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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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에 서 있는 나무 한그루

2019-11-27 (수) 이은정/ 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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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보지 않은 낯선 길
걸어온 시간들
나이테에 굵게 배어
수액으로 흐른다

밤새
바람이 투정부릴 때면
첫 아이의 엄마처럼
등에 업어 잠 재웠지

산속 깊은 곳
나무는 폐활량이 넓다
굽이굽이 돌아
계곡을 타고 흐르는 물소리
적막을 베어 부는 산새소리
잎, 켜켜히 쌓아
계절을 건너 왔으니


내 안에 서 있는 나무 한그루
여문 가을 빛 아래
마음 호수에 비춰진
파스텔톤 난 옷 차림새
중년의 색채 머금고
가을을 노래하고 있다

그려진,
그리고
그려질 시간 넘나들며
한 옥타브 낮게
천천히 건반 위를 오르내린다

<이은정/ 시인.뉴욕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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