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에 지방 쌓이면 혈당조절 어려워, 섬유화 지속으로 간암 위험 높이고 심장근육 기능저하...심부전 가능성
▶ 마땅한 치료제 없어 정기검진 필수...식이요법·꾸준한 운동이 최선
비알코올 지방간 환자 가운데 혈중 ITIH1 단백질의 농도가 높으면 당뇨병이 생길 위험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병원 운영 서울시보라매병원 소화기내과 김원 교수·서울대 약대 김상건 교수팀이 비알코올 지방간을 유도한 실험 쥐의 간 조직과 혈액, 지방간 환자의 혈액 등을 정상 쥐·사람의 것과 비교 분석한 결과다.
동물실험 결과 고탄수화물·고지방 식이로 지방간을 유도한 비만 쥐는 정상 쥐에 비해 간세포 내 신호전달 기능을 하는 Gα13 유전자의 발현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혈당 수치가 1.2배 높았다. 또 대사장애 유발인자로 알려진 ITIH1 단백의 간내 분비가 증가하고 혈중 ITIH1 농도가 5배가량 높았다. 인슐린 저항성도 컸다.
비알코올 지방간과 당뇨병을 함께 앓는 환자들도 혈중 ITIH1 수치가 높았다. 혈중 ITIH1 수치가 높은 환자일수록 인슐린 저항성과 혈당·당화혈색소 등 당뇨 관련 지표도 높았다.
김원 교수는 “혈액에서 측정한 ITIH1 단백질 농도가 높으면 당뇨병을 함께 앓을 위험이 높다”며 “지방간이 심하고 인슐린 저항성이 높은 사람은 당뇨병 등 여러 합병증의 위험이 높고 당뇨병 진단을 받은 지 얼마 안 됐더라도 상당히 진행된 상태인 만큼 반드시 약물치료를 하는 게 좋다”고 했다.
◇지방간·당뇨, ITIH1 단백질 농도·인슐린저항성 ↑
인슐린은 혈액 속의 에너지원인 포도당(혈당)을 세포 속으로 넣어준다. 그런데 우리 몸이 인슐린이 주는 자극에 둔감해지면 자체적인 혈당 조절 능력이 전방위적으로 떨어진다. 흔히 ‘인슐린 저항성’이 커진다고 하는데 간에서는 지방간 등이 심해지고 심장근육의 기능도 나빠진다. 간에서 포도당 생성이 조절되지 않고 근육이 포도당을 흡수해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데 방해를 받고 포도당이 지방으로 바뀌어 축적되지도 못해 혈당이 치솟기 때문이다. 사용되지 못한 채 간에서 계속 만들어지는 포도당으로 인해 각종 대사적 문제가 발생해 제2형 당뇨병에 걸리게 된다. 인슐린 저항성이 높으면 혈당 관리도 어려워진다.
김 교수팀은 혈중 ITIH1 농도를 측정해 당뇨병 발병위험을 예측하는 검사방법, 이를 억제하는 항체치료 신약 등과 관련한 특허를 출원하고 실용화를 추진하고 있다.
김원 교수는 “혈을 빨리 올리는 햄버거 등 인스턴트·패스트푸드 식품과 면·빵 등 밀가루 음식, 당(糖)지수가 높은 귤·복숭아·홍시·딸기, 지방이 많은 소·돼지고기 부위와 양념치킨 등 고지방식을 즐겨 먹으면 지방간과 당뇨병 발병 위험이 함께 높아진다”며 “평소 꾸준한 운동과 적정량의 식사를 유지하는 생활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지방간은 간에 지방(주로 중성지방)이 5% 이상 쌓인 상태. 성인 10명 중 3명 정도로 흔하며 10명 중 8명은 술과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간세포에 지방이 축적되면 혈액·림프계에 순환장애를 일으켜 간 기능이 저하된다. 특히 만성적인 염증 반응으로 간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섬유화 과정이 지속되면 간 조직이 딱딱해지면서 기능을 잃어가는 간경변(간경화)으로 진행된다. 지방간염 환자의 35%가 평균 7년 안에 간경변으로 악화하는데 간암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간 섬유화가 진행되면 팔다리 근육량이 줄고 심장근육의 기능도 떨어져 온몸에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 호흡곤란 등을 동반하는 심부전 위험도 커진다. 이용호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지방간은 심장근육의 기능 저하, 팔다리 근육량 감소와 연관성이 있는데 인슐린 저항성, 비만, 노화 등 공통분모를 고리로 해 서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나이가 듦에 따라 근육량이 줄어드는 것을 최소화하려면 유산소 운동과 적절한 근력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지방간, 대장암·유방암 위험 2배-간암 17배 높여
하지만 아직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운동·식이조절을 통해 몸무게 특히 뱃살을 빼는 것 외에는 뾰족한 수가 없다. 병이 악화되기 전까지는 별다른 증상도 없다. 따라서 지방간과 당뇨병·비만 등을 함께 앓는 환자는 불편한 증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간 기능 검사(혈액·초음파 등)를 받을 필요가 있다.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술은 1주일에 적어도 2~3일은 마시지 않고 한 번에 남자는 소주 4잔, 여자는 2잔 이하를 마시는 게 간에 무리가 가지 않는다. 지방간인 사람 10명 중 8명은 술과 무관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이한주 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는 남성은 대장암, 여성은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지방간이 없는 남녀보다 2배, 간암 발생위험이 17배가량 높다”며 “서구화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지방간 여부를 꾸준히 체크하고 운동·식이요법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아디포넥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셀레노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대사 기능장애를 일으킨다. 임신성 당뇨 여성의 임신 초기 아디포넥틴 평균 농도(1.95㎍/㎖)는 정상 임신부의 3분의1, 셀레노 단백질 농도(10㎍/㎖)는 1.7배 수준이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 초기(10~14주)에 아디포넥틴과 셀레노 단백질을 측정하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받는 게 임신성 당뇨 발병위험 예측에 도움이 된다”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임신 전후 식단관리 등을 통해 비만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30~40대 젊은 층에서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는 것은 운동부족, 과도한 칼로리 섭취로 인한 복부비만(남성 90㎝, 여성 80㎝ 이상)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적절한 칼로리 섭취와 주 3~4회 꾸준한 운동으로 허리둘레를 줄이고 정상체중을 유지하는 게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지름길이다. 운동을 시작하면 약 48시간가량 인슐린 저항성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
임웅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