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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 사찰들 22일 새마음 동지법회

2019-12-12 (목) 정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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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기 2563년 서기 2019년, 올해가 저문다. 북가주 한인 사찰들은 22일 일제히 일요법회 겸 동지법회를 연다. 밤이 짧아지고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의 의미를 다시 새기며 불제자로서의 몸가짐 마음살림을 새삼 가다듬는 자리다. 몇몇 사찰에서는 오랜 세시풍습에 따라 붉은콩으로 빚은 팥죽(사진) 공양을 함께한다. 붉은 팥죽은 악귀를 쫓아내고 액운을 막아내는 의미 내시 소원을 담고 있다.

무상 즉 허무로 인식하는 일반인식과 달리 계절 따라 피고지는 꽃에서도 한여름 푸르렀다 가을바람에 변색하는 나뭇잎에서도 무상을 절감하고 바로 그 무상 덕분에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어 행복하다는 새크라멘토 주지 동진 스님이 밤낮의 무상을 밑천으로 던질 동지법문은 무엇이 될까. 지난 5월 19일부터 제2차 삼년결사 수행중인 카멜 삼보사 주지 대만 스님은 삼보사와 인연있는 불자들에게 최근 ‘기해년 동짓날 팟죽 대중공양’이란 통신문을 돌려 “지난 일년간의 묵은 먼지를 털어내고 경자년 새해를 향해 희망찬 발걸음을 다짐하는 기도를 모십니다. 모두 함께 합시다. 나무 아미타불!”이라고 알렸다.

샌프란시스코 여래사(주지 광전 스님)는 15일 동지기도에 입재해 22일 동지법회에서 회향한다. 이날 동지법회에서는 또 근 40년 전 개원기부터 여래사와 함께하면서 100세까지 천수를 누리다 지난달 초 입적한 묘각행 보살 49재가 예정돼 있다. 헤이워드 보현사, 오클랜드 보리사, 헤이워드 전등사, 샌리앤드로 죽림정사, 버클리 육조사 등 이스트베이에 터잡았던 한인사찰들이 차례로 자취를 감춘 가운데 유일하게 남아있는 오클랜드 돈오사(주지 돈오 스님)는 조용한 기도도량을 추구하는 스님의 스타일대로 조용히 기도하는 가운데 동지 너머 새해로 나아간다.


재작년 시월 몬트레이 북쪽 해안도시 마리나의 작은 상가건물 2층에 개원해 2년만에 새 도량터를 알아보고 있을 정도가 된 우리절은 주지 운월 스님이 북가주 불자야유회에 동참하고 조계종 총무원장 원행 스님 일행의 남가주 방문 때 열린 미서부 한인스님 모임에 참가하는 등 외부소통 빈도를 높이는 가운데 처음 맞는 동지법회 준비로 조용한 가운데 바쁘다. UC버클리 박사 출신 동국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조계종을 대표하는 국제통으로 활약하다 은퇴뒤 고암 선사와 용성 선사의 유지를 받들겠다는 다짐을 담아 리버모어 남산 꼭대기 부근에 고성선원을 차린 진월 스님의 동지맞이 속내는 지난주 칼럼 ‘고성통신’에서 엿볼 수 있다.

산타클라라 대승사(주지 설두 스님)가 지난해 가을 길로이로 이전하면서 실리콘밸리 유일의 한인사찰이 된 산호세 정원사(주지 지연 스님)는 과거 불자연합행사의 사랑방 같은 구실을 했으나 최근 몇 년간 ‘외부와 연결된 행사’를 자제해온 가족적인 기조 속에서 동지법회를 갖는다. 대승사는 22일 임시법당에서 열리는 동지법회에 이어 31일 저녁~1월 1일 아침 새해맞이 철야기도 정진을 예고했다. 철야기도는 오후 7시~오후 11시 다라니 7독과 참회정진, 오후 11시30분~1일 오전 5시 참선을 마친 뒤 대승사 새 터에서의 해맞이(7시15분쯤)로 마무리된다.

<정태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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