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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변에 피가…‘방광암 위험신호’

2019-11-12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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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령인 15% “혈뇨 경험”, 36.5%는 아무런 조치 안해

▶ 비뇨기암 대표 증상 나타나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 받아야

소변에 피가…‘방광암 위험신호’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 방광암 등 비뇨기암을 의심해야 하지만 적지 않게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소변은 건강의 중요한 척도다.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면(혈뇨) 방광암·신우요관암 등 비뇨기암의 대표적인 증상이어서 결코 가볍게 봐서는 안 된다.

대한비뇨의학회가 지난 9월 50~74세 성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5%가 혈뇨를 겪었지만 이 가운데 36.5%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혈뇨가 나타났을 때 대처하기 위해 병원에 가서 진료를 받는 비율이 58.1%로 나타났다. 혈뇨가 비뇨계에서 발생하는 암의 증상 중 하나라는 인식은 전체 응답자 가운데 25.6%에 그쳤다.

이규성 대한비뇨의학회 회장(삼성서울병원 비뇨의학과 교수)은 “혈뇨는 방광암과 신우요관암을 비롯한 비뇨계 암의 대표적인 증상이자 비뇨계 이상을 알려주는 신호”라며 “혈뇨가 나타나면 비뇨의학과를 찾아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혈뇨가 생기면 정확한 진단을 위해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금속 재질로 된 ‘경성 방광내시경’은 전통적으로 시행되던 방법이다. 검사 도중에 통증이 종종 수반되는 단점이 있어 검사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번 설문 조사에서도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아 본 응답자의 50.5%는 ‘향후 경성 방광내시경 검사를 받을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최근 보편화되고 있는 연성 방광내시경은 유연하게 휘는 재질로 돼 있어 검사할 때 통증이 아주 적다. 설문 조사에서 경험자 가운데 ‘연성 방광내시경을 추가로 받을 의향이 없다’는 답변이 0%로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이에 따라 연성 방광내시경 확산을 통해 비뇨의학과 방문 환자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 혈뇨의 원인에 대한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뇨기계 건강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남성은 노화가 진행되면 밤톨만 했던 전립선이 점점 커지면서 요도를 압박해 전립선비대증이 많이 발생한다. 이로 인해 소변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급성 요폐에서 요로감염, 방광결석까지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국내 가이드라인에서는 50세 이상이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비뇨의학과를 찾아 정기 검진을 받을 것을 권고한다.

이 회장은 “이전보다 비뇨의학과에 대한 인식이 많이 개선됐지만 비뇨기계에 이상 증상이 나타나도 비뇨의학과 방문을 꺼리는 사람이 여전히 있다”며 “고령화로 비뇨기계 질환도 늘어나므로 이상 증상이 생기면 즉시 비뇨의학과를 찾는 것이 좋다”고 했다.
대한비뇨의학회는 또한 지난달 31일 서울 코엑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전립선특이항원(PSA) 검사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행하는 일반건강검진에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승기 대한비뇨의학회 보험이사(국립경찰병원 비뇨의학과 과장)는 “PSA 검사는 전립선암의 대표적인 선별 검사법으로 혈액 채취만으로 전립선암 유무를 알 수 있다”며 “중·장년 이후 남성 건강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전립선 건강을 위해 국가 일반건강검진에 추가해야 한다”고 했다.

전립선암은 남성 암 가운데 위암·폐암·대장암에 이어 4위를 차지하고 있다. 전립선암은 2016년 1만1,800명으로 2015년 1만304명보다 14.5%가 늘어났다.

미국은 질병통제예방센터(CDC)를 통한 국가암검진을 진행하고 있으며, 메디케어에서도 무증상 남성을 대상으로 매년 혈청 PSA 검사비를 지원하고 있다.

일본도 회사원은 회사 건강검진에서, 회사 검진자가 아니면 닌젠 도크(Ningen dock)라는 정기건강검진 사업과 지방정부에서 시행하는 전립선암 조기 검진 프로그램으로 혈청 PSA 검진을 하고 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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