냇가에서
2019-11-27 (수)
다니엘 한/ 시인
앞에 선 어머니
왼발 톡톡 돌잠 깨우듯이
냇물을 건너신다.
솔바람에도 마른 풀잎처럼
가볍게 흔들리는 어머니
징검다리에서는 기우뚱
주춤이는 긴허리.
괜찮을까,
정말 괜찮을까.
빠른 물살은 흠칫 치맛자락
휘감아 훔쳐본 듯 얼굴이 붉어져
회오리 물속으로 단번에 곤두박질이다.
흰거품 꼬리 뱅그르르 남기고.
올가미같은 돌쩌귀 함정마다
앗차, 건너뛰는 발꿈치
은가루 날리며
발목이 하얗다.
들마다 물방울 퍼지고 마르면서
그 흔적이 신비로운 문양들로 변해
영혼 문신 곳곳 아픔을 새겨넣는다.
마치 전설속으로 걸어가시는 듯한
어머니
우리들의 땅이신 어머니.
저만치 앞을 보면
나뭇잎 스쳐가는 옷깃 바람결
눈가에 물맴인다.
<
다니엘 한/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