 된다. 감독 디미트리 드 클레르크도 자기 영화가 제임스 스튜어트와 킴 노박이 나온 ‘버티고’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서 차가 전복되면서 운전사는 죽고 부상당한 젊고 아름다운 여인 다프네(델핀 바포르트)가 사막을 방황하다 더위와 갈증에 졸도한다. 이를 구해주는 사람이 사막 한 가운데 자기가 건축한 초현대식 집에 사는 중년의 건축가 제이크(세르비아 배우 세베토자르 츠베코비치). 제이크는 다프네를 의사에게 데려가 치료를 하는데 의사는 기억상실증에 걸린 다프네를 제이크의 아내로 간주한다.

여기서 제이크는 다프네를 자기 아내로 삼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다프네를 자기 집으로 데려다 극진히 돌본다. 제이크는 어느 정도 건강을 회복한 다프네에게 둘은 행복하게 결혼한 지 몇 년 된 사이로 다프네의 이름을 키티라고 알려준다.

자신의 기억상실에 심한 좌절감을 느끼는 다프네는 집안에서 자신의 과거를 증명할 자료들을 찾지만 헛수고로 끝난다. 이와 함께 집을 방문한 정원사와 풀 관리인 등에게도 자신의 과거를 묻지만 역시 별무소득이다.

다프네는 서서히 제이크의 친절과 애정에 이끌려 마침내 그에게 자신을 허락한다. 그리고 둘은 신혼여행을 다시 경험하려고 여행을 떠나면서 관계가 더욱 깊어진다. 과연 둘의 결말은 어떻게 맺어질지 시종일관 궁금하게 만들면서 미스터리 분위기로 몰고 간다.

분위기와 스타일 위주의 볼 만한 작품으로 두 배우의 연기도 아주 좋다. 특히 볼 만한 것은 바포르트의 연기와 모습이다. 카메라가 모델이기도 한 바포트의 굴곡과 윤곽이 뚜렷한 나체와 얼굴을 멀리서 또 가까이서 포착하면서 그를 마치 하나의 우상처럼 보여준다.

바포트는 별 대사도 없이 기억상실증에 좌절하다가 반 체념적으로 제이크의 애정에 끌려가는 연기를 티 안내고 표현한다. 이와 함께 츠베코비치도 착 가라앉은 연기를 잘 한다. 그는 일종의 범죄자인데도 증오하기보다 동정심을 유발케 하는 연기다.

First Run Pictures. 글렌데일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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