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혹시 넘어지신 적이 있나요?”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필자가 자주 하는 질문이다. 특히 고령의 환자들에게 이 질문은 매우 중요하다. 65세 이상에서 부상의 원인 중 가장 많은 것이 낙상으로 인한 부상이고 이는 자칫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기 때문이다. 낙상으로 인해 해마다 280만명 가량이 응급실을 찾는데 그 중 25%는 골절 또는 외상성 뇌손상을 보인다.
한 번 넘어진 적이 있다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다시 넘어질 확률이 2~6배나 높아진다. 또한 나이가 들수록 낙상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 이유로 첫 번째, 나이가 들수록 퇴행성 관절염이 많이 생기는데 특히 골반, 허리, 등, 무릎에 염증이 나타나면 정상인 경우보다 쉽게 넘어질 수 있다.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으로 운동량이 줄어들고 걸음을 걸을 때 쓰는 근육(허리, 복부, 허벅지 등)이 점차 약해지면 걸을 때 균형을 잃고 잘 넘어질 수 있다. 두 번째로,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복용하는 약이 많아져 약으로 인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현기증이나 졸음과 같은 어지러운 증상의 부작용은 낙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주치의에게 평소 복용하는 약의 종류를 알려주고 새로운 처방에 반영을 하도록 한다.
다음으로, 어르신들은 시력이 점차 떨어지고 시야도 침침해져서 길가에 작은 장애물이나 평평하지 않은 곳을 제대로 보지 못해 낙상하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 제자리에서 넘어지는 것보다 더 크게 다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중풍이나 치매, 당뇨와 같은 질병이 있는 환자들은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중풍 합병증으로 편마비나 근육이 약해지는 증상들로 안정적으로 걷는 게 힘들 수 있다. 치매환자들은 위험한 상황에서 재빨리 대처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고, 당뇨환자는 손이나 발바닥 쪽 신경에 문제가 생겨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 안전하게 걷지 못할 수도 있다.
필자의 환자 한 분은 어느 날, 이마부터 코까지 빨갛게 타박상을 입고 눈도 퉁퉁 부어서 찾아오셨다. 그 전날 걸어가다가 이유 없이 갑자기 앞으로 넘어져서 부상을 입었다고 하였다. 당뇨가 있어서 몇 가지 약을 복용하고 보행보조기도 사용하고 있었는데, 2주 전에 처음 넘어져서 응급실을 갔었고 그 후 두 번째로 넘어져서 필자에게 진료받으러 오신 것이다. 복용하는 약들을 모두 확인하여 복용시 주의하실 점들을 자세히 안내해드렸고, 평상시 주의해야 할 부분도 강조를 했는데 다행히 그 이후로 지금까지 잘 지내고 계신다.
단순히 넘어지는 것이 그렇게 위험할까? 사실 젊었을 때 발을 헛디뎌 넘어지거나 하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나이 들면서 질병이 생기고 하면서 위험성이 높아진다. 특히 낙상 시 고관절에 골절이 생기면 병원에 오랫동안 입원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골다공증 환자들의 경우 골절이 더 잘 일어나고, 고관절 골절 시 치료기간이 길어지며 움직이지 못하는 동안 근손실이 빠르게 일어나 생명까지 위협받는 경우도 적지 않다.
낙상을 예방하는 방법은 생활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먼저, 시력검사를 해마다 실시하고 이때 백내장이나 녹내장검사도 함께 하도록 한다.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운동을 더욱 열심히 해야 하는데 단순히 걷는 운동도 좋지만, 걷는데 필요한 근육을 키우고 유지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 특히 하체 운동, 복부와 허리를 강화하는 근육운동을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평소 질병이 있으신 분들과 여러 가지 약을 복용하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주치의와 상담을 하면서 복용하는 약물의 종류와 양을 최적화하도록 한다.
문의 (213)480-7770 차민영 내과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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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진 가정의학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