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병원 가는 길

2020-02-19 (수) 최연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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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병원 가는 길 서럽다
낯선 불빛
앰뷸런스 소리 무섭다

허리 굽은 육신
주름진 팔
피 뽑히고 난 푸른 정맥 시리다

황혼에 찾아온 병실
쓸쓸한 기다림
창문 흔드는 바람 소리 서럽다


캔쿤

북국의 겨울은
너무 추워
남국의 철새가 된다

남쪽으로 날아가
양지바른 해변에
임시 둥지를 튼다

북국에서 날아온 철새들
알래스카에서 날아온 철새들과
나란히 수평선에 누워
파라다이스를 바라본다

엄동설한의 겨울을 잊고
파도와 모래가 만나는 상하의 나라에서
큰 댓자로 누워 추억을 만들고 있다

유람선 한 척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지나가고 있다
낭만의 바람이 불어온다

햇살과 자유를 만끽하고 있는
반라의 여인들을 훔쳐보며
여기가 바로 파라다이스

아,
따스한 햇살
누드의 자유
겨울로 돌아가는 가방 속에 가득 넣어간다

<최연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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