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신경치료의 어려움

2019-11-12 (화) 김성구 참치과 원장 · 치의학박사
크게 작게
신경치료 혹은 근관치료라고 불리는 치과치료는 거의 모든 치과에서 하는 치료이기 때문에 다소 평가절 된 측면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대부분의 치과에서 몇 가지 드문 경우를 제외하고는 ‘저희 치과에서는 신경치료 할 수 있어요’라는 말을 들을 수 있으면서도, 말하기 어려운 신경치료의 이유는 무엇일까?

치아는 머리부위(crown)와 뿌리부위(치근부위)로 나뉜다. 충치가 심하게 먹어서 치아 내의 신경관을 침범하게 되었거나, 충격 등에 의해 치아가 파절되어 신경관이 노출되었을 경우, 그리고 기타 여러 가지 이유로 치아 뿌리 쪽에 염증이 번져서 점점 커져가는 경우 등이 신경치료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겠다.


우선 신경치료가 어려운 이유는 신경관의 다양한 분포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뿌리는 치경부(치아의 잇몸부위)에서 치아뿌리의 끝까지를 치아뿌리라고 할 때 뿌리 끝 쪽의 1/3 부위에 해당하는 뿌리 쪽에는 다양한 신경관이 존재한다. 필자는 환자분들에게 ‘파의 뿌리털’같다고 말하곤 한다. 우리는 흰 종이 위에 물감을 뿌려놓고 빨대로 불어서 번지게 하는 것을 초등학교 미술시간에 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여러 갈래로 얼기설기 얇게 혹은 굵게 복잡한 미로처럼 서로 엉겨있게 되는 형상을 볼 수 있었다.

치아의 신경관 모습은 바로 그렇다. 뿌리쪽 1/3 부위인 근첨(apical)부위는 더욱 더 복잡한 미로를 형성하며 신경관을 이루고 있다. 원칙적으로 모든 치아는 신경관의 구조가 이러하며, 신경치료는 이러한 모든 신경관을 봉쇄 하는 데에 그 목적이 있다.

예를 들어, 치아가 총 3개의 구멍으로 치근(root) 밖으로 연결되어 있을 때에 그 3개의 구멍을 완벽하게 막고 치경부의 신경관 시작부위를 완전히 봉쇄할 수 있다면 신경치료는 완벽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치관(크라운)부위로 구멍을 뚫어서, 치경부로부터 신경관에 근접하여 신경관의 내부를 제거하게 되고 신경관의 끝 부위를 방사선 사진 등으로 측정하여 봉쇄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는 가장 큰 한 개의 신경관을 막게 된다. 나머지 신경관은 측방가압법(lateral condensation) 혹은 수직가압법(vertical condensation)으로 막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뿌리 속에서 약재를 눌러서 작은 신경관으로 들어가게 하여 막는 방식이 얼마나 완벽할 것인가? 그래서 결국 드물지만, 신경관 치료는 완벽할 수가 없고, 또한 그 불완전한 만큼 재발한다. 병소(apical lesion)가 재발하였을 때 신경치료를 다시 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다. 그 미로(labyrinth) 같던 신경관을 때웠던 약재를 다시 뜯어내기도 어렵고, 측방가압법이던, 수직가압법이던 미세한 신경관에 들어갔을 약재를 다시 뜯어낸다는 것은 더더욱 어렵다. 그래서 실패율은 신경치료를 처음 시작할 때보다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 치과의사들은 신경치료 환자를 만나면 매우 긴장할 수밖에 없다. 정말 최선을 다하여, 신경치료를 끝냈을 때 방사선 사진상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면 치료를 종결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나님께 기도하곤 한다. “하나님 최선을 다했습니다. 부디 재발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그리고 “아멘…” 까지…

문의 (626)810-0887 김성구 원장(DDS, MS, PhD)

<김성구 참치과 원장 · 치의학박사>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