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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냇가에서

2019-11-27 (수) 다니엘 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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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자·문예

앞에 선 어머니
왼발 톡톡 돌잠 깨우듯이
냇물을 건너신다.

솔바람에도 마른 풀잎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어머니
징검다리에서는 기우뚱
주춤이는 긴허리.

괜찮을까,
정말 괜찮을까.


빠른 물살은 흠칫 치맛자락
휘감아 훔쳐본 듯 얼굴이 붉어져
회오리 물속으로 단번에 곤두박질이다.
흰거품 꼬리 뱅그르르 남기고.

올가미같은 돌쩌귀 함정마다
앗차, 건너뛰는 발꿈치
은가루 날리며
발목이 하얗다.

들마다 물방울 퍼지고 마르면서
그 흔적이 신비로운 문양들로 변해
영혼 문신 곳곳 아픔을 새겨넣는다.

마치 전설속으로 걸어가시는 듯한
어머니
우리들의 땅이신 어머니.

저만치 앞을 보면
나뭇잎 스쳐가는 옷깃 바람결
눈가에 물맴인다.

<다니엘 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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