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홍주 고려대 척추신경외과 교수
▶ 퇴행성 척추질환 크게 늘어…척추보존 증상개선법 찾아야
문홍주 고려대 구로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는 “수술을 받는다고 완벽히 치료되는 수술법은 거의 없기에 척추수술을 받으면 전혀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면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인이 14.9%로 고령사회(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이 14% 이상)에 진입하면서 척추 건강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국민이 받은 수술 가운데 4위(15만5,450명)가 일반 척추수술이었다(국민건강보험공단, 2015년). 100세 시대에 척추 건강이 돌발 변수가 됐다.
재수술이나 심한 척추변형 등을 고치기 위한 고난도 척추수술 전문가인 문홍주(43) 고려대 구로병원 척추신경외과 교수를 만났다. 문 교수는 “꼬부라짐증(시상면불균형) 등 심각한 척추변형을 고치기 위해 척추수술을 받아도 완벽하게 치료할 수는 없다”며 “고난도 척추수술을 전문으로 공부하고 경험도 많이 쌓은 의사에게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교수는 2010년부터 국제적 학술지에 19차례나 논문을 발표할 정도로 연구에 천착해 최우수논문상이나 학술상도 7차례나 받았다.
-척추질환의 발병 양상이 달라지고 있는데.
“이전에는 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 등 단순한 질환이 많았다. 하지만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하면서 척추변형이나 다수의 골다공증성 골절을 동반한 말기 퇴행성 척추질환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런 환자들은 콩팥이나 심ㆍ뇌혈관질환, 중증 당뇨병 등 중증 노인성 질환을 앓고 있지 않는 데도 불구하고 말기 퇴행성 척추질환에 의한 통증과 기능적 장애로 삶의 질이 심각하게 떨어져 있다. 이들은 이미 여러 차례 수술을 받은 경우가 많고, 물리치료ㆍ시술ㆍ진통제 복용 등 보존적 치료나 이전의 단순 질환 수술로는 상황이 호전되지 않는다. ‘수술은 가급적 받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사회적 통념이지만 이들 말기 퇴행성 척추질환 환자들은 ‘수술을 하자’는 의사를 만나면 오히려 반가워한다.”
-척추질환으로 수술을 해야 한다면 무얼 고려해야 하나.
“먼저 충분한 보존적 치료에도 효과가 없어 수술이 꼭 필요한 상황이라고 가정하자면 척추질환을 ‘단순 척추질환’과 ‘말기 퇴행성 척추질환’을 나눠 설명하겠다. 우선 단순 척추질환은 되도록 환자 자신의 희생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좋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수술법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성비’를 따져 수술하라는 것이다. 무조건 수술비가 적게 들거나 절개 부위가 작은 수술법을 찾으라는 얘기가 아니고 척추의 운동을 보존하면서 증상을 개선할 수 있는 수술법을 찾으라는 뜻이다.
예를 들어 관절을 희생해야 하는 척추유합술(척추고정술, 나사못고정술)은 아직도 많이 시행되고 증상도 잘 조절되는 훌륭한 수술법이다. 하지만 남아 있는 관절의 스트레스를 높여 장기적으로는 척추 인접 마디의 변성 등을 가속하고, 일자 요추가 돼 척추가 불균형해지는 ‘풍선 효과’가 생길 수 있다. 다시 말하면 5~10년 지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는 등 ‘유통기한’이 있는 치료법이다. 좋은 치료법이지만 가성비가 좋지 않기에 환자가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
또한 척추 수술은 환자 증상을 치료하는 것이지 영상학적 소견을 치료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자기공명영상(MRI) 검사에서 문제가 심각해 보여도 그 부분이 현재 증상과 관련되지 않을 때가 상당히 많다. 이럴 때에는 수술 범위에 포함하는 것, 혹은 이것 때문에 유합술을 시행하는 것은 가성비가 아주 좋지 않게 되는 대표적인 예다.
말기 퇴행성 척추질환은 그 속에 숨어 있는 단순 척추질환을 먼저 찾아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단순 질환이 숨어 있다면 앞서 말한 가성비가 좋은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여 가장 효율적인 치료를 시행할 수 있다. ‘싸우지 않고 이기는 장수가 가장 훌륭한 장수’라는 말이 여기에 해당된다.
말기 퇴행성 척추질환에 단순 질환이 숨어 있지 않다면 이제는 이전의 가성비 원칙이 해당하지 않는다. 비전문적인 어중간한 척추수술을 하다간 오히려 환자에게 심각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척추변형’을 전공한 의사와 반드시 상의할 필요가 있다.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시행하는 것이고, 수술이 잘되면 만족도가 높지만 혹시 생길지 모를 심각한 합병증을 꼼꼼히 따져 보고 받아야 한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환자와 보호자, 의사 등 3자가 척추질환의 본질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서로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퇴행성 척추질환은 말 그대로 나이가 들면서 자연히 생기는 퇴행성 질환이다. 불로초가 있으면 모를까 다른 것으로는 완치할 수 없다는 뜻이다. 물론 수술을 하면 크게 호전될 것으로 기대를 한다. 하지만 70대를 넘긴 어르신이 수술을 받으면 전혀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다고 여기거나, 비교적 젊은 40~50대 환자가 수술을 하면 앞으로는 척추에 전혀 문제가 생기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면 척추질환의 본질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반대로 환자는 자신의 수술을 시행하는 의사가 혹시 그러한 말을 한다면 경계해야 한다. 10년 후에 환자의 척추가 어떻게 될까를 고민하는 의사와 수술 여부를 함께 고민하기를 추천한다. 척추질환은 완벽과 정답이 있는 경우가 많지 않다. 따라서 그것을 인정하고 최선을 다해 같이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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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