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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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이 머뭇거린다

2019-11-27 (수) 김문성/ 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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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한낮에도 랩톱화면이 스산한
키보드는 이맘때 계절을 재촉하지만
가로수는 얇아진 더위가 얄미울 뿐
긴팔 걸쳐 입을 준비가 덜됐다

듬성듬성 새치가 나고 아침 저녁이면
서늘한 자모9子母)가 움추려들어도
우수수 떨어지기 전 물들지 않은 언어는
플라타너스의 자존심이 버팀목이고
달랑거리는 최저기온의 설레임도
낙엽을 예감하기에는 가을이 덤덤하다

비집고 사는 나뭇가지의 눈치에
파워를 켜면 슬쓸한 바람이 느닷없이
패스워드를 다그치지만
워드의 꽉 찬 공백 속에서
나뭇잎은 경계인처럼 하루를 머뭇거린다

<김문성/ 애틀랜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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