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Miracle of Christmas 성극(聖劇)

2019-12-04 (수) 이선희/ 뉴욕신광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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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는 차창 밖으로 철 지나 쓸쓸한 강물이 가는 빗발에 몸 섞어 외로움을 달래며 흘러간다. 이른 아침 펜실베니아주에 위치한 Sight of Sounds Theater의 성극을 보러 간다. 초목은 어느새 잎새 다 떨구고 겨울 채비에 들어 선듯하다.

가을걷이 미처 끝내지 못한 황량한 옥수수 벌판이 보인다. 소와 말이 노닐던 빈 목장과 나지막이 펼쳐진 평온한 풍경에서 신선한 전원의 향기를 느낀다.

이어폰을 꽂고 분위기에 맞는 음악을 들으며 초겨울 낭만을 한껏 만끽해본다. 낯선 길이 아닌 듯 되살아나는 기억은 아마 십년이 흴 넘은 그 때 였을 게다. 사느라 바빠 시간에 쫓기며 평소 놀아주지 못한 내 아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만회 하려고 떠났던 여행이었다. 화려하게 장식한 크리스마스 타운과 초콜릿 놀이공원 허쉬팍 그리고 마지막 날 들렀던 Sight of Sound Theater의 성극이었다.


그때 나는 아이들의 즐거움을 읽기에 급급했던 것 같다. 주름진 손등 너머로 지워졌던 기억들이 되살아난다. 아스라이 흘러간 시간을 그리워하며 나만의 고즈넉한 아름다움을 색칠 해 간다. 훗날에도 아릿한 그리움으로 남겨지리.

시즌을 즐기려는 관객들로 출렁이는 리듬 탄 분위기에 나도 한껏 들떠 본다. 음악이 경쾌히 흐르며 막이 오른다. 무대 배경은 작은 시골 나사렛(Nazareth)마을에서 마리아와 요셉의 약혼식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에게 다가올 운명을 이미 알고 있는 내게 그들의 노래와 즐거운 춤이 아린 연민으로 다가왔다. 한 밤 마리아의 침실에 등장한 가브리엘 천사는 처녀인 그녀의 몸에 성령으로 메시아(Messiah)를 잉태한 동정녀가 될 것을 전한다.

하늘 천국에서는 죽기 위해 태어나야 할 메시아의 처절한 운명을 알리는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약혼자인 요셉도 그의 절친한 이웃도 마리아의 말을 믿지 않았다. 이로 시작된 뭇사람들의 질책을 괴로워하는 마리아의 절규가 무대를 울린다. 이를 받아 들이지 못해 괴로워하는 요셉에게 등장한 가브리엘 천사의 도움으로 유순한 요셉은 약혼녀 마리아와 태어날 메시아의 유일한 보호자가 된다.

만삭의 아내를 조랑말에 태우고 베들레헴(Bethlehem)으로 향한 외로운 여정! 허한 들판에 모닥불 피우고 지새우는 밤! 하나님이 동행하심을 익히 알면서도 세상 고개를 넘던 나의 치부로 슬그머니 눈물을 훔친다. 아마 유년 시절 그때도 그랬던 것 같다. 묵을 방 없는 말구유의 탄생도 가엾기 그지없다.

탄생의 순간에도 무대 천상에는 검은 칼을 든 마귀와 가브리엘 천사의 결투가 있었다. 수호자의 통쾌한 승리에 박수를 보냈다. 그렇지 내생의 어려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는 임에 천사의 기적이 있었지. 별을 보고 달려온 목자들이 메시아의 탄생을 알리자 관중 속 양면과 중앙에서 동방박사 세 사람의 출연은 현실인 듯 신비함으로 장관을 이룬다.

어린 시절 부터 수없이 보아 왔던 크리스마스 성극이련만 굴곡 패인 연륜의 가슴으로 마주한 메시아의 탄생은 또 다른 느낌으로 각인 되었다. 내 평생에 이루신 임의 기적들을 헤아리며 밤빛 곱게 담긴 다리를 건넌다. 오늘 하루도 무한 감사드린다.

<이선희/ 뉴욕신광교회 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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