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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거(安居)는 2천5,6백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 시대부터 이어져온 특정장소 집중수행 전통이다. 산스크리트어 원어는 바르시카(varsika)다. 그 어원은 비(雨)를 뜻하는 바르사(산스크리트어 var.a, 팔리어: vassa)다. 결국 안거는 인도의 우기, 즉 음력 4월 16일 또는 5월 16일부터 3개월(90일)간 부처님을 비롯한 수행자들이 바깥출입을 삼가고 특정한 곳에 머물며 수행에만 집중했던 데서 비롯됐다.
안거의 배경은 우기에 이 마을 저 마을 돌아다니며 걸식(行乞/행걸)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만물이 소생하는 봄~여름 우기에 행걸을 하다보면 부지불식간에 여린 초목들이나 벌레들을 밟아 죽거나 상하게 하는 일이 잦아질 수 있기 때문에 살생을 면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실천이었다고 한다.
인도의 하안거 전통에 더해 혹한기가 있는 중국 한국 등 북방지역에서는 동안거가 새로 생겨났다. 음력 시월 16일부터 이듬해 정월 보름까지 석달간이다. 안거를 거르지 않을 경우 북방의 수행자들은 일년의 절반은 한곳에 머물며 수행하게 된다. 안거는 결코 편안한 머무름이 아니다. 치열한 수행이다. 바깥출입도 삼가고 말도 삼가고 오직 참나찾기 용맹정진만 허용될 뿐이다.
불기 2563년(서기 2019년) 동안거가 한국내 주요 사찰에서 11일 일제히 시작됐다(사진). 대한불교조계종 소속 스님들은 1년에 최소한 1차례 안거에 참여해야 한다. 다만, 해외포교, 해외유학/연수, 공무출장, 장기입원 등 사유가 있으면 안거의무(포살의무)가 면제된다. 올해 동안거에는 한국 각지 100여 선원에서 2,000여명의 수좌들이 90일 용맹정진에 들어간다고 조계종은 집계했다.
조계종 종정 진제 스님은 동안거 결제법어를 통해 “산문을 잠그고 삼동결제(三冬結制)에 임하는 대중들의 마음자세는 모든 반연과 갈등과 시비장단을 내려놓고 이번 결제기간 동안 반드시 화두를 타파해 대오견성 하겠다는 각오가 확고해야 한다”며 “흉내만 내고 앉아 있는 반딧불 같은 신심으로는 이 광대무변한 부처님 진리의 세계에 갈 수가 없음이라”고 지적했다.
종정 스님은 또 “해마다 반복되는 결제와 해제에 빠지지 않는 사부대중이 가상하기는 하지만 부처님 법을 배우는 목적은 자기사(自己事)를 밝히는 데 있다”며 “공부를 지어가다가 반짝 나타나는 하찮은 경계들을 가지고 살림으로 삼아 자칫 중도에 머무르게 되는 오류를 범하지 말고, 부처님의 정안(正眼)을 밝히는 데 근간을 두고서 철저히 수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자료출처: 조계종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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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