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양상

2020-01-30 (목)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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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부머들의 은퇴 양상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수명이 점차로 연장되면서 은퇴 길로 접어들고 있는 한인 베이비부머들의 고민도 짙어지고 있다.

이제는 70~80세가 아닌 90~100세, 혹은 그 이상까지도 생존이 가능해지면서 전통적인 ‘60세 은퇴’라는 개념이 무너지고는 있지만 대부분 베이비부머들은 60살 줄기에 접어 들면 누구나 은퇴를 염두에 두고 살게 마련이다.

특히 은퇴하려는 베이비부머들에게서 가장 큰 재산으로 알려진 본인 소유 주택문제를 놓고 심각한 고민을 하는 은퇴자들을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현재 한인 은퇴자들에게서 나타나는 은퇴 후 주거지 양상은 크게 3가지로 나뉜다.

첫째, 살고 있는 주택의 대출금을 모두 갚아 소위 페이오프(pay-off)된 상태로 은행에 융자가 전혀 없는 경우 대부분의 은퇴자들은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에서 계속해서 거주하기를 원한다. 흔히 주택을 줄여간다는 다운사이징(downsizing)이 잘 안 일어나는 그룹이기도 하다. 본인이 오랫동안 한 지역에서 거주한 경우 다운사이징은 더욱 힘든 경향이 있다. 모든 것에 익숙한 주변환경을 떠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주택 융자가 아직 남아 있는 경우다. 은퇴 후부터 수입이 대폭 줄어들기 때문에 대부분 계속 대출금 상환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대부분 주택을 처분한 후 주택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역으로 주택 크기를 줄여 옮기거나, 아니면 살던 지역에서 가까운 곳의 시니어 하우징(Senior Housing)으로 옮겨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최근 수년간 꽤 적지 않은 한인들이 55세 이상의 시니어 콘도나 모빌홈으로 옮겨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특히 오렌지카운티 등 외곽지역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모빌홈으로의 이주는 ‘인생 실패’로 여겨져서 모빌홈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던 한인들도 최근 수년간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 이제는 모빌홈이 은퇴용 주택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가격이 일반주택보다 저렴하고 주택유지비가 적게 들어 한인들이 은퇴용 거주지로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모빌홈도 일반주택과 같이 지난 수년간 공급은 없는데 수요만 급증해서 시니어 콘도와 함께 가격이 이미 많이 오른 상태다. 모빌홈의 경우 주택처럼 대지와 함께 구입해서 소유할 수 있는 형태의 모빌홈이 많이 없고, 땅을 임대해서 그 위에 자신의 모빌홈을 올려 놓은 임대 형태 모빌홈이 대부분이다. 대지 임대료도 지난 수년간 상당히 많이 올라 한달에 최소 1,000달러 이상을 임대료로 지불해야 하는 곳이 늘고 있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만만치 않은 임대료로 인해 모빌홈으로 은퇴를 생각하는 한인들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또 모빌홈에 입주하기 위해서 모빌팍회사에서 요구하는 까다로운 수입증명과 신용 조사로 인해 입주 심사에서 탈락하는 한인 은퇴자들도 꽤 있는 것도 현실이다.

셋째, 주택을 소유하고 있지 않거나 특별히 재정적인 여유가 없는 경우 대부분이 흔히 말하는 정부보조 노인아파트로 거주지를 옮기게 된다.


한 가지 지적해야 할 점이 있다. 한인 베이비부머들은 자식들에게 조금이라도 재산을 남겨야 한다는 당위성과 팍팍한 현실의 삶을 유지하기 위해 써야 하는 현실 사이에서 상당한 갈등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한 은퇴 전문조사지의 조사에 의하면 현재 주류 베이비부머들의 약 35% 정도만이 자녀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생각을 하고 있는 반면 자녀들의 70% 이상은 부모가 자신들에게 재산을 물려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수명은 길어지고 은퇴 후 생활비는 계속 필요한데 여기다 자식들의 눈치까지 보아야 한다면 정말 은퇴 후 생활이 서글퍼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문의 (714)726-2828

<스티븐 김 파이오니아 부동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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