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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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월의 노래

2020-02-05 (수) 신동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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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내일을 어제와 같이 살며
달력을 쳐다보지 않는 이에게는
스무 여드렛날과 서른날이
관심도 상관도 없겠지

작심 삼일 될까봐
어렵게 어렵게 한달을 버티다가
또 주저앉은 이에게는
이월이 괴로웠겠지

보지 못하는 눈을 가진 여인의
사흘만 볼 수 있다면의
간절한 바람이
보고 듣는 감사를 알지 못하는 이에게는
그 사흘이 하루와 다름이 없겠지


단순하고 아담하게 사는 지혜와
고요하고 적막한 어둠에서
침묵하며 절제된 용기로
의로운 삶을 살아보지 않은 이에게는
이틀이 줄어든 이월의 삶이 의미가 없겠지

눈덮힌 흙 속에서
얼어붙은 흙덩이를 밀어올리는
새순의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 이에게는
이월의 기대와 소망이 보이지 않겠지

겨울의 끝자락에 서서
냉기를 품에 끌어안고
봄을 기다리는 이에게는
한 여름의 더위도 두렵지 않겠지

<신동인/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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