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상수노인과 예배당 1. 죄를 벌하소서

2019-12-18 (수) 박사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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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햇빛이 그리워지는 이 좋은 날 아침
홍남록녀(紅男綠女)는 외로움에 지쳐서
맨하탄 도심에서 젊음을 달래고
중년남녀는 모금하려 골프 치러가고
중노인은 만산홍엽 만추산으로
상수노인은 주일 예배당,
닫혀진 하늘 문 앞에서
십자가 아래 천국 가는 길 찾는 번뇌로
오늘 목숨을 이어야 하는 환과고독(鰥寡孤獨)
하느님 나라만 믿고 마음 정성 다 받쳐
여기까지 온 번민의 기도를
모두 일어나 입당 성가
“강물처럼 흐르는 사랑”
하느님 수호천사 화음 안에서
너와 나 찬송하노니
천상어전의 즐거움이요 기쁨이니
우리 성전 성결스럽고 성스럽도다
오, 나의 주여 우리는 가난한 자입니다
축복과 은총을 충만히 내리소서
사랑과 평화를 더 드높이 올리소서
굶는 어린이와 집 없는 자 지천이오니
사랑하는 우리 주 예수 하느님
깊은 잠에서 깨어나 당신의 세상을 보소서
이 땅 위에 죄 많은 가진 자에게
용서와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곳간에 쌓아놓은 황금 가득히 많사옵니다
남을 죄짓게 하는 일을 하는 자만이
악인을 벌하소서
기도하는 상수 노인은 눈물을 뿌린다
오, 주여 어디에 있사옵니까?

<박사농/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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