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모로코의 메디나

2020-01-29 (수) 송영옥/ 뉴저지 이스트하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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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의 메디나

지붕 꼭대기 테라스에서 민트차를 마시며 내려다 본 마라케시의 자마 엘 피나 광장


모로코에는 각 도시마다 메디나(medina-사우디아라비아 원어로 도시의 뜻) 라고 부르는 구 도시와 전통 재래시장이 터줏대감처럼 자리 잡고 있다. 쉐프샤우엔에서 4시간 남쪽으로 내려가면 제2의 도시 인구 220만인 페스(Fes)에 도착한다. 8세기에 모압족의 후손이라는 무어족(Moorish) 통치자 IDRIS 가 수도로 삼았던 역사적 도시며 북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이슬람 대학 카라위인(859년 설립) 이 있는 아랍 세계에서 가장 잘 보존된 메디나로 유네스코 문화재로 등록된 곳이다. 1200년의 전통을 자랑하며 9000여개의 미로의 좁은 골목길은 한 개의 돌담으로 연결되어 쪽문과 문패로 개인집임을 표시한다.

당나귀나 손수레가 지나가면 행인은 벽쪽으로 밀착할 것이며 미로 같은 삼거리 골목에서 길을 잃으면 온종일 헤맬 수 있으니 일행을 놓치지 않으려면 열심히 쫓아가야 한다. 나무도, 그늘도 없는 더운 곳이라 좁은 골목 바람이 불어야 시원하다고 한다. 가죽제품, 양탄자, 도자기, 금속제품, 수공예품, 향신료 같은 특산품이 1200년간 가업으로 이어지는 메디나는 주거지요 삶터요 일터인 골목길로 들어서면 천여 년의 세월이 어제처럼 지나간 곳을 나도 바람처럼 지나며 순간 순간을 즐겨 본다.

현대화로 우리의 생활은 편리하고 윤택해 졌어도 쫓기는 생활은 변함없듯이 더 빨리 움직이는 여행객임을 인식하면서 가죽공장 발코니에서 보이는 천연 염색공장에서 품어 나오는 골이 띵하게 울리는 암모니아 냄새를 피하듯이 중세도시를 지나갔다.


페스에서 330 mile 떨어진 남쪽내륙의 제3의 도시, 인구 100만명의 마라케시( Marrakech) 는 이 도시의 토양인 붉은 황토로 지은 건물이 많아 붉은 도시라 부른다. 10세기에 산악 부족인 베르베르 (Berber) 족이 사하라 끝에 세운 왕국으로 이들의 문화가 뿌리박힌 곳이나 14세기에 아랍인의 침입으로 아랍 문화의 중심지가 되었다.

캐라반이 머물다 간 도시로 서부 사하라 무역의 중심지요 유럽과 문화를 교류하는 주요 도시다. 이 도시를 사랑했던 프랑스 패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 Yves Saint Laurent 1936-2008) 이 생전 거주했던 짙은 보라색을 띈 푸른 건물과 세상의 모든 선인장을 심어놓은 마조렐 정원( Jardin Majorelle) 이 유명하다. 그의 파트너가 세상을 떠나면서 집과 정원을 프랑스 정부에 기증하여 지금은 일반에게 공개되었다.

이 도시 역시 10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메디나에서 양고기 굽는 연기가 자욱하고 누군가 한 상점에서 가격을 흥정해 놓으면 우르르 몰려서 물건을 고르며 주인의 정신을 빼면서 샤핑을 한다. 이제는 나도 버릴 나이에 도달했으니 옛처럼 사 모으지 않으려 했는데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려고 작은 소품을 기념으로 고른다.

메디나 중앙에 유명한 자마 엘 피나 (Jamaa El Fina) 광장이 있다. 야구경기장 만한 공간에 수많은 텐트가 쳐있는 상점, 치유 능력이 있다는 민속음악의 가락과 뱀쇼를 펼치는 피리 소리, 작은 종자의 원숭이 쇼, 돗자리 깔고 앉은 점쟁이, 독수리와 사진찍기, 무용수들의 퍼포먼스, 패들러 등등 현지인과 관광객으로 요란하다.

해가 질 무렵 광장에 도착 후 해가 진 후 야시장으로 변하자 더 많은 사람이 모여드는 것을 보며 광장을 떠났다

<송영옥/ 뉴저지 이스트하노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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