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목가적 전원 풍경 너머로 탁 트인 경관

2019-12-06 (금) 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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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행 가이드 Mt. Stonewall Peak (5,730’)

목가적 전원 풍경 너머로 탁 트인 경관

정상에서 바라 보이는 서북쪽 경관.

목가적 전원 풍경 너머로 탁 트인 경관

정상부의 모습.


목가적 전원 풍경 너머로 탁 트인 경관

서남쪽 기슭에서 본 Stonewall Peak 정상부.



우리 한인 등산인들 간에 “한국의 산에 가보면 너무 많은 안내판이나 계단, 철재 난간, 철교 등이 설치되어 있어 자연의 고유한 경관을 많이 훼손하고있어 안타깝다”는 얘기를 나누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에 비하면 이곳 남가주의 산들에는 어떤 때에는 너무 무심하다 싶은 마음이 들만큼 인위적인 설치물들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산행과정에 위태로운 지형이 그대로 노정되어 있어 때로는 적잖은 긴장감을 가지고 조심조심 이들 구간을 지나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이러한 상황이, 우리 가주가 재정적으로 여유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자연에 대하여 인위적인 흔적을 최소화하려는 정책이나 철학이 있어서인지는 알기 어려운데, 아마도 자연을 원형대로 유지하려는, 한 단계 수준이 높은 배려에서가 아닌가 짐작해 본다.


오늘은 남가주의 산들에서는 흔치 않게 등산로의 여러 구간에 목책들이 설치되어 있어 등산객의 안전을 도모하고 있고, 정상주위에는 더욱 안전을 위한 돌계단이나 철책 등이 설치되어있는 스톤월 피크(Stonewall Peak, 5730’)을 찾아간다. 샌디에고에 있는 산인데, 샌디에고 시내에서는 북동쪽으로 약 50마일의 거리가 되나, LA에서는 남동쪽으로 약 155마일의 거리가 되어 차량으로 편도 약 3시간이 걸리는 상당히 먼 곳이다.

LA로부터는 꽤 먼 곳이긴 하지만, 오고 가는 도중에 남가주 지형의 다양함이나 아름다움을 접할 수 있어, 그만한 수고를 감당할 가치는 충분하다고 본다. 즉 78번이나 79번 하이웨이를 따라가면서 길 양쪽으로 끝없이 이어지는 전원적인 농장들, 목가적인 목장들의 평화로운 광경은 우리 남가주의 또 다른 자랑으로 가슴에 새겨진다. 등산도 하고 견문도 넓히는 다목적의 산행이 아닐까 싶다.

또 이 산에 닿기 약 10마일 전에 통과하게 되는 줄리안(Julian)이라는 작은 마을은 1850년부터 유럽인들이 정착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어, 캘리포니아 사적지(California Historical Landmark) 412호로 지정되어있는 바, 산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시간을 내어 이곳의 이모저모를 둘러보며 옛 사람들의 여러 행적을 살펴보는 것도 또한 유익한 일이라 하겠다.

이곳 줄리안은 해발고도가 4,200피트 이상의 산간지역이 되어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는 매우 이례적으로 겨울에 눈이 내리고(연평균 강설량 22인치) 꽤 많은 강우량(26인치)을 보이는데다 대기가 청정하여 과일 농사가 잘 되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이곳의 특산품인 사과는 19세기말에 James Madison이라는 사람이 묘목을 들여다가 심은 것이 효시가 되는데, 1907년에 버지니아에서 열린 품평회에서 탑 아너에 들었다고 하며, 애플파이나 애플 사이더는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고 있단다. 수확기에 이곳을 찾는 방문객들은 이 지역의 여러 과수원에서 자신들이 직접 신선한 사과를 딸 수도 있다.
또한 이곳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는 유일하게 1870년경에 골드 러시가 있었는데 그러한 자취를 지금도 살펴볼 수 있다.

이 지역의 비옥한 평원을 처음으로 발견하고 이곳에 정착했으며, 뒷날엔 샌디에고 카운티의 산정관을 역임한 마이크 줄리안에서 이름이 비롯된 이 동네는 사계절에 걸쳐 나름대로의 독특한 매력을 지닌다.

봄에는 수선화나 라일락 등의 꽃을 찾는 상춘객이 있고, 여름에는 하이킹이나 밤하늘의 별을 보기 위해, 가을에는 향기로운 사과를 직접 따보고 단풍도 즐기기 위해, 또 겨울에는 환상적인 설경과 상쾌하고 서늘한 날씨를 찾아, 차로는 1시간 거리인 샌디에고를 비롯한 여러 곳의 사람들이 즐겨 찾아 오는 곳이다.

이 스톤월 피크는 정상 부위가 커다란 바위로 된 암봉인데, 스톤월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예전에 이 지역에 스톤월 잭슨이라는 사람이 설립한 스톤월 광산이 있었기에 그에서 비롯되었으며, 이 산의 지형적인 특성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한다.


상태가 매우 양호한 등산로를 통해 왕복 4마일의 거리에 순등반고도는 900피트가 되는 어렵지 않은 산행인데, 정상에 오르면 동서남북 사방에 걸쳐 탁트인 전망이 매우 뛰어나다.

이 산이 속해 있는 쿠야마카 랜초 주립공원(Cuyamaca Rancho State Park)은 사슴이 많이 서식하는 곳이라고 하니, 혹 운이 좋으면 그들을 조우케 될지도 모른다. 1년중 어느 때라도 산행이 가능하나, 단 정상에 눈이나 얼음이 있을 경우라면 신중을 기하는 것이 옳겠다.

가는 길

LA 한인타운에서는 I-10 East를 탔다가 I-60 East로 갈아탄다. 71번 Chino Valley Freeway를 타고 South로 가다가 다시 91번 Freeway East로 간다. 잠시후 15번 Freeway South로 갈아탄다. 다시 76번 Pechanga Highway의 South를 탄다. Julian을 조금 지나서 다시 79번 South를 탄다. 그리고 9마일을 가면 Cuyamaca Dam이 나온다. 여기서 2.7마일을 더 가면 오른쪽으로 Paso Picacho Park이 있다. 이곳 주차장에 주차한다. 주차료가 있다($8). 79번 Highway상에는 주차를 하면 안된다. Paso Picacho란 말은 아마도 ‘산 정상으로 가는 길목’ 정도의 의미인 듯 한데, 이 경우의 ‘산’이란 바로 서쪽 편에 가까이 있는, 샌디에고 카운티의 두번째 고봉, Cuyamaca Mountain(6,512피트)을 의미하는 것이겠다.

등산코스

주차장의 입구(4,870피트)로 나와서 Highway를 건너 동쪽으로 60m쯤을 가면 남쪽으로 이어지는 Stonewall Peak Trail의 표지말뚝이 있다. 널찍하게 잘 정비된 정갈한 흙길이다.

동북쪽으로 0.5마일쯤의 가까운 거리에 부드러운 곡선으로 둔덕처럼 나지막하게 솟아 나있는 독립봉이 바로 Stonewall Peak이다. 하단부는 온통 녹색의 Chaparral들에 덮여있는 가운데 큰 바위덩이들이 군데군데 솟아나 있는 모습이고, 상단부는 특히 오른쪽 면은 온통 밝은 색조를 띄는 바위봉이다. 이 길을 따라 100m쯤을 가면 길이 동쪽으로 꺾인다. 다시 60m쯤을 가면 길이 오른쪽으로 갈라진다.

오른쪽 길을 따라 대략 250m정도를 가면 등산로가 이제는 북쪽으로 꺾어진다. 여기서 0.4마일 내외의 완만한 경사로를 올라가면, 이제부터는 등산로가 지그재그를 반복하며 Stonewall Peak의 서남쪽의 경사진 기슭을 서서히 올라간다.

등산로를 걷다보면 푸르게 우거진 Ceanothus, Manzanita 등의 관목들 위로 불에 타서 죽은지 오래된 키 큰 나무들의 형해가 우뚝우뚝 솟아나 있는 모습이 삭막하다. 2003년 10월 25일에 시작되어 12월 3일에 진화완료될 때까지, 이 지역에 서식하던 White Fir, Incense Cedar, Sugar Pine, Coulter Pine, Jeffrey Pine, Ponderosa Pine 등으로 대단히 아름다웠던 산림을 무려 28만278에이커(약 3억5,000만평)를 일거에 초토로 만들고, 건물 2,820채를 태웠으며, 15인의 인명을 앗아감으로써, 캘리포니아에서 기록된 역사상으로는 최대의 화재에 해당하는 ‘Cedar Fire’의 상흔이다.

West Covina에 거주하던 Sergio Martinez라는 남성이 사냥에 나섰다가 구조신호용으로 섣부르게 지핀 불이 원인이 되어, 제주도 면적의 6할 이상되는 광대한 산림을 잿더미로 만들게 됨으로써, 이에 의존하여 주어진 삶을 잘 영위하고 있던 실로 부지기수의 숱한 동식물들의 생명이 무참히 불태워졌으니, 비록 방화가 아니라고는 하지만 참으로 그 죄가 하늘을 찌른다 하겠다. 늘상 산에 다니는 우리 등산인들로서는 참으로 막중한 교훈으로 삼아야 할 사례이다.

고도가 높아질수록 시야가 넓어진다. 등산로가 Stonewall Peak의 서남쪽 기슭을 따라 오르는 모양이니, 당연히 서쪽을 중심으로 하는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부드러운 능선의 푸른 산이 있고 연초록의 초원이 있으며 물이 찰랑한 듯한 호수가 보이는 대단히 평화롭고 수려한 경관이다. 시야에 담기는 이 모든 지경의 대부분은 Cuyamaca Rancho State Park에 속하는데, 수백만년전 지질활동이 활발하던 시기에 이 지역의 지각이 융기하여 형성된 고원이라고 한다. 평균 해발고도가 5,000피트가 넘기에, 촉촉하고 상쾌한 날씨와 푸르른 숲과 물을 지닌 참으로 아름다운 땅이다.

정상을 향해오르는 등산로에는 꽤 여러 구간에서 좌측 또는 우측 길섶으로 시골의 목장처럼 목책이 처져 있어 Chaparral 숲과 등산로를 뚜렸이 구분해주고 있다.

이윽고 정상에 거의 다다르면 이 Stonewall Peak의 북쪽 기슭을 통하여 올라오는 다른 등산로와 만난다. 호수에서 그리 멀지않은 곳에서 시작하여 다소 긴 거리로 초원지대를 거쳐서 올라오는 등산로이다.

이제 온통 하나의 큰 바위봉으로 이루어진 듯한 정상부에 닿는다. 가파른 바위봉 정상부의 남동쪽으로 돌계단이 축조되어 있고 안전을 위한 철책이 최정상까지 수십미터의 구간에 걸쳐 이어진다. 겨울철이라 눈이나 얼음이 깔려 있다면 매우 신중을 기해야 할 구간이다.

불과 2~3평에 지나지 않는 정상부의 평평한 바위에는 철책이 둥그렇게 처져 있어 등산인을 보호해 준다. 거대한 바위봉의 맨 꼭지점이라서 말 그대로 360도의 탁트인 전망이 펼쳐진다.

우선 서쪽과 북쪽 가까이로 3개의 산이 보인다. 맨 왼쪽이 Cuyamaca Peak(6,512피트)이고, 가운데의 산은 Middle Peak(5,883피트)이다. 맨 오른쪽, 즉 북쪽으로 있는 산은 North Peak(5,996피트)이다. 아마도 옛날에 이 산들의 이름을 지은 이가 이곳 Stonewall Peak의 정상에서 그 쪽을 바라보며 지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하긴 아래의 Paso Picacho Park쪽에서 산들을 바라 보더라도 Middle Peak은 가운데로 보이고, North Peak은 북쪽으로 보임은 역시 마찬가지일 수도 있겠다.

Middle Peak과 North Peak 사이로 보이는 호수가 Lake Cuyamaca이다. 남쪽으로는 East Mesa, Oakzanita Peak(5,054피트)이 눈에 들어오고, 동쪽으로는 Granite Mountain(5,633피트), Whale Peak(5,349피트)과 그 뒤의 Anza Borrego Desert의 산줄기가 펼쳐져 있다.
상쾌무비의 바람에 씻기우며 호호탕탕한 천지자연을 둘러보고 있노라니, 불현듯 내 작은 가슴에도 호연한 기상이 그득 차 오른다.

(310)259-6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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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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