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헨리 폰다 주연 ‘O.K. 목장의 결투’

2020-01-24 (금)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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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My Darling Clementine·1946’ ★★★★★(5개 만점)
동시 상영 서부영화-존 포드 감독의 걸작 웨스턴물

▶ 보안관과 소도둑 일가의 대결 실화 바탕 액션의 흑백 서정시

헨리 폰다 주연 ‘O.K. 목장의 결투’

보안관 와이엇 어프(왼쪽)와 전직 치과의사인 도박사 건맨 닥 할러데이(앞)는 소도둑 일가 클랜턴과 결전을 벌인다.

한국 제목은 ‘황야의 결투’인 이 영화는 웨스턴의 장인 존 포드가 감독한 O.K. 목장의 결투 이야기다.

1881년 10월 26일 이른 아침 애리조나주 툼스톤에서 실제로 벌어진 이 총격전은 마을의 연방 보안관 와이엇 어프와 그의 형제들 그리고 어프의 친구로 전직 치과의사인 폐병환자 도박사 건맨 닥 할러데이 대 소도둑 일가 클랜턴 가족 간의 대결이다. 단 30여초 만에 끝난 이 결투는 미 서부사의 전설과도 같은 것이다.

흑백 서정시와도 같은 작품으로 내용과 액션과 연기 그리고 포드가 여러 편의 웨스턴을 찍은 모뉴먼트 밸리에서 찍은 촬영 등이 다 준수한 명작으로 우수와 노스탤지어가 배어있다. 포드는 사실에 허구를 가미해 전설화 했으나 가급적 사실에 충실한 작품으로 느린 템포로 서술되고 있다.


보기 좋은 것은 ‘신사 건맨’ 와이엇 어프 역의 헨리 폰다의 과묵한 모습과 절제된 연기. 콧수염을 한 폰다의 침착하고 평온한 연기는 거의 단조로울 지경으로 대사의 억양 역시 높낮이가 거의 없다. 이에 못지않게 멋진 인물이 술꾼 도박사 닥 할러데이로 나온 빅터 마투어. 그는 쓴맛 다시는 표정으로 시한부 인생의 건맨 모습을 윤곽이 뚜렷하게 묘사하는데 셰익스피어의 ‘햄릿’의 구절을 외우는 멋쟁이다.

제목의 참한 여인 클레멘타인(캐시 다운즈)은 허구의 인물로 자기를 피해 서부로 달아난 연인 닥 할러데이를 찾아 툼스톤에 도착, 와이엇 어프의 흠모의 대상이 된다. 클레멘타인과는 정반대로 정열적인 여자가 역시 허구의 인물로 닥을 사랑하는 술집 가수인 멕시칸 치와와(린다 다넬). 눈이 큰 다넬이 사랑에 불타는 여인의 모습을 뜨겁게 연기한다.

영화는 포드의 다른 웨스턴들처럼 주인공인 와이엇 어프가 마차를 타고 먼 지평선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으로 끝난다. 영화 간간이 하모니카로 불어대대는 미국 민요 ‘오 마이 달링 클레멘타인’이 흐르면서 작품에 서정성을 부여한다. 아름다운 웨스턴이다.

찰스 브론슨과 악당 헨리 폰다 대결… 모리코네 음악 서부의 향수 물씬

이 영화 상영 전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장엄하고 방대한 웨스턴 ‘옛날 옛적 서부에서’(Once Upon a Time in the West·1968, ★★★★★)가 상영된다.

이 웨스턴은 레오네가 옛 미 서부에 바치는 헌사로 서정적이며 센티멘탈하고 터프한 대하 서사극이다. 헨리 폰다가 보기 드물게 검은 모자에 검은 옷과 구두를 신은 악한으로 나와 마지막에 복수심에 불타는 과묵한 찰스 브론슨과 멋진 총격전을 벌인다. 클라우디아 카르디나레와 제이슨 로바즈 공연하는 상영시간 165분짜리 걸작이다.

서부의 허구의 동네 플랙스톤과 인근의 수원지가 있는 스위트워터를 무대로 벌어지는 철도건설과 땅을 둘러싼 갈등 그리고 복수심에 불타는 정체불명의 건맨의 이야기다.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하모니카가 주도하는 비감한 진혼곡과도 같은 음악이 황량한 서부의 분위기를 향수감으로 채색하는 흥미진진한 명작 웨스턴이다.

26일 오후 5시 Aero 극장(1328 Montana Ave. Santa Monica) 동시 상영.

<박흥진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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